증권사도 해외 투자 유의 사항 뿌리지만...“이런다고 환율 잡히나”
금융감독원. /뉴스1 |
금융 당국이 작년 초에 이어 1년 만에 재차 달러보험에 대해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환차익을 노리고 달러보험을 들었다가 원금까지 까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 주식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주요 증권사들은 고객들에게 ‘해외 투자 유의 사항’을 배포하고 있다. 이처럼 치솟은 환율을 잡기 위해 갖가지 수단이 동원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환율을 잡기 위한 근본 처방은 없이 땜질식 조치만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금융감독원은 “달러보험은 환율 변동 등에 따라 보험료와 보험금이 변동되는 고난도 상품으로, 상품 가입 시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달러보험은 보험료를 달러로 내고, 보험금도 달러로 받는 상품을 뜻한다. 가령 달러 종신보험은 보험료를 달러로 내다가, 나중에 사망보험금도 달러로 받는 식이다. 환율이 오르면 보험금으로 받은 달러를 원화로 환전할 때 이익이 커진다.
이미 작년 2월 금감원은 환율 상승세에 달러보험 판매가 늘자 소비자 경보를 한 차례 발령했다. 그러나 최근 정부 개입에도 환율이 꿈틀대자 다시 한번 시장 단속에 나선 모습이다.
실제 ‘환차익’을 노리고 달러보험을 찾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고, 보험사들도 달러보험을 고수익 상품으로 적극 홍보하고 있다. 작년 1~10월 달러보험 계약 건수는 9만5421건으로 지난 2024년 연간 계약 건수(4만594건)의 2배 이상이었다. 달러보험 판매 금액도 2024년 연간 2조2622억원 판매했던 게 작년 1~10월 2조8565억원으로 불었다.
하지만 달러보험은 ‘환테크(환차익으로 자금을 불리는 투자 방식)’ 상품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게 금감원 지적이다. 당장 환율이 오르면서 수익이 좋아 보일지 몰라도, 나중에 환율이 떨어지면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이 대폭 줄어든다는 것이다. 달러보험은 통상 5~10년 장기간 유지해야 해, 환율 변동에 그때그때 대응할 수도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달러보험은 투자 상품으로 적절하지 않은데도 투자 목적 구매가 늘고 있고, 그로부터 비롯된 민원도 접수되고 있다”고 했다. 예컨대 A씨는 환차익을 봐서 자녀 교육비에 보탤 목적으로 달러보험에 들었지만, 알고 보니 사망 보험금을 달러로 받는 종신보험 상품이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는 금감원에 민원을 넣었다. 환율이 급등해서 달러로 내야 하는 보험료가 늘어났는데, 보험사로부터 그와 관련한 설명은 못 들었다는 민원도 있었다.
금융 당국에서 ‘해외 투자 상품 판매 자제령’을 받은 증권사들도 환율 잡기에 동참하고 있다. 연초 미래에셋·메리츠 등 주요 증권사들은 고객들에게 ‘해외 주식 투자 유의 사항’을 배포하고 있다. 환율 변동으로 주가가 요동칠 수 있고, 해외 상황에 따라 거래가 중지될 위험도 크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당국에서 해외 주식 상품 판매를 두고 대대적인 점검·검사를 벌이는 상황이라 해외 주식 상품 영업을 자제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처럼 환차익을 거두는 투자에 대해 당국이 ‘범죄’ 취급을 해가며 단속을 벌이고는 있지만, 근본적인 경제 기반을 다잡지 않는 한 환율을 잡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직접 “한국 ‘펀더멘탈(경제 기초 체력)’에 비해 환율이 높다”며 구두개입까지 나섰지만, 환율을 낮추는 것도 신산업을 육성하고 내수를 키우는 등 펀더멘탈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결국 반도체를 제외하면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는 와중이고, 성장률은 곤두박질하는 등 한국 경제의 거시적인 약점들이 환율이 널뛰도록 만드는 근본적인 변수”라고 했다.
[강우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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