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주거공간 전문가
김경인 경관디자인 공유 대표
김경인 경관디자인 공유 대표
일본 지바현 북서부 우라야스에 있는 서비스형 고령자 주택 '긴모쿠세이 우라야스'의 1층 공유주방과 거실. 지역 주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교류 공간으로 운영 중이다. 2016년 12월 지은 이 주택은 모든 방이 거실을 향하고, 일반 가정집처럼 꾸민 것이 특징이다. /경관디자인 공유 |
“지금의 국내 실버타운은 노인에게 맞춰 설계한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마치 창살없는 감옥과 같아요. 곳곳에 가보면 2인실 한쪽에는 창문이 있는데, 한쪽에는 창문이 없는 경우가 많죠.”
시니어 주거공간 전문가인 김경인 경관디자인 공유 대표는 최근 땅집고 인터뷰에서 “일본 시니어 주택은 1인 1실이 의무사항이며 4인실도 모두에게 채광이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다음달 4일 땅집고가 개강하는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 전문가 과정’(7기)에서 시니어 주거공간 디자인 설루션에 대해 강의한다.
김경인 경관디자인 공유 대표. 사람의 삶과 공간이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 탐구해 왔다. /김경인 대표 |
김 대표는 “최근 선보인 국내 실버타운은 일본이 한때 겪었던 실패의 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면서 “지금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고령자 주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본도 처음엔 ‘노인을 잘 모셔야 한다’는 강박에 빠졌다. 초기 시니어 주거시설은 철저히 관리 효율에 맞춘 병원 모델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평생 살던 집과 단절되는 순간 노인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고, 치매 노인들의 인지 기능 저하 속도는 눈에 띄게 빨라졌다. 입소가 곧 ‘삶의 중단’이 된 셈이다.
일본은 방향을 틀었다. 핵심은 ‘집 같은 요양’, ‘주거 중심의 돌봄’이다. 김 대표는 “신체적 돌봄, 정서적 안정, 사회적 교류가 모두 공간 안에 담겨야 한다”면서 “이렇게 탄생한 시니어 하우징 모델이 유니트 케어(Unit Care)”라고 했다. 획일적인 복도식 구조를 과감히 없애고, 일반 가정집처럼 거실과 주방 중심으로 방을 배치했다. 모든 방의 문은 거실을 향한다. 길을 잃지 않도록 동선을 단순화한 것이다.
김 대표는 시니어 하우징 설계 시 반드시 지켜야 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는 일반 가정에서도 즉시 적용 가능한 팁들이다. 우선 채광이 가장 중요하다. 시니어 시설의 경우, 커뮤니티 공간을 지상에 만들어야 한다. 지하에 커뮤니티 시설을 만들면 창문이 없어 햇빛을 많이 못 보고, 우울한 생각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일본 효고현의 양로원 '고베 스마 기라쿠엔'에 설치한 피트니스시설은 재활이 필요한 고령자가 언제든지 쓸 수 있다. /경관디자인 공유 |
창문을 통한 자연광 확보도 핵심 요소로 꼽았다. 그는 “침실은 바닥 면적 기준으로 최소 7분의 1, 거실은 10분의 1 이상을 창 면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며 “빛과 공간의 비율이 노인의 인지 안정성과 직결된다”고 했다.
조명 색온도 역시 중요하다. 해질녘 노을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운 주황빛이 감도는 3000K 내외가 적합하며, 가구는 날카로운 모서리를 피한 곡선 위주 설계가 바람직하다는 것. 시니어 전용 의자는 등받이와 팔걸이가 필수다. 김 대표는 “어르신은 노화로 인해 수정체 황변 현상이 일어나 파란색을 검은색으로 받아들인다”면서 “시니어 주거 공간을 파란색이나 청록색 등 짙은 색으로 칠하면 민원 폭탄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한국과 일본 시니어 시설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개방성’을 꼽았다. 한국의 실버타운은 마치 요새 같다. 예약 없이는 출입이 불가능하고 지역 사회와 철저히 분리돼 있다. 반면 일본은 시설 1층을 카페, 도서관 등으로 꾸며 지역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드나들게 한다. 고립은 노인 건강의 가장 큰 적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시니어 주거는 고급화 경쟁이나 규모의 문제가 아니다”며 “노인이 익숙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시온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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