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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삼희의 환경칼럼] 열흘마다 여의도 하나씩 태양광 채워갈 건가

조선일보 한삼희 환경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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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삼희의 환경칼럼] 열흘마다 여의도 하나씩 태양광 채워갈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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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쉬지 않고 그렇게 해야
‘2030 재생전력 100GW’ 가능

韓, 이미 ‘태양광 밀도 세계 3위’
원자력 합치면 40% 청정 전력
콤플렉스 느낄 이유 없어
태양광 하되 과하게는 말아야
전남 영암군 학산면 간척지의 농지 사이로 곳곳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는 모습. /김영근 기자

전남 영암군 학산면 간척지의 농지 사이로 곳곳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는 모습. /김영근 기자


정부가 신규 대형 원전 2기 건설이라는 윤석열 정부 때의 계획을 원안 그대로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는 소식은 큰 다행이다. 신규 원전 없이 태양광·풍력만으로 AI 산업의 막대한 전력 수요를 감당한다는 것은 무리다. 원전, 태양광·풍력, 가스발전은 각각 기능이 다르다. 뭐가 우월하고 못 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도로 위에는 승용차만 아니라 버스, 트럭도 달려야 한다. 승용차와 트럭은 용도가 다르다. 어떤 때는 승용차를, 어떤 때는 트럭을 갖다 써야 한다. 태양광·풍력은 태양광·풍력의 할 일이 있고, 원자력에는 원자력이 할 일이 따로 있는 것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신규 원전 추진 여부를 놓고 개최한 토론회에서 김성환 장관이 “우리나라는 단위 면적당 원전 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했다. 그러자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우리나라가 밀도 세계 최고가 아닌 것이 있냐”고 되물었다. 태양광 밀도도 네덜란드 다음 세계 2위라는 것이다. 그동안 반(反)원전 진영은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율이 OECD 꼴찌라는 점을 부각시켜 왔다. 실제 IEEFA라는 미국 에너지연구기관의 2024년 한국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태양광·풍력·수력·바이오 등 재생 전력 비율(2023년 9.64%)은 OECD 37국 평균(33.49%)은 물론 세계 평균(30.25%)에 크게 못 미쳤다. 태양광 밀도가 세계 톱랭킹 수준이라는 것은 일반 상식으론 의외일 수밖에 없다.

자료를 뒤져봤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가 작년 7월 발간한 세계 재생에너지 통계집이 있다. 여기에 실린 2024년 한국의 태양광 설비는 26.7GW 규모였다. OECD에서 우리보다 태양광이 많은 나라는 미국, 독일, 일본, 스페인, 이탈리아, 호주의 6국이었다. 그런데 국토 면적을 고려한 밀도 통계(10만㎢당 태양광 설비)로 환산하자 양상이 달라졌다. 네덜란드가 압도적 1위(10만㎢당 71.2GW)였고 2위 벨기에(31.8GW), 3위가 한국(27.4GW)이었다. 세계 최대(887GW) 태양광 국가 중국도 밀도(10만㎢당 9.45GW)로는 우리보다 한참 뒤떨어져 있다. 한국은 국토 면적 대비 태양광 밀도에서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와 있는 것이다.

앞서의 IEEFA 한국 보고서엔 2023년 기준 ‘청정 전력 비율’ 통계도 있다. 청정 전력엔 태양광·풍력·수력·바이오만 아니라 원자력발전도 포함된다. 한국의 청정 전력 비율(40.32%)은 세계 평균(39.36%)보다 다소 높고 OECD 평균(49.96%)에는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태양광·풍력 비율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원자력까지 포함한 청정 전력에선 콤플렉스를 느낄 이유가 전혀 없다.

기후에너지부는 2030년까지 태양광·풍력 등 재생 전력 설비를 100GW까지 늘리겠다고 하고 있다. 태양광으로만 87GW를 채우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2030년까지 5년간 50GW 이상 태양광 설비를 더 늘려야 한다. 국내 최대 태양광 단지인 해남 솔라시도(0.098GW·2020년 준공)만 한 것을 500개 더 세워야 하는 규모다. 솔라시도 단지 면적(1.58㎢, 약 48만평)을 적용할 때 790㎢(2억3700만평·서울 면적의 1.3배)의 부지가 필요하다. 태양광 효율이 획기적으로 개선돼 500㎢ 면적이면 된다고 치자. 그렇다 해도 향후 5년, 1825일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축구 경기장 40개만큼씩 태양광을 늘려 가야 한다. 매 열흘마다 여의도를 꽉 채울 태양광을 지어가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막대한 50GW의 태양광(이용률 15%)에서 실제 생산할 전력량은 신규 원전 부지 한 곳을 정해 거기에 1.4GW급 한국형 원전(이용률 85%) 6기를 배치하면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태양광을 하지 말자는 뜻으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태양광은 장점이 많은 에너지라고 생각한다. 안전하고, 친환경적이고, 뭣보다 모듈형이라는 강점이 있다. 베란다 태양광도 가능하고 대단지도 만들 수 있어 규모의 유연성이 완벽하다. 공장 지붕, 주차장, 저수지 할 것 없이 최대한 태양광을 설치하자는 데 찬성이다. 문제는 아무리 그렇게 해도 우리에겐 좁은 국토의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은 산지 비율이 63%나 돼 쓸 수 있는 부지는 더욱 비좁다. 게다가 설치하기 용이한 장소들엔 이미 태양광이 들어서 있다. ‘100’이라는 숫자가 캐치프레이즈로 깔끔하고 멋있긴 하다. 그래도 5년간 재생 전력 100GW 달성은 우리에게 무리다. 한국이 태양광·풍력만 아니라 원전, 가스발전 등 모든 전력 생산 수단을 총동원하는 이른바 ‘에너지 믹스(mix)’ 전략을 써야 하는 이유다.

[한삼희 환경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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