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와 반대로 가는 고용
장경식 기자14일 서울 마포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로 상담을 받으러 온 시민이 들어서고 있다. 지난달 실업자 수가 12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실업률도 2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는 등 고용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
코스피가 14일 사상 처음으로 4700선을 넘어서는 등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하지만 건설·제조업 부진이 겹치며 고용시장은 ‘한파’를 겪고 있다. 지난달 실업자 수는 12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실업률도 2000년 이후 2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김덕호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코스피 등 금융시장의 활기와 고용시장의 한파가 대조를 이루는 것은 한국 경제의 ‘이중 구조’를 반영한다”며 “반도체·자동차 같은 첨단 산업 중심의 글로벌 기업은 고환율 수혜와 인공지능(AI) 특수로 호황을 누리지만, 철강·화학 등 전통 제조업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고용 창출력을 잃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4500까진 반도체, 4700은 ‘조방원·로봇’ 주도
코스피가 4200선을 처음 넘어선 작년 11월 3일부터 올해 1월 6일 4500선을 돌파하기까지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가총액은 261조1425억원 늘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투톱’의 시가총액 증가분이 241조7341억원으로 전체 증가액의 92.6%를 차지했다. 이 기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25%, 17.1% 올라 코스피가 4200에서 4500으로 상승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래픽=백형선 |
하지만 4500 돌파 이후에는 지수 상승을 이끄는 주도주가 달라졌다. 1월 6~14일 코스피 시가총액이 164조9781억원 늘어나는 동안 반도체 ‘투톱’의 증가분은 16조8397억원으로 비율이 10.2%에 그쳤다. 반면 1월 14일 기준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삼성전자우 제외) 가운데 조선(HD현대중공업)·방산(한화에어로스페이스)·원전(두산에너빌리티)과 로봇(현대차·기아)으로 분류되는 5개 종목의 합산 시가총액 증가분은 50조9861억원으로 같은 기간 코스피 시총 증가분의 30.9%를 차지했다. 이 5종목의 시가총액 증가분은 코스피가 4200에서 4500으로 오르던 구간에서는 5조3612억원(2.1%)에 그쳤지만, 4500 돌파 이후 비율이 30%대로 뛰어오른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를 제외한 업종 전반으로 자금 수급이 확산되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작년 말 주춤했던 조선·방산·원전은 수주와 투자 기대가 재부각되며 탄력을 받았고, CES 2026을 거치며 로봇 산업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현대차·기아 주가도 상승 흐름을 탔다.
뉴스114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있다. 코스피는 이날 사상 처음으로 4700선을 넘었다. |
◇30대 ‘쉬었음’ 최고치
주식시장이 달아오른 반면, 건설업 불황 장기화에 제조업 경기 둔화까지 겹치면서 고용시장은 얼어붙고 있다. 이날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12월 및 연간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자 수는 121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10만3000명 늘었다. 12월 기준으로는 1999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다. 실업률은 4.1%로 12월 기준 1999년(5.2%), 2000년(4.4%)에 이어 역대 셋째로 높았다.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는 2876만9000명으로 전년보다 19만3000명 늘었지만, 2024년(15만9000명)에 이어 2년 연속 증가 폭이 10만명대에 그쳤다. 특히 건설업 취업자 수는 12만5000명 줄어 2013년 산업 분류 개정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고, 제조업 취업자 수도 7만3000명 줄어 2019년 이후 6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고용 한파는 청년층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청년(15~29세) 취업자 수는 17만8000명 감소해 40대(5만명), 50대(2만6000명) 감소 폭을 크게 웃돌았다. 반면 60세 이상 취업자는 34만5000명 늘었다. 지난해 15~64세 고용률은 69.8%로 역대 최고였지만 청년 고용률은 45%로 2021년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는 지난해 255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8만8000명 늘어 2003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였다. 30대 쉬었음(30만9000명)은 역대 최대였고, 청년층 쉬었음도 42만8000명으로 2020년 이후 둘째로 많았다.
[안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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