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규모 글로벌 스타트업 페스티벌 '컴업(COMEUP) 2025'에서 관람객들이 디지털트윈 로봇 자동화 시뮬레이션 및 통합 모니터링 플랫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뉴스1 |
글로벌 벤처캐피털(VC)들이 한국 시장에서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한국을 아시아의 새로운 투자 거점이자 기술 파트너로 주목하며 탐색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가장 상징적인 움직임은 세계 3대 VC로 꼽히는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다. a16z의 암호화폐 투자 부문인 ‘a16z 크립토(crypto)’는 지난달 서울 사무소를 개설하고 박성모 전 모나드재단 아시아태평양 지역(APAC) 담당을 총괄 아시아 태평양 사업부 총괄 책임자로 선임했다. 아시아 진출을 위해 한국을 헤드쿼터로 삼은 것이다. 앤서니 알바네세 a16z 크립토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당시 “한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암호화폐 시장이며 성인 3명 중 1명이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라며 시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아시아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지리적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앤드리슨호로위츠(a16z) 크립토 로고./뉴스1 |
특히 테크 분야에 특화된 투자자들의 진출도 눈에 띈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창립 멤버 출신 케빈 지앙이 2024년 설립한 ‘망구스타캐피털(Mangusta Capital)’은 최근 한국 담당 심사역 채용에 나섰다. 파트타임이나 인턴 형태지만, 국내 스타트업 발굴과 창업자 미팅을 전담할 인력을 통해 한국 테크 생태계 내 파이프라인 만들기에 나선 것이다. 망구스타캐피털은 특정 산업에 특화된 ‘버티컬 AI’, ‘컨슈머 테크’ 등을 핵심 투자 분야로 내세우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탐색 단계지만 그만큼 글로벌 톱티어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우버·페이팔 등을 키워낸 ‘플러그앤플레이’는 2021년 서울에 진출한 데 이어 작년 부산 등으로 지사를 확장하며 초기 유망주 발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부의 정책도 글로벌 자본 유입을 거들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작년 글로벌 펀드를 결성해 미국 VC 3곳을 운용사로 선정하고, 최소 3000만달러(약 440억원) 이상을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하도록 했다. 이 펀드 운용사 중 한 곳인 ‘서드프라임 캐피털’은 최근 국내 방산 테크 스타트업 ‘본’에 170억원을 투자했다. ‘본’은 가품 판별 기술 등으로 주목받은 AI 스타트업 마크비전을 창업했던 이도경 대표가 설립한 곳으로, 시드 단계임에도 이례적인 규모의 투자가 이뤄져 주목받았다.
이 같은 VC들의 움직임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지정학적으로 투자가 어렵고, 일본은 속도가 느린 데다 내수 기업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은 매력적인 선택지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테크 스타트업들이 엔비디아, 구글 등 해외 기업들의 투자를 받거나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관심이 장기적인 투자로 이어지려면 결국 확실한 성공 사례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한 VC 관계자는 “해외 VC들이 한국에 오는 것은 결국 ‘돈이 되는 시장’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계속 이런 투자 사이클과 흐름이 이어지려면 결국 앞으로 어떤 성과를 내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최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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