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벨리온
2020년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 도전장
5년 만에 6500억 유치, 유니콘 기업 성장
“경쟁자는 엔비디아” NPU 시장 1위 포부
2020년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 도전장
5년 만에 6500억 유치, 유니콘 기업 성장
“경쟁자는 엔비디아” NPU 시장 1위 포부
<그 회사 어때?>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AI 고속도로로 세계 3대 강국!”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리벨리온 사옥을 찾아 ‘AI 고속도로로 세계 3대 강국!’이라고 적은 리벨리온의 AI 칩. 박지영 기자. |
전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지난 9월 ‘시대에 새로운 한 수’라고 사인한 리벨리온 AI 칩. 박지영 기자.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AI 고속도로로 세계 3대 강국!”
이달 16일 찾은 경기도 분당구 리벨리온의 오피스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친필 문구가 적힌 리벨리온의 리벨쿼드(REBEL-Quad)가 놓여있었다.
박성현 리벨리온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 인공지능(AI) 글로벌 협력 기업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리벨리온은) 아시아-태평양(APEC) 지역 유일의 AI 반도체 유니콘 기업”이라며 “먼 미래에 엔비디아와 같은 무대에 서서 지든 이기든 주먹이라도 한번 휘둘러 보자, 맞아 죽더라도 글로벌에서 맞아죽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설립 5년 만에 6500억원 유치한 리벨리온
“‘비(非) 엔비디아’ AI 인프라 체계 형성 중”
“경쟁자는 엔비디아” NPU 시장서 1위 목표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가 지난 12월 16일 리벨리온 미디어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 [리벨리온 제공] |
리벨리온은 데이터센터향 추론 AI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 스타트업이다. 학습(training)이 아닌 추론(inference)에 집중해 전력 효율과 비용 구조를 동시에 개선하는 전략이 핵심이다. AI 인프라의 병목으로 지적되는 전력 소모, 자원 활용률 문제를 ‘GPU 일변도’가 아닌 대안적 NPU(신경망처리장치)로 풀겠다는 접근이다.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박사 졸업, MIT 전기공학 및 컴퓨터과학부 석사·박사를 마친 박성현 대표는 미국에서 인텔, 스페이스 X, 모건스탠리를 거치면서 AI의 발전과정을 옆에서 지켜봤다. 박 대표는 한국 반도체 생태계의 잠재력에 베팅, 2020년 9월 판교에 리벨리온을 설립했다.
리벨리온의 ‘리벨쿼드’. 리벨쿼드는 4개의 다이를 결합한 빅칩(Big Chip) NPU로, HBM3E 기반 메모리 아키텍처를 적용해 대규모 추론 워크로드에 최적화됐다. 세계 최초로 UCIe-어드밴스드 표준을 실제 칩에 구현한 점도 특징이다. [리벨리온 제공] |
박 대표는 “과거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강국’으로 자리 잡았던 것처럼,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충분히 같은 성공 방정식을 만들 수 있다고 봤다”며 “한국은 훌륭한 반도체 인프라와 인재 풀이 있는 나라이고, 그 생태계의 수혜를 받아 다시 글로벌로 나가는 게 다음 5년의 목표”라고 말했다.
설립 5년 만에 리벨리온은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약 6500억원을 유치하며 기업가치 2조원 규모의 유니콘으로 성장했다. 2022년 시리즈A에서 KT의 전략적 투자를 받았고, 2024년 시리즈B에서는 사우디 아람코와 싱가포르 파빌리온 캐피탈 등 해외 자본을 끌어들였다. 올해는 시리즈C 단계에 진입해 아시아 스타트업 가운데 처음으로 ARM의 전략적 선택을 받았다.
리벨리온은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H200·B200과 비교했을 때 자사의 칩이 전력·가격 면에서 우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박지영 기자 |
박 대표는 “지난 5년은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이 어떤 기업을 차세대 신경망처리장치(NPU) 파트너로 인정할지 가늠하던 시기였고, 리벨리온은 그 과정에서 선택받은 기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5년을 ‘비(非) 엔비디아’ 중심의 새로운 AI 인프라 체계가 형성되는 시기로 봤다. 그는 “우리 경쟁자가 누구냐고 물으면 엔비디아라고 답한다. 당장은 아닐지언정 5년 후, 10년 후 정말로 엔비디아와 링에 올라가서 경쟁하겠다는 다짐이 우리 팀의 비전”이라며 “지금은 일방적인 목표지만 결국에는 엔비디아와의 경쟁에서 일부 마켓셰어를 가져오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는 포부를 밝혔다. 엔비디아에 도전하는 NPU 진영에서 1위를 차지하겠다는 뜻이다.
