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람 칼럼니스트] 연초가 되면 많은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사업계획서에 비슷한 문장이 등장한다.
"2026년에는 회사를 더 알리고 싶다"
"브랜드 인지도를 올해 목표로 잡았다"
"2026년에는 회사를 더 알리고 싶다"
"브랜드 인지도를 올해 목표로 잡았다"
"이제는 외부에서 우리를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투자, 채용, 파트너십을 동시에 고민하는 단계에 접어들면 "우리가 밖에서 어떻게 보이는가"라는 질문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된다. 이때 많은 기업이 PR의 필요성을 처음으로 체감한다.
문제는, 필요성을 느끼는 시점과 실행 여건이 가장 나쁜 시점이 정확히 겹친다는 데 있다.
스타트업은 항상 부족한 것들 사이에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 조직이다. 예산은 제한적이고, 인력은 최소한이며, 제품과 전략은 끊임없이 바뀐다. 이런 환경에서 PR과 브랜딩은 종종 "지금은 아니지 않나"라는 판단 아래 뒤로 밀린다.
당장 숫자로 보이는 퍼포먼스 마케팅에 비해 PR은 결과가 느리고, 기자에게 거절당할 위험도 있으며, 무엇보다 내부에서 누가 책임질지 애매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연초에는 PR을 고민하다가, 상반기가 지나면 다시 "조금 더 여유가 생기면"으로 미뤄버린다.
하지만 이 판단이 반복될수록, 기업은 중요한 자산을 하나씩 놓치게 된다. 제품 출시, 첫 고객, 첫 파트너십, 피벗과 실패의 경험들이 기록되지 않은 채 지나가버린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빠르게 결과를 만든다. 클릭, 전환, ROAS 같은 지표는 "우리가 지금 뭔가 하고 있다"는 확실한 신호를 준다. 반면 PR과 브랜딩은 즉각적인 숫자를 약속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 번 만들어진 보도, 인터뷰, 기고, 발표 자료는 검색 결과와 레퍼런스로 남아 반복해서 활용된다. 광고 예산이 멈추면 성과도 멈추는 구조와는 전혀 다른 성격이다.
이 둘은 대체 관계가 아니다. 서로 다른 시간축을 담당하는 도구다. 단기 압박을 푸는 역할과 장기 신뢰를 쌓는 역할은 분리되어 있다.
연초에 PR을 고민하는 기업들이 가장 많이 빠지는 함정은 두 가지다. 첫째, PR은 큰 예산과 전문 인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둘째, 완벽하게 준비된 뒤에 시작해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 그런 단계가 아니다"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하지만 실제 사례들을 보면, 의미 있는 PR을 만든 기업들은 대개 작은 범위에서, 명확한 구조로 시작했다. 핵심은 얼마를 쓰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반복하느냐다.
사진 = 본 칼럼의 내용을 생성형 AI이미지로 구성했다. ⓒ 나노바나나. |
연초에 PR을 시작한다면, 이것부터 정하라
연초에 PR의 필요성을 느낀 기업이라면, 다음 네 가지 질문부터 정리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첫째, 우리를 설명하는 핵심 스토리는 무엇인가. 모든 메시지를 담으려 하지 말고, 올해 반복해서 말할 한두 가지 이야기부터 정한다.
둘째, 누가 우리 이야기를 이해해야 하는가. 고객, 투자자, 채용 후보, 파트너 중 가장 중요한 타깃을 명확히 한다.
셋째, 어디에 기록을 남길 것인가. 모든 매체가 아니라, 우리 업과 맥락이 맞는 채널 몇 곳에 집중한다.
넷째, 누가 이 흐름을 유지할 것인가. 전담 인력이 없더라도, 내부에서 최소한의 책임 구조는 필요하다.
이 정도만 정리돼도 PR은 막연한 이미지 작업이 아니라 실행 가능한 업무로 바뀐다.
PR 성과는 비즈니스 신호에서 찾아라
"PR은 중요한데, 효과를 어떻게 아나요?"
이 질문은 연초 PR을 고민하는 기업이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이다. 퍼포먼스 마케팅처럼 대시보드에 숫자가 찍히지 않으니, PR 활동이 실제로 비즈니스에 기여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느낀다. 하지만 측정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PR은 다시 '나중에 할 일'로 밀린다.
초기 스타트업에게 가장 현실적인 PR 성과 측정법은 복잡한 통계가 아니라, 일상에서 나오는 비즈니스 신호를 기록하는 것이다.
보도 이후 일주일간 이런 것들을 세어보라. 투자자 미팅에서 "기사 봤어요"라는 말이 나온 횟수, 채용 지원서에 "언론에서 보고 지원했다"는 언급, 영업 미팅에서 상대가 회사를 이미 알고 있던 비율, 홈페이지나 채용 페이지 유입량 변화, 파트너사나 협력사로부터의 인바운드 문의.
이런 신호들은 즉각적인 전환을 만들지 않지만, 기록하기 시작하면 패턴이 보인다. 어떤 매체에 나갔을 때 반응이 컸는지, 어떤 메시지가 더 많이 회자됐는지가 점차 명확해진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각 PR 활동이 디지털 환경에서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추적해볼 필요가 있다.
