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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누정(樓亭)이 비추는 풍류(風流)의 네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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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누정(樓亭)이 비추는 풍류(風流)의 네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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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생각하며] 황혜영 서원대 교수

우리나라는 어디를 가나 풍경이 좋은 곳이면 누정을 볼 수 있다. 누정은 인류가 주택을 짓기 시작한 때부터 세워졌을 것으로 여겨진다. 구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도 삼한시대 이미 춘천의 소양정(昭陽亭) 자리에 이요루(二樂樓)가 있었다 하고, 백제 동성왕은 500년에 궁 동쪽에 임류각(臨流閣)을 세웠다고 하며, <삼국유사>에 488년 신라 소지왕이 천천정(天泉亭)에 갔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 천천정은 연못 주변에 세워진 정자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처럼 오랜 연원의 누정은 지금도 곳곳에 새로 지어지고 있는 살아 있는 건축이다. 선조들이 자연과 동화되고, 아름다운 풍경에서 문학과 예술의 영감을 얻고 강학과 학문을 펼치던 총체적 문화의 산실인 누정은 무엇보다 일상을 초월하여 고상한 멋과 심미적 가치를 추구하는 한국 고유의 자생적 사상인 풍류의 공간이라는 데 본질적 의의가 있다. 풍류는 자연과 인간의 본원적 합일을 지향하는 통합적 사유 체계이자 자연과 예술을 벗 삼아 멋스럽고 여유롭게 즐기는 삶의 경지를 의미한다.

청주에도 망선루(望仙樓), 무농정(務農亭), 백석정(白石亭), 지선정(止善亭) 같은 대표적인 누정들이 있으며, 이들 누정들은 각각 서로 다른 독특한 서사를 보여주어 풍류 정신성의 다양한 변주를 보여준다.

▲ 망선루(望仙樓), 충북유형문화재 제110호

▲ 망선루(望仙樓), 충북유형문화재 제110호


고려 때 건립된 망선루는 이전과 재건을 통해 현재 중앙공원에 자리한 관루(官樓)로서 '신선을 바란다'는 이름처럼 공적 책임감과 정신적 초월이 교차하는 도시적 풍류를 상기시키는 격조 있는 2층 누각이다.


▲ 무농정(務農亭), 충북기념물 제 85호

▲ 무농정(務農亭), 충북기념물 제 85호


무농정은 청주 한씨의 시조인 한란이 청주 남쪽 들판이 보이는 낮은 구릉에 지은 정자로 넓게 펼쳐진 평야와 논을 내려다보이는 곳의 위치나 농사에 힘쓸 것을 권하는 이름으로 일상의 삶의 터전에 깊숙이 뿌리내린 실천적 풍류의 얼굴을 비춘다. 백석정은 조선시대 신교가 처음 관정리 감천이 휘도는 깎아지른 절벽 아래 흰 바위 위에 앉은 정자로 흰 바위라는 정자 이름 자체에서 자연의 아름다운 풍광이 눈에 들어오는 듯하다.

▲ 백석정(白石亭), 문화재자료 제 82호

▲ 백석정(白石亭), 문화재자료 제 82호


백석정은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예술적, 심미적 가치를 추구하는 미학적 풍류의 얼굴이다. 지선정은 오명립이 광해군 때 어지러운 정치 세계를 떠나 낙향하여 지은 건물로 자신의 호를 따서 '지선정'이라고 하였으며 이곳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강의를 하여 서당 역할도 하였다.

▲지선정(止善亭), 충북유형문화재 제 111호

▲지선정(止善亭), 충북유형문화재 제 111호


지선정의 지선(止善)은 <대학>의 '지어지선(止於至善)'를 줄인 표현으로 지극히 선한 경지에 이르러 그친다는 의미이다. 지선정은 유가적 윤리성, 선비정신이 반영된 풍류의 면모로 도덕적 완성의 경지에 도달하는 '머무름'의 미학을 성찰한다.

이들 청주 누정은 단순한 전통 건축물을 공적 책임감과 이상적 가치, 이상과 일상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실천적 사유, 자연에 깃든 여유와 예술적 향유, 강학과 유교적 수양이라는 풍류의 다층적 면모를 각기 다른 각도로 비춤으로써 이상과 실천, 자연과 예술, 삶과 학문을 하나로 아우르는 풍류의 통전성(統全性)을 구현하는 건축적, 정신적 유산으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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