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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자산법 어디로]③은행 주도 원화 스테이블코인…혁신 '뒷전'

비즈워치 [비즈니스워치 백지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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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자산법 어디로]③은행 주도 원화 스테이블코인…혁신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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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주체 은행 과반 지분 보유 컨소시엄 가닥
"기술기업 참여동기 제한…활용성도 내수 국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다. 정부는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에 편입하는 과정에서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의 컨소시엄으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제도 도입 초기인 만큼 수신 기능과 내부통제 체계를 갖춘 전통 금융권에 맡겨 자금 관리의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논리다.

하지만 가상자산 업계와 학계에선 이러한 접근에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오히려 전통 금융권 중심 구조가 혁신과 산업 성장을 제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 중심 컨소시엄에 발행권한 먼저 준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국회에 보고한 디지털자산기본법 주요 쟁점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인 요건 △스테이블코인 관계기관 합의기구 설치 △발행인의 최소 자기자본 요건 등을 제시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에 연동되는 가상자산으로 결제와 정산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와 유에스디코인(USDC)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이들을 제도권에 편입하기 위한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가 제정됐다. 반면 한국에서는 2017년 가상자산공개(ICO)를 전면 금지한 이후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하지 못한 상태다.

금융위 안에 가장 주목을 받은 부분은 발행자 요건이다. 금융위는 제도 도입 초기에는 은행이 50%+1주, 즉 과반 지분을 보유한 컨소시엄에 발행을 우선 허용할 방침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 관련 TF에 참여하는 당국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신뢰가 핵심인 만큼 준비금 등을 관리하는 역량 가장 크게 고려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은행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은 그간 비은행 기관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할 경우 자금세탁 위험이 커지고 금산분리(산업자본이 금융기관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함)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정부는 향후에는 기술기업의 최대주주 지위도 허용하는 등 비금융권 기업의 참여를 넓히겠다고 했지만 자본규모와 업종 등 세부조건이 불분명한 상태다. 기술기업의 범위는 전자금융거래법상 등록된 핀테크사, 가상자산 사업자(VASP) 등이 해당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각에서는 '기술기업'이라는 표현을 통해 참여 범위를 넓히려는 여지를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사라진 혁신'…업계·학계 모두 실망감

그럼에도 은행이 우선적으로 스테이블 코인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구조가 되면서 업계에선 전통 금융권에 유리한 지형이 만들어졌다는 불만이 나온다. 특히 혁신을 저해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예를 들어 비금융권 IT기업이 중심이 될 경우 콘텐츠, 게임, 전기차 충전 인프라, 무역 등 다양한 산업과 결제망을 스테이블코인으로 연결하는 사업 모델이 다양하게 나올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러나 은행 중심 컨소시엄에선 IT·블록체인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핵심 사업자로 참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글로벌 달러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이끄는 테더, 서클, 페이팔 등은 모두 기존 은행과는 거리가 먼 기업들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탄생했는데 기술과 시장 이해도가 높은 기업들이 초기부터 배제되는 구조는 타당하지 않다"며 "스테이블코인은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쓰여야 하는데 내수를 중심으로 하는 은행을 중심으로 짜는게 맞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이 여수신이나 금융상품을 더 많이 팔기위해 고객과 접점을 더 많이 만드는 도구로만 이용할 것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학계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된다. 인터넷은행, 간편결제 등 금융 혁신 사례가 전통 금융권이 아닌 IT 기업 중심으로 등장했다는 점에서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기획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낸 강형구 한양대 경영대학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이용자 관리와 위험 관리를 잘할 수 있는 주체를 중심으로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인터넷은행과 간편결제라는 명확한 성공 사례가 있는데 굳이 은행 중심으로 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업계 내부에선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기에는 부담스럽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향후 컨소시엄 참여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는 상황에서 특정 업종을 지지하거나 반기를 들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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