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6.01.13. hwang@newsis.com /사진=황준선 |
1997년 삼성물산 유통 부문에서 출발한 홈플러스는 30년간 국내 대형마트 업계의 흥망성쇠를 보여주는 '산증인'이다. 최대 호황기였던 2010~2012년엔 연 매출이 8조원에 육박했고 연간 영업이익이 7000억원을 넘었다. 노사 양측이 연말 성과급 수준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다 연봉의 최대 200%까지 지급할 만큼 직원들의 사기도 높았다.
누구도 넘보지 못할 것 같았던 회사의 위상은 이때를 정점으로 내리막을 탔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영업시간, 의무휴업 규제가 도입됐고 편리함과 빠른 배송을 앞세운 이커머스(전자상거래)가 급성장하면서다.
2015년 홈플러스의 새주인이 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이하 MBK)는 뛰어난 '엑시트(투자금 회수)' 전략가였다. 당시 M&A 시장 최대가인 7조2000억원에 산 홈플러스도 이전 성공사례처럼 4~5년 뒤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 되팔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빗나갔다. 회사 실적은 점점 악화했고 2020년 이후로는 적자가 이어졌다. 그런 사이 회사 가치는 점점 떨어졌다.
엑시트보다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MBK는 유통업 본연의 경쟁력 회복보단 운영비 절감에 치중했다. 수익을 내는 알짜 점포를 팔아 임대 매장으로 바꿨고 시설 투자는 등한시했다. 업계에선 2020년부터 홈플러스가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MBK가 홈플러스의 누적된 적자를 버티지 못하고 기업회생을 신청한 시점이 2025년 3월임을 감안하면 적어도 4년 전부터 '위기론'이 회자했단 의미다.
홈플러스에 대한 개인적 경험은 2024년 초가 마지막이다. 건물 노후화에 따른 주차 불편은 차치하더라도 깨끗해야 할 고객 휴게실의 위생상태 때문에 점포 재방문 의사를 접었던 기억이 있다. 비치된 소파에서 먼지가 묻어났고 이음새가 마모된 탁자는 물건을 올려놓기 불안할 정도로 흔들렸다. 식당, 키즈카페 등 임대 매장(테넌트)도 관리가 부실했다.
같은 기간 경쟁사도 경영난을 겪었지만 이들은 홈플러스와 달리 시설 투자를 지속했다. 낙후된 점포는 리뉴얼했고, 고객이 오래 머물 수 있는 편의·휴게 시설을 확대하거나 그로서리(식료품) 특화 매장으로 탈바꿈했다. 결과는 천지 차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개별 기준 영업이익 전망치가 약 5100억원으로 '제2의 전성기'를 기대한다.
청산(파산) 위기까지 몰린 홈플러스가 남긴 교훈은 명확하다. 오프라인 매장이 주력인 유통사는 지속적인 시설 투자가 가장 중요한 생존 전략이다. 투자를 이어가려면 적정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자유로운 영업권을 보장해야 한다. 전통시장 살리기 대신 대형마트 죽이기 효과만 검증된 영업시간 규제와 의무휴업일 제도를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온·오프라인 업체간 공정경쟁의 기본 토양이다. 온라인으로 쏠린 유통 환경에서 쿠팡 독주를 견제하는 건 정치권의 호통과 질책이 아닌 제도 개선이다. 수년째 국회에서 표류 중인 유통법 개정안이 그 첫 단추가 되길 기대한다.
유엄식 기자 |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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