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미·영·중 삼각 관계가 요동쳤다. 영국 런던 금융 중심지 인근에 중국이 초대형 대사관을 신축하려는 계획과 관련해 미국 백악관이 영국 정부에 우려를 표명하고, 승인 보류를 압박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대(對)중국 의회 간 연합체(IPAC)’였다. IPAC는 해당 부지 아래 런던 금융지구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주요 통신 케이블이 깔려 있어, 대사관이 들어설 경우 중국 정보기관이 도청을 시도할 수 국가안보회의(NSC)가 통신 보안 우려를 영국 정부에 전달했다.
IPAC는 2020년 6월 “민주주의 국가들이 중국의 도전에 공동 대응”한다는 목표로 출범했다. 2026년 1월 기준 44국 300명 이상의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미국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상원의원 시절 회원이었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대(對)중국 의회 간 연합체(IPAC)’였다. IPAC는 해당 부지 아래 런던 금융지구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주요 통신 케이블이 깔려 있어, 대사관이 들어설 경우 중국 정보기관이 도청을 시도할 수 국가안보회의(NSC)가 통신 보안 우려를 영국 정부에 전달했다.
리즈 트러스(가운데) 전 영국 외무장관이 2023년 도쿄에서 열린 IPAC 회의에 참석했을 때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
IPAC는 2020년 6월 “민주주의 국가들이 중국의 도전에 공동 대응”한다는 목표로 출범했다. 2026년 1월 기준 44국 300명 이상의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미국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상원의원 시절 회원이었다.
놀랍게도 이 모임에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단 한 명도 없다. 국회 외교의 빈약한 현주소를 보여주는 뼈아픈 공백이다. 물론 외교는 원칙적으로 행정부 소관이다. 하지만 지금은 외교·안보·산업의 경계가 흐려진 복합 위기의 시대다. 특히 중국과 관련된 정책들은 행정부 혼자 떠안기엔 무거운 만큼, 국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
국내 상황은 심각하다. 서방 국가들이 퇴출시키고 있는 ‘공자학원’이 한국에서는 검증조차 받지 않고 운영된다. 경제 안보 리스크는 더하다.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에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이 휘청인다. 특히 2030년 100조원 규모로 성장할 해상풍력 시장을 중국 기업들이 ‘싹쓸이’하고 있다는 보도는 섬뜩하다. 안보 위협을 이유로 중국 기업들을 배제하는 미국·EU와 달리, 한국은 별다른 규제가 없다. 중국 기업들이 한국을 발판 삼아 미국 시장에 우회 진출할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는 단순한 ‘혐중’이 아니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생존의 문제다.
주요 선진국들은 의회를 외교의 핵심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 하원은 초당적인 ‘중국특별위원회’를 통해 기술 유출 방지와 투자 제한 등 촘촘한 입법으로 행정부를 견인한다. 프랑스 하원은 청문회와 현장 파견, 정보 보고서 발간을 정례화해 실질적인 외교 활동을 수행한다.
가장 눈여겨볼 것은 일본이다. 일본 정부는 ‘하나의 중국’ 정책 때문에 대만과의 공식 교류에 제약이 많다. 그러자 집권 자민당이 나섰다. 대만 민진당과 기존의 ‘2+2(외교+안보)’를 확대한 ‘4+4’ 회의를 열며 안보 협력을 강화했다. 껄끄러운 정부 채널을 우회해 의회 외교로 실리를 챙기는 영리한 전략이다.
의회 외교는 행정부가 챙기지 못하는 영역을 보완하고, 때로는 정부 대신 ‘악역’을 자처해야 한다. 행정부는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메시지 발신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때 의회가 강한 목소리를 내주면 외교적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 이것이 진정한 국익을 위한 분업이다. 한국 국회도 이제 보여주기식 외유성 출장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신 정교한 입법과 경제 안보 리스크 관리로 국민의 삶을 지켜야 한다.
일각에서는 우리 사회의 반중 정서를 우려한다. 그렇다면 더더욱 국회가 나서야 한다. 혐오나 음모론이 아닌, 제도권 안에서의 실질적인 정책 대응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2026년, 우리 국회가 단순한 거수기가 아닌 유능한 외교·안보 플레이어로 활약하기를 요청한다.
[홍태화 미국 외교정책연구소(FPRI) 유라시아 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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