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ㆍ시리아ㆍ우크라 전쟁서 러 방공 시스템 정보 이미 많이 습득
미, 압도적 전자전 능력으로 레이더 눈 멀게 하고 추적 파괴
베네수엘라군, 운용 능력 없어 일부는 조립도 못하고 방치
미, 압도적 전자전 능력으로 레이더 눈 멀게 하고 추적 파괴
베네수엘라군, 운용 능력 없어 일부는 조립도 못하고 방치
지난 3일 미국이 약 150대의 전투기ㆍ전자전기ㆍ정찰기ㆍ헬기를 동원해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군 요새를 급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는 동안, 베네수엘라의 방공(防空) 시스템은 ‘눈 먼 고철덩어리’였다. 미 항공자산을 단 한 대도 격추시키지 못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 5일 버지니아주의 한 조선소 부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그 러시아제 방공망들이 그렇게 잘 작동한 것 같지는 않죠? 안 그래요?”라고 말해 웃음과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베네수엘라는 2009년 차베스 시절부터 축출된 마두로 정권까지 부지런히 다양한 러시아제 방공 시스템을 사들였다. 그래서 장거리 S-300VM 방공 시스템부터 부크(Buk)-M2 중ㆍ단거리 시스템, 구형(舊型) S-125 페초라-2M, 초근접 방어시스템 판치르-S1, 중국제 레이더까지 외견상 ‘다층(多層) 방어’ 구조를 갖췄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 5일 버지니아주의 한 조선소 부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그 러시아제 방공망들이 그렇게 잘 작동한 것 같지는 않죠? 안 그래요?”라고 말해 웃음과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베네수엘라는 2009년 차베스 시절부터 축출된 마두로 정권까지 부지런히 다양한 러시아제 방공 시스템을 사들였다. 그래서 장거리 S-300VM 방공 시스템부터 부크(Buk)-M2 중ㆍ단거리 시스템, 구형(舊型) S-125 페초라-2M, 초근접 방어시스템 판치르-S1, 중국제 레이더까지 외견상 ‘다층(多層) 방어’ 구조를 갖췄다.
또 작년 10월 마두로는 베네수엘라 전역에 휴대용 대공미사일(Manpads)인 이글라-S(SA-24) 5000기를 배치했다며, 미국의 공격에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고 호언장담했다. 11월까지 최신형 판치르-S1, 부크-M2E를 러시아에서 추가 도입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했을까. 미 군사전문매체들과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등은 미국이 압도적인 항공자산을 투입했을 뿐 아니라, 그동안 여러 전장을 통해 러시아 방공시스템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습득해 교란ㆍ대응할 능력을 갖췄다고 분석했다.
베네수엘라는 작년 11월 러시아로부터 처음 판치르-S1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을 받았다. 당시 러시아는 "미국의 허를 찔렀다"고 했지만, 베네수엘라군은 사실 이 시스템을 운용할 능력이 없었다. |
반면에, 베네수엘라군은 러시아제 방어 장비를 효과적으로 운용할 실력이 없었다. 아예 일부 부크(Buk) 미사일 시스템은 조립도 못하고 창고에 방치했다가 이번에 정밀 타격을 받았다.
◇ EA-18G 그라울러, 적 레이더 화면을 ‘유령 항공기’들로 가득 채워
냉전이 끝난 뒤에, 미군의 주요 임무가 대테러 작전이 되면서, 적의 첨단 레이더를 교란하고 위치를 파악하는 전자전(電子戰ㆍEW) 항공기들은 다소 소외됐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대규모로 쓰이면서 다시 르네상스를 맞았다.
미 해군이 운용하는 첨단 전자전기인 EA-18 그라울러. 미 군사전문가들은 공격 초기에 먼저 그라울러와 F-35의 전자전 장비들이 적의 레이더를 눈 멀게 하고 위치를 추적 파괴해, 미 전투기와 헬기들의 길을 열었을 것으로 본다. |
미 해군의 주력기인 F/A-18F ‘수퍼호넷’을 기반으로 한 그라울러는 적 레이더의 펄스(전파)를 가로채서 그 전파의 특징을 아주 정밀하게 수십, 수백개 복제[샘플링]해서 다시 쏜다. 이렇게 되면, 적 레이더 화면은 갑자기 ‘유령 항공기’들로 가득 차게 된다. 그라울러는 또 적 레이더를 탐지해서 위치를 파악해 파괴하는 대(對)레이더 미사일도 탑재하고 있다.
