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링크 위성의 궤도 분포도. 중국이 스타링크 위성보다 훨씬 큰 규모의 저궤도 군집위성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satellitemap.space |
2050년 우주 최강국을 목표로 삼고 있는 중국이 저궤도에 수십만기의 군집위성을 배치하는 계획을 추진한다. 과거 중국군이 활용했던 인해전술을 떠올리게 하는 발상이다. 현재 9천여기의 저궤도 군집위성망 스타링크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엑스에 대응하는 차원을 넘어, 판세를 뒤집어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에 따라 고도 400~2000km의 저궤도를 선점하기 위한 미·중 간 통신위성과 주파수 대역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저궤도는 통신 지연시간이 거의 없고 고해상도 지상 관측 및 촬영이 가능한데다 대규모 군집위성으로 지구 전체를 실시간 정찰할 수 있어 상업용과 군사용 이중용도로 쓰기에 적합한 우주 영역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지난해 말 유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10여건의 군집위성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것은 새로 출범한 무선 스펙트럼 활용 및 기술 혁신 연구소가 추진하는 CTC-1과 CTC-2이다. 7개 기관이 공동으로 설립한 연구소는 각각 9만6714기의 위성을 저궤도에 쏘아올릴 계획이다. 다른 군집위성으로는 국영 통신기업인 차이나 모바일의 L1(2520기)과 MI(144기), 정부 지원을 받는 상하이 스페이스콤 위성기술(SSST)의 세일스페이스1(1296기) 등이 있다.
신청서를 제출하기 직전 중국은 스타링크를 예로 들어 “이런 위성군이 (궤도상의 모든 위성이 공유하는) 주파수-궤도 자원을 혼잡하게 만들고 충돌 위험을 크게 높인다”고 비난했다.
중국이 이번에 신청한 20만기는 현재 저궤도에 있는 스타링크 위성의 20배가 넘는 규모다. 이것 말고도 중국은 이미 1만3천기의 궈왕, 1만5천기의 쳰판이라는 인터넷 군집위성망을 구축하고 있다. 국책 사업인 궈왕은 안보 목적을 겸하고 있고, 쳰판은 해외 시장 개척을 염두에 두고 있다.
위성 2기를 실은 중국의 창정7A 로켓이 2025년 12월31일 중국 하이난섬 원창위성발사센터에서 이륙하고 있다. 중국항천과기집단공사(CASC) 제공 |
선착순 할당 노린 우선권 확보 전략인 듯
저궤도 군집위성 선두주자인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는 지난 9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로부터 스타링크 2세대 위성 7500기 추가 발사를 승인받았다. 이로써 스페이스엑스가 승인받은 2세대 스타링크 위성 수는 1만5천기가 됐다. 스페이스엑스는 최종적으로 3만기를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스페이스엑스는 1세대 위성 1만2천기의 배치를 승인 받은 바 있다.
국제전기통신연합 규정에 따르면 위성망을 구축하려면 최초 신청 후 7년 이내에 최소한 하나의 위성을 90일 이상 운영하는 실사용 요건(BIU)을 충족해야 한다. 또 이후 2년 안에 전체의 10%, 5년 안에 절반, 7년 안에 100% 위성을 배치해야 한다.
중국의 현재 로켓과 위성 제조, 발사 능력으로는 이 규정에 맞춰 20만기 위성망을 기한 내에 구축하기가 어렵다. 지난해 중국은 로켓을 92회 발사했고, 수백기의 위성을 궤도에 올렸다. 앞으로 발사 횟수를 대폭 늘리기 위해 재사용 로켓 개발에 열심이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목표가 달성되지 않더라도 신청한 주파수와 궤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목표를 수정해 제출하면 되며, 주파수 대역도 실제 발사된 위성 수에 비례해 감축될 뿐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대규모 군집위성 신청이 선착순으로 정하는 주파수 할당 방식에 대한 논의를 촉발하거나 경쟁업체보다 먼저 필요한 주파수 대역을 확보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하이 사회과학원 정보연구원 부원장 딩보타오는 차이나데일리에 “이번 조처는 중국이 저궤도에 대규모의 체계적인 위성 배치를 추진할 의지와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나데일리는 또 국가전파규제센터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국제 등록부터 위성 발사 및 응용 프로그램 배포에 이르는 개발 과정은 일반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리며, 실제 배치 규모는 나중에 최적화 및 조정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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