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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로] 마두로 축출의 함의

연합뉴스 이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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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로] 마두로 축출의 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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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선임기자 = 새해 초부터 베네수엘라에서 전해진 소식은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대도시 수도 카라카스에서, 그것도 경계가 삼엄한 안가에 머물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군 특수부대에 의해 삽시간에 체포돼 미국으로 압송됐다니. 전례가 없기도 한데다 첩보 영화에서도 보기 힘든 초정밀 작전이 성공리에 완수된 것이다. 미국은 이번 침공을 전쟁이 아닌 특수목적 군사작전으로 규정했으니 당연히 선전포고도 없었다. 마두로도 마약왕 취급을 받아 기소됐다.

체포된 마두로 (워싱턴=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미군이 기습적인 군사 작전으로 체포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모습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공개했다. 2026.1.4 [트럼프 트루스소셜 계정.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체포된 마두로
(워싱턴=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미군이 기습적인 군사 작전으로 체포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모습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공개했다. 2026.1.4 [트럼프 트루스소셜 계정.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작전은 보고도 믿기 어려웠던 만큼이나 여러 함의를 남겼다. 가장 큰 충격파는 군사작전의 놀라운 완벽성이었다. 특히 중국, 러시아, 북한 등 미국과 적대 관계인 나라들엔 악몽 같은 장면을 선사했다. 중앙정보국(CIA)의 사전 정보 수집과 델타포스의 신속 정확한 임무 수행은 초강대국의 건재를 입증했다. 다른 나라 수도에서 레이더, 방공 미사일, 정찰드론을 일거에 무력화하고 전력과 통신을 완전히 차단한 뒤 병력 손실조차 없이 단 몇 분 만에 국가원수 신병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임을 과시했다.

2020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정예군 사령관이던 가셈 솔레이마니를 드론으로 표적 암살했던 사건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지만, 이번엔 정말 상상하기 어려운 일을 성공시키는 가공할 전쟁 수행 능력을 보였다. 특히 미국이 무용지물로 만든 군사 장비들이 모두 마두로 정권의 반미 우방들이 제공한 것들이란 점은 주목할 만하다. 레이더망은 중국산, 대공 미사일은 러시아산, 정찰 드론은 이란산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주적인 이들 나라의 지도층 입장에선 두려움을 느낄 법하다.

국제법 위반 논란도 어김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국제법이 냉엄한 국제정치 현실에서 별 의미 없다는 걸 모르는 나라는 사실상 없다. 역사적으로 국제법은 열강의 이해관계에 따라 재단됐다. 냉엄한 국제정치 질서에서 실질적인 법은 오직 힘뿐이다. 러시아, 중국, 북한 등은 미국이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비난했지만, 이들 나라가 그럴 자격이 없다는 것도 모두 안다. 오히려 근래 들어 가장 큰 국제법 위반 사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마두로가 이를 정당한 자위권 행사라며 지지했던 건 역설적이다.

마두로 정권이 정상 국가 정부로 기능하지 못한 점도 침공 명분을 줬다. 세계 최다 원유 매장량을 바탕으로 친미 정부 시절 남미 대표 부국이었던 베네수엘라는 우고 차베스 정권 시절부터 26년간 이어진 반미 사회주의 통치하에 급격히 몰락했다. 석유 이권을 독점하고 포퓰리즘 정책을 지속하면서 경제가 망가졌고, 셰일 혁명으로 유가마저 급락하자 민생은 파탄 났다. 물가는 살인적으로 상승했고 생필품도 구하기 힘들어졌다. 치안은 무너졌고 정부가 범죄집단과 결탁해 마약 사업을 벌이는 것으로 지목됐다. 강력범죄율은 치솟았고 여성들이 국경 성매매로 생계를 겨우 잇는다는 소식이 잇따랐다. 생지옥에서 살 수 없다며 탈출한 난민이 800만 명에 달할 정도였다.

미국이 지난 달 국가안보전략(NSS) 보고를 통해 먼로 독트린을 강화하고 서반구에서 우위를 분명히 하겠다고 천명한 이후 이를 행동에 옮긴 첫 '시범 케이스'이기도 하다. 베네수엘라가 남미의 반미연대 선봉이자 중국의 남미 거점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미국은 이번 침공을 통해 분명한 경고음을 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브라질, 콜롬비아, 칠레 등 중남미 친중 네트워크를 향해 다음 차례가 되지 않도록 줄을 다시 서라고 압박한 셈이다. 특히 헤게모니에 도전해온 중국의 영향력을 서반구에서 일소하고자 본격적인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마두로 체포 후 백악관의 일성이 'FAFO'(F**k Around and Find Out: 까불면 다치게 될 것이다)였던 건 의도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백악관, 마두로 체포된 날 소셜미디어에 '까불면 다친다' 게시물 올려[백악관 인스타그램 캡처]

백악관, 마두로 체포된 날 소셜미디어에 '까불면 다친다' 게시물 올려
[백악관 인스타그램 캡처]



오일 패권을 노린 침공이란 분석도 있지만 단편적이다. 그런 측면이 없진 않지만, 결정적 이유는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미국은 셰일 혁명으로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 반열에 올랐고 급히 베네수엘라 원유를 써야 할 일도 없다. 다만 중국 견제를 위해 베네수엘라 석유 자원을 통제하려는 의도는 다분해 보인다. 마두로 정권은 원유 수출 물량 대부분을 중국으로 보냈고, 중국은 시가보다 싸게 이를 수입하며 상부상조했다. 마두로 정권은 중국으로부터 받은 석유 판매 수익과 막대한 차관에 의지해 국제사회 제재를 버텨왔다. 중국은 이란, 러시아, 베네수엘라 원유를 싸게 수입해 경쟁력을 확보해왔는데 사실상 공급처 한 곳의 통제권을 미국에 빼앗기게 됐다.

무엇보다 이번 마두로 축출로 분명해진 것은 미국이 행동하는 나라, 외교 언어 대신 물리력으로도 말할 줄 아는 나라로 자아를 재설정했다는 점이다. 국제관계에선 좋은 나라와 나쁜 나라, 선한 나라와 악한 나라라는 감성적 구분은 쓸모 없고 오직 강한 나라와 약한 나라만 있다는 점도 새삼 입증됐다. 미국이든, 러시아든, 중국이든 어떤 나라의 행보를 미화할 필요도, 폄훼할 필요도 없다. 결국 중요한 건 우리의 미래다. 생존을 위해 어느 편에 서는 게 유리한지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지혜를 발휘할 때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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