같은 기사라도 영향력은 다르다. 주요 일간지에 실렸는지, 업계 전문지에 실렸는지, 온라인만 나갔는지 지면까지 포함됐는지, 단독 인터뷰인지 여러 기업 중 하나로 언급됐는지에 따라 파급력이 달라진다.
그런데 2026년 현재, 여기에 더해 확인해야 할 것이 두 가지 더 생겼다.
첫째는 포털 검색 최적화 여부다. 보도자료가 배포됐다고 끝이 아니다. 일주일 동안 매일 같은 시간에 네이버와 구글에서 회사명, 제품명, 핵심 키워드로 검색해보라. 어떤 기사가 상위에 노출되는가? 우리가 원하는 메시지를 담은 기사가 첫 페이지에 있는가? 검색 결과에서 보이지 않는 보도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둘째는 AI 검색에서의 반영과 포지셔닝이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ChatGPT, Perplexity, Gemini 같은 AI 도구로 정보를 찾는다. 게스트 모드나 시크릿 모드로 우리 회사를 검색해보라. "우리 회사명 +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우리가 속한 카테고리 + 주요 기업", "우리 경쟁사와 우리 회사의 차이점" 같은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다.
AI가 우리 회사를 어떻게 설명하는가? 최근 보도 내용이 반영되어 있는가? 더 중요한 것은, AI가 우리를 해당 카테고리의 주요 플레이어로 인식하고 있는가, 그리고 경쟁사와 비교할 때 우리의 강점을 제대로 설명하고 있는가다.
AI 검색 결과에 우리 기사가 제대로 반영되어 있고, 카테고리 내 포지셔닝이 명확하다면, 그 보도는 단순한 일회성 노출이 아니라 장기적인 평판 자산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측정을 시작하면, PR은 전략이 된다
이런 측정을 막연하게 "해봐야지"로 끝내면 안 된다. 간단한 스프레드시트 하나면 충분하다.
먼저 각 보도마다 날짜, 매체명, 제목, 형태, 링크를 기록한다. 그다음 보도 후 1주일간 수집한 비즈니스 신호를 정리한다. "기사 봤어요" 언급 횟수, 투자 문의 건수, 채용 지원 증가 인원, 파트너 인바운드 건수를 함께 적어두는 것이다.
검색 모니터링은 일주일간 매일 같은 시간에 체크한다. 보도 다음 날부터 7일차까지 네이버 순위, 구글 순위를 기록하고, 경쟁사 기사가 상위에 있는지, 우리 기사 순위가 상승하는지 하락하는지를 메모로 남긴다.
AI 검색 평가는 월 1회 또는 주요 보도 직후에 체크한다. ChatGPT, Perplexity, Gemini에서 회사 설명이 정확한지, 카테고리 내에서 우리가 언급되는지, 경쟁사 비교 시 포지셔닝이 명확한지를 확인하고 평가를 적어둔다.
마지막으로 분기별로 종합 평가를 정리한다. 총 보도 건수, 주요 일간지 단독이 몇 건인지, 전문지 단독이 몇 건인지, 비즈니스 신호 총합이 어떻게 되는지, AI 포지셔닝이 개선됐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기록하면 세 가지를 비교할 수 있게 된다. 이번 분기가 지난 분기보다 나아졌는가, 어떤 매체에 나갔을 때 반응이 좋았는가, 어떤 각도의 스토리가 더 오래 검색되고 AI에 남았는가.
이 데이터가 쌓이면, "다음 분기에는 주요 일간지 단독 3건 + AI 검색에서 카테고리 상위 3개 기업에 포함"처럼 구체적인 목표를 세울 수 있다.
PR 성과를 측정하기 시작하면 두 가지가 달라진다.
첫째, PR 담당자나 대표의 업무가 명확해진다. "이번 달은 뭘 해야 하지?"가 아니라 "어떤 매체에, 어떤 형태로 노출돼야 검색과 AI에 남을까?"로 질문이 바뀐다.
둘째, 매출이나 투자 유치 같은 비즈니스 결과와 PR 활동의 상관관계를 파악하기 쉬워진다. 데이터가 쌓이면 "검색 상위 노출이 많았던 분기에 투자 문의도 많았다"는 식의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측정 없이는 개선도 없다. 연초에 PR을 시작하기로 했다면, 성과를 확인할 방법도 함께 설계해야 한다.
PR은 회사를 '포장하는 일'이 아니다. 기업이 어떤 선택을 해왔고, 무엇을 시도했고, 어디까지 왔는지를 외부에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다. 연초마다 "회사를 더 알리고 싶다"고 말하지만, 막상 1년 뒤 돌아보면 남아 있는 이야기가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그 차이는 능력이 아니라, 시작 시점과 구조의 문제다.
PR은 여유가 생기면 하는 일이 아니다. 필요하다고 느낀 바로 그 시점에, 작게라도 시작해야 하는 일이다. 그 기록들이 쌓여야, 다음 연초의 목표가 더 현실적인 출발선 위에 놓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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