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스타트 국가대표 박지우
6일 서울 노원구 태릉국제빙상장 앞에서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 박지우 선수가 2026밀라노동계올림픽 출전 각오를 다지며 인터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 국가대표 박지우(28·강원도청)에게 지난 두 번의 올림픽은 가혹했다. 최근 서울 태릉빙상장에서 만난 그는 “올림픽에서 안 좋은 일이 많았는데 이젠 좋은 일도 올 것”이라면서 “평창은 처음이라 몰랐고 베이징은 불안했다면, 밀라노는 나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올림픽”이라며 밝게 웃었다.
박지우는 2018년 평창에서 처음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그에게 평창은 설렘보다 ‘왕따 주행’ 논란으로 기억된다. 여자 팀추월 경기 중 김보름(33)·박지우와 뒤따라오던 노선영(37) 사이 간격이 벌어졌고, 노선영이 따돌림을 당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중계진과 정치권 비판까지 더해지면서 파장이 커졌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특별감사를 통해 “고의로 따돌리기 위한 주행은 없었다”는 취지로 결론을 냈지만 이후에도 관련 소송이 이어졌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
당시 막내였던 박지우는 직접 목소리를 내지는 않았다. 그는 “평창에서 어떤 마음과 생각으로 뛰었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며 “너무 어렸다”고 했다. 이로 인해 2022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는 부담을 크게 느껴 “다시 올림픽에 나가도 되나 생각했다”고 한다.
불안감을 안고 나선 베이징 여자 매스스타트 준결승에서 박지우는 다시 악재를 만났다. 두 바퀴를 남기고 러시아 선수의 발에 걸려 넘어진 것이다. 그는 “매스스타트를 하면서 한 번도 넘어진 적이 없었는데 하필 올림픽에서 처음 넘어졌다”며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당시 넘어진 와중에도 그가 러시아 선수를 일으켜 세워주는 모습이 올림픽 정신과 스포츠맨십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6일 서울 노원구 태릉국제빙상장 앞에서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 박지우 선수가 2026밀라노동계올림픽 출전 각오를 다지며 인터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
두 번의 올림픽이 상처로 남을 수 있었지만 박지우는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며 “꾸준히 운동하니 결국 억울한 것도 해명되고 다시 평가받는 것 같다”고 했다. 대표팀에서 10년 가까이 함께한 김민선(27), 정재원(25) 등 동료들이 “다른 걸 붙잡고 있을 때가 아니다. 넌 운동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면서 “상황이 어떻든 또 다음 대회가 있고, 다시 일어나서 결국 해야 한다”며 붙들어줘 큰 힘을 얻었다고 한다.
밀라노 올림픽 준비에 몰입 중이던 두 달 전 월드컵 1차 대회에서 박지우는 또 한 번 억울한 일을 겪었다. 여자 매스스타트 경기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고도 심판의 착오로 순위가 밀렸다. 원래 16바퀴를 돌아야 하는데 15바퀴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 것이다. 당시 박지우는 16바퀴 기준으로 1위였다. 대한빙상경기연맹도 나섰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그래도 박지우는 멈추지 않았다. 지난달 월드컵 3차 대회에서 생애 첫 월드컵 메달(동)을 목에 걸었다. “지금까지 선수 생활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이었다고 한다.
이제 그의 시선은 다음달 개막하는 밀라노 코르티나 올림픽으로 향한다. 박지우의 경기는 폐회식 전날 열릴 예정이다. 성적이 가장 좋았던 시기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다시 정비하고 있다.
매스스타트는 6400m를 달리지만 기록 싸움이 아니다. 16바퀴 동안 순위를 두고 밀고 당기는 자리 전쟁이다. 박지우는 “포지션을 못 잡는 게 제일 걱정”이라며 “(쇼트트랙처럼) 무리하게 안으로 파고들 수도 없고, 한 번 막히면 10여 명을 뚫고 가야 한다”고 했다.
이를 대비해 박지우는 ‘눈’까지 단련했다. “헬멧 번호로 선수들을 구분하고 자리 싸움을 해야 하기 때문에 동체 시력 훈련도 한다”고 했다. 불안정한 자세로 버티면서도 시야를 넓히는 훈련이다. 그는 “원래 스피드는 앞만 보고 달리는 종목이지만 매스스타트는 시야가 넓어야 한다”며 “(베이징 올림픽 이후) 최근 4년간 훈련하면서 시야가 넓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했다.
박지우는 최근 은퇴한 평창 은메달리스트 김보름이 꿈에 나와 응원해줬다는 얘기를 꺼냈다. “보름 언니가 내 종목에선 한국 최고 아닌가. 좋은 기운이 올 것 같다”며 웃었다.
6일 서울 노원구 태릉국제빙상장 앞에서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 박지우 선수가 2026밀라노동계올림픽 출전 각오를 다지며 인터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고운호 기자 |
[양승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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