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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도 성장인가? 정부 주도 인플레이션인가?

조선일보 김기훈 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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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도 성장인가? 정부 주도 인플레이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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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의 생각]
李대통령, 올해 대도약 원년 선언
전략산업 지원 등 핑크빛 성장 제시
“빚내 돈 풀어 물가 더 오를 것” 비판 많아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한국경제가 2%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서 “올해는 모든 분야에서 성장을 이뤄내는 대한민국 대도약의 원년이자, 이재명 정부가 경제 운영에 대해 제대로 책임지는 첫해”라며 “올해는 잠재성장률을 약간 상회하는 2% 정도 성장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경제사령탑인 재정경제부도 최근의 자체 전망치보다 0.2%포인트 높은 2.0%의 성장을 예상했다. 그래서 시장 참가자들은 정부가 작년에 1.0% 정도에 그친 경제성장률을 올해 2.0%로 끌어올리는 것을 경제정책 운용의 목표로 삼고 있다고 해석한다.

이재명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1월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스1

이재명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1월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스1


재경부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제시했다. ①반도체·방위산업·바이오 등 국가전략산업을 집중 육성해 수출 늘리기 ②국내 생산 기업에 세제 혜택을 줘 물가 낮추기 ③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 등 장기 주식투자자에게 세제 혜택 주기 ④20조원 규모의 한국형 국부펀드를 창설해 외화 벌기 등이 주요 내용이다.

정부가 이러한 성장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수단은 재정지출 확대이다. 작년보다 8.1% 증가한 728조원에 달하는 거대 예산을 이미 짜놨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110조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한다. 이러한 대규모 재정지출과 국채 발행 때문에 정부의 핑크빛 경제전망은 정부 주도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왜 그럴까?

정부가 돈 풀면 환율은 상승

정부가 목표로 하는 2% 경제성장률은 소비자물가 상승 효과를 제외한 실질 경제성장률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예상하는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2.1%)을 더하면 국민들이 체감하는 명목 경제성장률(4.1%)이 나온다. 집값, 식료품 가격, 연봉 등이 올해에 작년보다 대략 4.1% 정도 오르면 국민의 삶은 더 나빠지지 않고 제자리걸음을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지난 7개월간 국정운영 실적을 보면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우려는 수입물가를 좌우하는 환율에서 시작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작년 6월 취임한 이후 '빚 내서 돈 풀기' 정책을 사용하면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11일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작년 6월 취임한 이후 '빚 내서 돈 풀기' 정책을 사용하면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11일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뉴시스


환율 전문가들은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의 장기 변동 추이를 이렇게 분석한다. 세계 각국 통화의 가치를 결정하는 기준인 미국 달러의 가치(달러 인덱스)는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 등 6개 주요 통화와 비교해 결정된다. 기축통화가 아닌 한국의 원화는 이렇게 결정된 달러화 가치 변동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한국 내 다른 변수들이 가세해 원화 환율이 서울 외환시장에서 최종 결정된다.

이 대통령이 취임한 후 지난 7개월간 환율은 어떻게 변했을까? 지난해 6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미국의 달러 인덱스는 99.19에서 98.35로 0.82% 하락했다. 달러화 가치가 0.82% 내리면 달러의 상대방인 원화 가치가 그만큼 오른다. 원화 가치와 환율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0.82% 하락해야 한다. 하지만 같은 기간 원화 환율은 1달러당 1360원에서 1439원으로 5.8%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이 둘의 차이(6.6%포인트)를 ①원화 통화량 증가 ②향후 원화 환율 상승 기대에 따른 달러 매물 부족 등으로 설명한다. ①번 요인을 분석해 보면 지난해 6~12월 7개월간 이재명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와 한국은행의 통화완화 정책으로 통화량(M2 기준)은 3.6% 증가했다. 6.6%포인트 중에서 3.6%포인트, 즉 환율 급등의 절반 이상이 이재명 대통령의 재정 지출 확대와 한국은행의 통화량 증가 탓이라는 설명이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전문가들은 더 나아가 이 대통령이 올해 재정지출을 작년보다 8.1%나 늘리면서 110조원의 적자국채를 발행, 작년보다 적자국채 발행 물량이 23조3000억원 더 늘어나는 점에 주목한다. 국채는 여러 경로를 통해 한국은행에 흘러들면서 한국은행 창구에서 현금이 나가는 효과가 발생한다. 복잡한 계산을 거쳐 내린 결론을 보면, 국채 증가 물량이 연중 분산해 발행된 후 M2 통화승수(13.7배)만큼 유통될 경우 환율을 4%가량 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달러 인덱스나 한은 통화정책 등 다른 변수에 변화가 없다고 가정할 경우 정부의 국채 추가 발행만으로도 작년 말 1달러당 1439원이던 환율이 올해 연말 1497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뜻이다. 환율이 오르면 국제유가의 대폭락 등 해외 횡재가 없을 경우 원유와 쇠고기 같은 수입 물가가 그만큼 더 상승한다. 수입물가를 포함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부 예상치(2.1%)를 초과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물가가 오르는 만큼 국민의 실질소득도 감소한다.

