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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에 나타난 미 군함, K조선의 미래 먹거리 였다

조선일보 한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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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에 나타난 미 군함, K조선의 미래 먹거리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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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미 해군 MRO 시장 노리는 조선사
미국 해군함정 HJ중공업 영도조선소 입항    (서울=연합뉴스) HJ중공업은 미국 해군 해상수송사령부 소속 4만t급 군수지원함 'USNS 어밀리아 에어하트'함이 12일 부산 영도조선소에 입항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HJ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에 입항한 미 해군 함정. 2026.1.12 [HJ중공업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2026-01-12 14:06:54/<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미국 해군함정 HJ중공업 영도조선소 입항 (서울=연합뉴스) HJ중공업은 미국 해군 해상수송사령부 소속 4만t급 군수지원함 'USNS 어밀리아 에어하트'함이 12일 부산 영도조선소에 입항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HJ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에 입항한 미 해군 함정. 2026.1.12 [HJ중공업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2026-01-12 14:06:54/<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12일 오전 9시쯤 부산 영도구 바닷가. 매서운 겨울바람을 뚫고 미 해군의 4만t급 군수 지원함 ‘USNS 아멜리아 에어하트함’이 모습을 드러냈다. 부산의 중견 조선사 HJ중공업의 영도조선소에 수리를 받으러 온 것이다. 이 배에선 향후 수개월간 주요 시스템 점검, 수리, 부품 교체 및 도장 작업 등 MRO(유지·보수·정비)가 이뤄질 예정이다.

미군 MRO 사업은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이 추진하는 미래 먹거리 중 하나다. 이 회사는 글로벌 선박 발주가 위축되면서 10년 가까운 장기 불황을 경험했다. 최근 글로벌 선박 발주가 늘고 체질 개선에도 성공하며, 지난 2024년 11년 만에 가까스로 흑자 전환했다. 이를 교훈 삼아 업황을 타지 않는 MRO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과 해양 패권을 겨루고 있지만, 미국 내 조선소의 인프라 노후와 인력 부족 등을 겪고 있다. 군함 생산은 아직 외국에 맡기지 않지만, 연 130~150척에 달하는 함정 MRO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배를 동맹국 조선소로 보내고 있다. 이미 미 해군의 MRO 예산은 2020년 60억달러 수준에서 2023년 73억달러까지 늘었고, 중국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앞으로 더 꾸준히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래서 이 사업을 따내려고 한국, 일본, 싱가포르 등의 조선사들이 경쟁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른 함정 MRO

국내 조선소는 상선이든 특수선이든 새로 배를 만드는 ‘신조(新造)’ 중심으로 기술력을 쌓았고 영업도 해왔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2020년대 초반까지의 긴 조선업 불황을 겪으며 생각이 바뀌었다. 발주가 적은 이른바 ‘보릿고개’가 닥쳤을 때도 일감을 유지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진 것이다. 그 와중에 미·중 해양 패권 대결이 치열해지며 미국이 해군력 보강에 나서자 MRO가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했다. MRO는 새 선박 발주와 무관하게 운용 중인 함정이 존재하는 한 수요가 계속 발생하는 ‘비사이클형 수익원’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지난해 관세 협상 과정에서 출범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까지 출범하며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미 한화오션이 2024년 8월 미 해군 군수지원함 ‘윌리쉬라호’ MRO를 따내 작년 3월 ‘새 배’처럼 바꿔 출항시켰다. 이미 총 5건의 수주 실적을 올렸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호로 따낸 MRO사업인 미 해군 군수지원함 ‘앨런 셰퍼드함’의 정비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추가로 ‘세사르 차베스함’도 수주해 이달 두 번째 정비를 시작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8월 미국 비거 마린 그룹과 MRO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중견 조선사도 움직이고 있다. HJ중공업은 최근 미 해군이 발급하는 MSRA(Master Ship Repair Agreement) 인증 취득도 앞두고 있다. 이 인증이 있어야만 전투함 같은 고난도 함정 정비에 참여할 수 있다. 2017년 방산 기업으로 지정돼, 2019년 STX조선해양의 특수선(군함 제조) 사업부를 인수한 SK오션플랜트도 MRO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MSRA 취득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가포신항에서 미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 호'의 MRO 작업이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

지난해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가포신항에서 미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 호'의 MRO 작업이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


◇미국 시장만 20조 규모


함정 MRO는 보안·기술·품질 인증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진입 장벽이 높은 시장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경쟁자가 제한적이고, 한 번 신뢰를 확보하면 장기간 거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 전망도 밝다. 모도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해군 함정 MRO 시장 규모는 2024년 577억 6000만달러(약 84조)에서 2029년 636억 2000만달러(약 92조)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 중 미국 시장만 20조원 규모에 달한다고 추산한다.

특히 국내 조선사들은 일본이 주로 가져갔던 인도·태평양 지역을 담당하는 7함대 소속 물량을 노리고 있다. 마스가 프로젝트까지 가동되면서 한국 조선사의 기대감은 더 커지고 있다. 특히 MRO로 쌓은 신뢰가 장기적으로 새 미국 군함을 만드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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