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용산구에 설치된 은행 ATM기를 시민들이 이용하는 모습. /뉴스1 |
지난해 금융주 랠리를 이끌었던 은행주와 증권주가 올해 들어 뚜렷하게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는 동안 주요 은행주를 모아둔 KRX은행 지수는 올해 들어 14일까지 1.38%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KRX증권 지수는 같은 기간 10.81% 올라 코스피 상승률(12.08%)에 비교적 근접한 흐름을 보였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작년 상반기 이후 금융주는 시장 수익률을 지속해서 하회하고 있다”며 “정책 모멘텀이 소진되고 주주 환원 확대 기대감이 약화된 결과”라고 했다.
◇시장은 따라가는 증권주, 부진한 은행주
은행주 부진의 배경으론 ‘머니무브(자금 이동)’가 먼저 거론된다. 증시가 뜨거워질수록 예·적금에서 주식·펀드로 돈이 옮겨가는데, 이 과정에서 은행은 자금 이탈 부담을, 증권사는 거래 대금 증가와 투자 자산 확대의 수혜를 받는 구조라는 것이다. 실제로 시중은행 정기예금 잔액이 지난해 말 한 달 새 30조원 넘게 줄었고, 증시 대기자금 성격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8일 92조8537억원까지 치솟는 등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종목별 주가 흐름은 이런 구조를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KRX은행 구성 종목 가운데 신한지주가 올해 3.9%, KB금융이 3.37% 올라 상대적으로 탄탄한 모습을 보였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KB금융·신한지주엔 외국인의 순매수가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2.13%), 제주은행(2.58%)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우리금융지주(0.18%)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이었다. 기업은행(-1.19%), 카카오뱅크(-0.93%)는 약세였고, BNK금융지주(-4.41%)·JB금융지주(-4.29%)·iM금융지주(-7.14%) 등은 낙폭이 더 컸다.
증권주는 새해부터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올해 들어 26.34% 급등했고, 키움증권(11.4%)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금융지주(7.79%), 삼성증권(7.43%), 한화투자증권(6.71%)도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주식 거래가 늘면서 수수료 수익과 주식 매매 손익이 함께 좋아지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부진한 은행주, 반등 가능할까
은행주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는 게 증권가의 평가다. 전배승 연구원은 올해 은행주를 둘러싼 핵심 변수로 생산적 금융 기조를 짚으면서 “올해 은행권은 생산적금융 시행 과정에서 주주환원 역량이 재차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상반기 중 각종 과징금, 출연금 등 노이즈가 걷히고 이익안정성이 부각되면서 저평가 해소과정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업종의 대출 증가율은 3.3%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이 증권사 김도하 연구원은 “정기예금이 줄고 증권사의 종합투자계좌(IMA) 출시, 증시로 자금 이동까지 겹치면서 은행이 대출에 쓸 돈을 조달하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다만 김 연구원은 “대출 증가세가 약해 은행들이 돈을 더 끌어와야 할 필요 자체가 크지 않았고 최근엔 예금 등 수신 증가가 대출 증가를 오히려 웃돌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과도한 걱정”이라고 말했다.
은행주가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정욱 연구원은 “불확실성과 규제 관련 우려가 주가에 많이 반영된 대형 은행지주사들 위주로 관심을 확대해야 한다는 기존 의견을 계속 유지”한다고 말했다.
배당 성장 가능성과 밸류에이션(주가 수준) 매력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나민욱 DB증권 연구원은 “분리과세 요건 등을 맞추기 위해 대형 은행들이 4분기 기말 배당부터 주당 배당금(DPS)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주가 부진으로 은행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6배로 저평가 구간”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주가연계증권(ELS) 과징금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1분기 중 제재심 결과가 마무리된 후 적극적인 접근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안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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