집값도 고공행진 이어갈 듯

정부 주도 인플레이션 조짐은 생필품 중의 하나인 주택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한 주 동안 0.18% 오르면서 48주 연속 상승했다. 전주(0.21%)보다 상승 폭이 0.03%포인트 축소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만약 현재의 상승률이 향후 52주 동안 이어진다면 연간 9.36% 오르는 셈”이라고 말했다. 현재 30억원짜리 아파트는 연말에 33억원으로, 100억원짜리 아파트는 110억원으로 가격이 상승한다. 상승률이 정부가 예상하는 올해 명목 경제성장률(4.1%)보다 훨씬 높다.

정부가 돈을 풀면 집값이 오른다는 기대감에 서울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6일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뉴스1

정부가 돈을 풀면 집값이 오른다는 기대감에 서울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6일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뉴스1


전문가들은 특히 정부가 올해 재정지출을 대규모로 확대하기 때문에 그 돈이 돌고 돌아서 장기 투자수익률이 높은 상급지 선호 지역 아파트에 귀착될 것으로 예상한다. 또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일부 해제하면 상급지 가격에 맞춰 중급지와 하급지 가격이 따라 오르는 키 맞추기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①전월세 세입자 권리 대폭 확대 ②1세대 1주택의 비율식 양도소득세 공제(장기보유특별공제) 철폐 ③1인당 평생 1차례 2억원 정도의 정액 양도소득세 공제(장기보유특별공제) 도입 ④보유세 대폭 강화 등의 근본적 조치들을 동시에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이 대통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6월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조세 저항을 감내하며 구조개혁에 나설 가능성은 제로(0)라는 비관적 전망이 더 많다. 이 대통령이 이미 임기 초반의 골든타임을 놓쳐 앞으로 시장에 질질 끌려갈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앞으로도 고공 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빈곤 상태로 내몰리는 서민들

시장에서는 올해에 환율이 더 오르고 주택 가격도 더 상승할 것이라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팽배해 있다. 이에 맞춰 근로자들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주택 매도자는 더 높은 가격을 부르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환율과 주택 가격에서 예상되는 인플레이션이 이 대통령의 ‘빚내 돈 풀기’ 정책 때문이라고 본다. 정부가 올해 명목 경제성장률을 4.1%로 예상하는 반면, 정부 지출을 작년보다 8.1%나 늘리기로 하면서 정부 주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주가가 오르고 집값이 상승하면 자산 보유자들은 일단 행복해진다. 자기 재산이 불어나면서 삶이 나아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 전반에 인플레이션 광풍이 휩쓸면 예컨대 주식 투자로 1억원을 벌어 집을 사려해도 집값은 이미 2억원이 올라가 있다.


정청래(사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6월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지난 1월 2일 시도당위원장 및 시도당지방선거기획단장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스1

정청래(사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6월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지난 1월 2일 시도당위원장 및 시도당지방선거기획단장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스1


전문가들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7년 취임 이후, 특히 2020년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시중에 푼 막대한 유동성(자금)이 아직도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고 본다. 그 바람에 최근 수년간 물가가 워낙 많이 올라 한국은행의 물가상승률 관리 목표치인 2%도 버겁게 느끼는 국민이 많아졌다고 설명한다. 인플레이션 고착화 우려가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빚을 내가면서 대규모 재정지출 확대 정책을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오는 6월 지자체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국정운영 전략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서민을 위해 물가안정에 주력해야 할 대통령이 선거에 승리해 자기 기득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면서 노동자, 연금생활자, 무직 청년층을 빈곤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김기훈 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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