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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로 완성한 기록…조선 후기 장례 절차·문화는 어땠을까

연합뉴스 김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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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로 완성한 기록…조선 후기 장례 절차·문화는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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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18∼19세기 상장례 관련 일기 모은 자료집 펴내
'망극록'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망극록'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땅을 치고 하늘에 외치며, 오장이 찢겨 무너지고, 부여잡고 부르짖고 주먹 치고 발 구르나, 이제 어찌할 길이 없다."

1794년 4월 28일을 앞둔 안기명(1775∼1841)의 마음은 무거웠다.

어머니 죽산 박씨의 연상(練祥·사람이 죽은 지 1년 만에 지내는 제사)이 다가오던 때였다. 그는 자신을 '죄역이 깊고도 무거운 불효자'라고 칭하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안기명은 모친의 삼년상을 치르며 겪은 장례 절차, 조문하거나 편지로 위문한 이들의 명단 등을 모두 모아 '망극록'(罔極錄)이라는 책으로 엮었다.

끝없는 슬픔의 기록이라는 뜻의 책은 한 집안의 상장례를 기록한 역사다.

'망극록' 표지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망극록' 표지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립민속박물관은 '망극록'을 포함해 상장례·제례와 관련된 일기 자료 8건을 정리한 연구 총서 '상장례·제례 일기'를 펴냈다고 14일 밝혔다.


충남대 충청문화연구소가 조선 후기인 18∼19세기에 작성된 일기 자료를 탈초(脫草·흘림체인 초서를 정자체로 옮김)해 번역했다.

각 일기는 초혼(招魂·사람이 죽었을 때 그 혼을 소리쳐 부르는 일)에서 탈상에 이르는 상장례 절차와 제향 운영, 묘지 개장 등이 상세히 담겨 있다.

장례와 제례에 든 비용과 물품 내용, 인력 동원과 역할 분담 등도 기록돼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당시 상장례가 개인이나 한 가정의 일이 아니라 가족과 종중, 지역 공동체가 함께 감당한 사회적 과정이었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초종록'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초종록'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망극록'은 18세기 후반 무관 가문의 상장례를 엿볼 수 있는 자료다.

1793년 6월부터 1795년 9월까지 기록한 이 일기는 원래 상장례 절차와 조문객·부의록을 각각 기록했으나 이후 베껴 쓰는 과정에서 하나로 합쳐졌다.


저자인 안기명은 예법을 따르려다 겪은 실수 등도 솔직하게 적었다.

예컨대 시신을 묶는 데 사용되는 끈이나 천인 횡효(橫絞)와 관련해 "한 구절만을 믿고 따라 하면서 고금의 베폭 너비가 다름을 생각하지 못했다"고 털어놓기도 한다.

또 집안 형편으로 원삼(圓衫), 당의(唐衣), 대대(大帶) 등을 쓰지 못해 "하늘땅이 망극"하다고 했고 일부 품목은 다른 것으로 대체해 사용했다고 기록했다.

'초종록' 표지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초종록' 표지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파평윤씨 윤흥규(1797∼1840)의 장례를 치르며 기록한 '초종록'(初終錄), '석현장시일기'(石峴葬時日記) 등도 당대 상장례 과정을 연구할 수 있는 기록이다.

특히 이 자료에는 19세기 중반 서울에서 숨을 거둔 인물을 고향으로 운구해 장례를 치르는 과정과 경비·물품·인력 동원 상황 등이 담겨 있어 의미가 있다.

장상훈 관장은 발간사에서 "자료집에 실린 8건의 상장례·제례 일기는 조선 후기 전통 생활문화, 나아가 상장례 연구의 기초가 되는 귀중한 문헌 자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자료는 박물관 누리집에서 볼 수 있다.

'상장례·제례 일기' 모습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상장례·제례 일기' 모습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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