지난 10월 리벨리온에 합류한 마샬 초이 최고사업책임자(CBO)도 “미국, 일본, 중동, 동남아 등 주요 지역의 정부와 기업들이 AI 인프라 다변화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며 ‘리벨리온은 기술력과 제품 완성도를 모두 갖춘 기업으로, ’비(非) 엔비디아‘ 대안을 찾는 글로벌 고객에게 가장 경쟁력 있는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칩렛’과 ‘에너지 효율’ 중심에 둔 AI 칩
2023년 ‘아톰’, 2025년 ‘리벨쿼드’ 공개
설립 5년 만에 양산부터 상용화까지
기술 전략의 중심에는 ‘칩렛’과 ‘에너지 효율’이 있다. 리벨리온은 2023년 첫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아톰(ATOM)’을 출시한 데 이어, 올해 차세대 플래그십 제품인 ‘리벨쿼드’를 공개하며 글로벌 추론 시장 공략에 나섰다.
리벨쿼드는 4개의 다이를 결합한 빅칩(Big Chip) NPU로, HBM3E 기반 메모리 아키텍처를 적용해 대규모 추론 워크로드에 최적화됐다. 세계 최초로 UCIe-어드밴스드 표준을 실제 칩에 구현한 점도 특징이다.
오진욱 리벨리온 CTO는 지난 12월 ‘2025 인공지능반도체 미래기술 컨퍼런스(AISFC)’에서 “GPU는 성능은 뛰어나지만 전력 소모가 크고, 구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 차원에서는 활용률이 20~30%에 그친다는 한계가 있다”며 “우리는 데이터센터 설계 단계에서부터 전력과 자원 활용 문제를 풀기 위한 칩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엔비디아처럼 하나의 거대한 칩을 만드는 방식 대신, 반도체를 쪼개 제작한 뒤 다시 결합하는 칩렛(Chiplet) 구조를 선택했다”며 “이를 통해 생산성과 수율 문제를 줄이면서도 대규모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벨리온의 리벨쿼드는 2PF(페타플롭스) 성능을 갖춰 국내 가속기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고 절대수치로만 비교하면 엔비디아의 가속기 H200급이라고 볼 수 있다”며 “엔비디아의 H200보다 전력이나 가격적인 측면에서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엔비디아의 B200 또한 분명 강력한 제품이지만, 전력과 가격을 함께 고려하면 리벨리온의 솔루션이 더 나은 성과를 제시할 수 있다”며 “우리는 단순히 카드나 서버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성능을 최적의 에너지 효율로 구현해주는 AI 인프라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향후 리벨리온은 리벨쿼드를 중심으로 고속 통신 전용 칩렛을 결합한 ‘REBEL IO(리벨-아이오)’ 등 확장 라인업을 선보일 예정이며, 고객의 다양한 환경과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모듈형 칩렛 생태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특히 설립 5년 만에 양산과 상용화 전 과정을 완주하며, 한국 스타트업 가운데 드물게 칩 설계에 그치지 않고, 카드·서버·랙까지 확장된 제품군을 구현했다.
국내 스타트업 중 유일하게 대규모 AI 상용 서비스에 NPU를 실제 적용해 기술 성숙도와 안정성도 입증했다.
현재 리벨리온의 AI 반도체 ‘아톰’은 KT클라우드와 협력해 국내 최초 NPU 기반 데이터센터를 상용화하는 성과를 거뒀다. SKT 반려동물 X-ray 진단 보조 서비스 ‘엑스칼리버’와 ‘에이닷’ 서비스 내 통화녹음 기능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박성현 대표는 “현재 리벨쿼드로 미국 주요 AI 회사들과 성능 테스트(PoC)를 진행 중”이라며 “2세대 칩에서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벨(Marvell Technology), 레드햇(Red Hat) 등 글로벌 기업들과 기술·사업 협력을 진행하고, 사우디 아람코(Aramco), NTT 도코모 등과도 PoC(기술검증)을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2024년 SKT AI 반도체 자회사 ‘사피온코리아’ 합병
대한민국 대표 AI 반도체 유니콘 기업으로 우뚝
내년 IPO 목표…美 나스닥도 노린다
2024년 6월 리벨리온은 SKT의 AI 반도체 자회사 ‘사피온코리아(SAPEON Korea)’와 합병을 추진, 지난해 12월 합병을 마무리 지었다. 기업가치는 약 1조3000억원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AI 반도체 유니콘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합병으로 기술 경쟁력이 강화됐을 뿐 아니라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가 합병 법인의 주주로 합류하며 리벨리온을 지원해주게 됐다.
이후 리벨리온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올해 2월 일본 도쿄를 시작으로 7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10월 미국 산타클라라 등에 해외법인을 설립했다.
지난해 7월부터 리벨리온은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내년 기업공개(IPO) 청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정감사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째 진행 중이다. 향후 미국 나스닥 상장도 계획하고 있다.
박성현 대표는 “AI 인프라는 단기 성과로 판단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며, 장기적인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생태계를 구축하고 그 일원으로서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며 “리벨리온의 리벨쿼드를 기반으로 한 칩렛 제품 개발과 글로벌 협력은 리벨리온이 지속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핵심 기반이고, 이러한 연합전선 구축 과정에서 국가 차원의 역할도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정부 지원도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