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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다음은 쿠바… 트럼프 "석유 끊기면 정권도 끝"

파이낸셜뉴스 김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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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다음은 쿠바… 트럼프 "석유 끊기면 정권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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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을 베네수엘라 대통령 권한대행이라고 소개하는 가짜 이미지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렸다. 트루스소셜 캡처·뉴스1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을 베네수엘라 대통령 권한대행이라고 소개하는 가짜 이미지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렸다. 트루스소셜 캡처·뉴스1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니콜라스 마두로 축출 이후 쿠바를 차기 압박 대상으로 공식화하며 중남미 정세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베네수엘라산 석유와 자금이 쿠바로 흘러가는 통로를 전면 차단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돈줄 봉쇄형 압박 전략이 쿠바 정권의 생존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평가다. 쿠바가 베네수엘라의 저가 석유에 크게 의존해 온 만큼 에너지·경제 위기가 정치 체제의 불안으로 직결될 것이란 분석이다.

트럼프 "쿠바 제로" 선언, 석유·자금 차단

트럼프는 1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베네수엘라에서 쿠바로 가는 석유나 돈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며 "제로(0)"라고 못 박았다. 그는 쿠바가 수년간 베네수엘라로부터 막대한 석유와 자금을 받는 대가로 베네수엘라 정권에 보안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고 주장하며 이제 그 관계는 끝났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너무 늦기 전에 협상에 나서라"며 촉구하는 등 최후통첩 성격의 언어로 압박했다.

쿠바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미국의 압박을 "주권 침해"로 규정하며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브루노 로드리게스 외무장관도 쿠바는 미국의 강압에 굴복하지 않으며 연료를 수입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쿠바 공산당 역시 사회주의 체제 수호 의지를 재확인하며 내부 결속에 나섰다.

문제는 실물 경제다. 쿠바는 관광산업 침체, 만성적인 외화 부족, 비효율적인 국영 경제 구조에 더해 베네수엘라산 저가 석유 의존도가 높다. 석유 공급이 흔들릴 경우 전력 생산 차질과 잦은 정전, 물류 마비가 불가피하다. 이미 수도 아바나를 포함한 주요 도시에서는 연료 부족과 식량 배급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의 '제로 선언'이 현실화할 경우 에너지난이 정치적 불만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쿠바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게시물에 "좋은 생각"이라고 반응해 논란을 키웠다. 쿠바계 미국인인 루비오를 상징적으로 언급한 발언으로, 체제 교체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내 보수 진영에서는 쿠바 정권의 종말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쿠바 전략은 과거 제재보다 노골적이다. 외교적 고립과 제재를 넘어 베네수엘라와의 연결 고리를 끊어 체제 유지에 필요한 자원을 차단하겠다는 접근이다. 이는 군사 개입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실질적인 압박 효과를 노리는 방식으로 '돈줄을 끊어 내부 붕괴를 유도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반작용도 만만치 않다. 쿠바가 러시아, 중국 등 우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거나 비공식 경로를 통한 에너지 확보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중남미 좌파 정권 전반이 미국의 압박에 공동 대응할 경우 지역 내 정치적 긴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쿠바 정권이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반미 정서를 자극해 체제 생존을 도모할 가능성 역시 변수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30일 플로리다주 핼런데일 비치에서 열린 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30일 플로리다주 핼런데일 비치에서 열린 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베네수 석유는 소유 아닌 관리, 생산 확대"

쿠바 압박의 배경에는 베네수엘라 석유에 대한 미국의 통제 강화가 자리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마두로 축출 이후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에 대한 개입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 수장인 크리스 라이트 장관은 미국 기업들의 진출 확대와 생산 증가를 예고하며 베네수엘라 원유 판매를 미국이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정부는 일정 물량의 원유를 확보해 유통을 통제하고, 판매 대금은 미국 재무부 계좌에 예치하도록 하는 조치도 취했다.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를 직접 소유하지는 않지만, 사실상 유통과 수익 흐름을 관리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국제 유가 하락을 유도하는 동시에 쿠바로 흘러가던 석유·자금의 차단을 실효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베네수엘라와 쿠바를 하나의 고리로 묶어 압박해 돈로주의(1820년대 유럽의 미주 간섭을 배격하는 먼로주의에 도널드 트럼프를 결합한 신조어)를 강화하는 연쇄 봉쇄 전략인 셈이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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