게다가 베네수엘라가 보유한 12개의 S-300 방공 시스템은 구(舊)소련 시절에 개발된 것이고, 이미 미국은 S-300이 배치된 시리아ㆍ이란 공격 때에, 또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러시아군의 S-300 시스템을 상대로 효과적인 교란 작전을 펼 전자정보(ELINT)를 많이 수집했다.
마두로 체포 급습작전 수일 전인 작년 12월28일 미 항모 에이브러햄 링컨함 갑판 위를 비행하는 EA-18 그라울러의 모습이 포착됐다. 글로벌데이터의 국방 분석가인 칼럼 케이는 “러시아의 S-300은 9S32ME 레이더에 의존하는데, 이는 특히 그라울러나 F-35C의 전자전 역량에 취약하다”며 “이 탓에, 베네수엘라군의 레이더 운용자들은 출력 전력을 높일 수밖에 없는데, 이는 오히려 자신들의 위치를 노출시켜 바로 대레이더 미사일의 표적이 됐다”고 진단했다.
◇”서류상 위협적인” 첨단 방공시스템, 조립도 안 된 채 창고에서 폭파돼
베네수엘라군은 S-300과 부크(Buk) 방공시스템을 유지ㆍ운용할 능력도 없었다. 그래서 미국의 ‘절대적 결의(Absolute Resolve)’ 작전 뒤에 나온 이미지들을 보면, 일부 방공 시스템은 수도 카라카스의 방공 네트워크에 통합되지도 못한 채 창고에 계속 보관돼 있다가 폭격을 받아 파괴됐다.
베네수엘라가 러시아로부터 받았지만 조립도 못하고 방치했다가 파괴된 초근접 방공시스템인 부크-M2 잔해. |
미 전직 정보관리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 자체의 수요로 인해, 러시아 군당국도 베네수엘라의 방공 시스템을 유지하고 완전히 통합시키는 능력이 제한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공군력 전문가인 더글러스 배리는 “베네수엘라가 보유한 시스템이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지만, 방공망의 유지 보수와 교육, 훈련에 대해선 계속 의구심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일부 미 전직 정보관리는 뉴욕타임스에 “혹시라도 베네수엘라 방공 시스템에 미 항공기가 격추될 경우 러시아에 닥칠 ‘후폭풍’을 고려해, 러시아가 베네수엘라에 판매한 군사장비의 방치를 조용히 방관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작년 10월25일 베네수엘라 국방부는 전국에 5000기의 휴대용 발사 미사일인 이글라-S를 배치해 미국의 공습에 대비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 3일 미국의 마두로 전격 체포 압송 작전에서, 베네수엘라 병사들은 미 항공기의 집중적인 대응 사격에 눌려 이글라 S를 발사하지도 못했다./베네수엘라 국방부 |
베네수엘라가 2017년에 대량으로 구입한 휴대용 지대공미사일(Manpads) 이글라-S 역시 마두로가 “전세계 모든 군대가 이글라-S의 위력을 알고 있고, 베네수엘라는 5000기 이상을 갖췄다”고 했지만, 작전 현장에선 이 휴대용 미사일이 발사되는 순간 미국 군용기의 막대한 집중 사격을 받았다. 이 압도적인 대응 사격의 억지력에 눌려, 베네수엘라 병사들은 이 맨패즈를 쏘지도 못했다.
◇압도적 공격 능력 투입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다층적인 전자전과 타격 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압도적인 숫자의 항공기를 투입했다.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은 “전술적 기습 요소를 유지하면서, 단일 목적을 위해 여러 단계서 서로 다른 공격을 동시에 쏟아붓는 효과(layer effects)를 내려고” 150대를 동원했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에, 양(量)은 그 자체로 질(質)이 된다.
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분석가 마크 칸시안은 한 웨비나(webinar)에서 “(미국의 공격은) 베네수엘라의 방공 시스템엔 가장 가혹한 시나리오였다”며 “러시아의 방공 시스템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효과적인 것은, 러시아가 상대하는 적수가 미국처럼 정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로선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감행하는 수준의 고강도 공습을 견뎌낼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한편, 런던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톰 위딩턴 연구원은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미국의 작전 성공이 나토(NATO) 내에 방심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며, “NATO의 공군력이 러시아가 동원할 수 있는 그 어떤 것보다도 최소 한 세대 이상 앞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원샷 국제뉴스 더보기
[이철민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