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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너무 비싸다”…삼성 파운드리, TSMC 가격 인상에 ‘반사이익’ 기대

쿠키뉴스 이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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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너무 비싸다”…삼성 파운드리, TSMC 가격 인상에 ‘반사이익’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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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버스 노사 협상 타결…출근길 대란 피해
TSMC 가격·물량 부담에…퀄컴, 삼성과 협력 공식화
2나노 가격 격차에 삼성 파운드리 ‘대안’ 부상
관건은 가동률…추가 수주가 흑자 전환 ‘변수’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4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반도체 사업 회복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가운데, 그동안 부진의 상징으로 꼽히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대만 TSMC의 첨단 공정 가격 인상과 생산능력 부족이 겹치면서, 글로벌 칩 설계 기업들이 “한 곳에만 맡기던 방식”을 재검토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4일 반도체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설계업체 퀄컴은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에 2나노미터(㎚) 공정 칩 생산을 맡기는 대신, 갤럭시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공급 비중을 다시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퀄컴 경영진은 최근 미국 투자은행 키방크와의 투자자 미팅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2나노 공정 협력을 진행 중이라고 직접 언급했다. 업계에 따르면 퀄컴은 올해 하반기 출시가 예상되는 삼성 폴더블폰 ‘갤럭시 플립8’(가칭)에 탑재될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 AP를 삼성 2나노 공정으로 생산하는 방안을 삼성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TSMC 가격·물량 부담 커지자 ‘전략 흔들’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에는 TSMC의 가격 정책과 생산 여건이 있다. 업계와 해외 매체들에 따르면 TSMC의 2나노 웨이퍼 가격은 장당 약 3만달러 수준으로 거론된다. 이는 전 세대인 3나노 대비 약 50% 인상된 가격으로, 고객사 부담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여기에 초기 생산 물량이 애플과 엔비디아 등 초대형 고객에게 우선 배정되는 구조도 변수다. 퀄컴이나 미디어텍 같은 모바일 칩 업체들은 원하는 시점에 생산 물량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AI·모바일 칩처럼 출시 시기가 곧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분야에서는 생산 지연 자체가 사업 리스크로 이어진다.

반면 삼성전자는 2나노 웨이퍼 가격을 장당 2만달러 수준으로 제시하며 TSMC 대비 비용 경쟁력을 앞세워 영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TSMC의 가격·물량 부담이 커질수록, 삼성의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율 회복·내부 제품 양산…외부 고객 설득력 커져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2022년 3나노 공정 초기 수율 문제로 주요 고객 이탈을 겪으며 적자가 이어졌지만, 최근 들어 기술 안정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4나노 공정 수율은 70~80%, 3나노는 60% 수준까지 개선됐고, 최신 2나노 공정 역시 양산 기준선으로 여겨지는 60%에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2월 공개될 갤럭시 S26 시리즈에 탑재될 ‘엑시노스 2600’이 2나노 공정으로 양산되면서, 삼성은 외부 고객에 앞서 내부 제품으로 공정 안정성을 검증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이 같은 변화는 실제 수주로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테슬라와 165억달러(한화 약 24조원) 규모의 장기 칩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은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장에서 차세대 자율주행용 AI 칩을 생산하는 내용으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직접 이를 언급하며 삼성 파운드리의 기술력을 인정했다.


애플 역시 삼성과의 협력을 공식화했다. 애플은 지난해 8월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아이폰용 고성능 이미지센서를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10여 년간 일본 소니가 독점해 온 아이폰용 고성능 이미지센서 공급망에 삼성이 처음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최근 AMD와의 협력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미국 출장 중 리사 수 AMD CEO를 만나 차세대 CPU·AI 가속기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AMD 역시 생산처를 나눠 검토하는 단계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흑자 전환의 관건은 ‘가동률’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의 공식적인 흑자 전환 목표 시점을 2027년으로 제시하고 있다. 다만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테슬라·애플에 이어 퀄컴 등 추가 고객 물량이 실제로 들어올 경우, 공장 가동률이 빠르게 개선되며 적자 폭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사업은 공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돌리느냐가 수익성을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점유율 경쟁이라기보다, ‘공장을 채울 수 있느냐(가동률)’의 문제”라며 “한 곳에만 맡기는 흐름이 깨지는 순간, 삼성에는 분명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첨단 공정 특성상 고객사가 단기간에 생산처를 완전히 바꾸기는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삼성 파운드리의 반등 여부는 지금의 논의와 관심이 실제 양산 물량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삼성전자는 1월 말 진행될 확정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파운드리 사업의 구체적인 수주 현황과 2026년 로드맵을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