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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산 능선따라 용마산서 해보고, 망우산 사잇길 산책... ‘아·용·망’ 코스 도전해볼까?

조선일보 박근희여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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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산 능선따라 용마산서 해보고, 망우산 사잇길 산책... ‘아·용·망’ 코스 도전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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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용망 코스’ 도장깨기
서울의 동쪽, 일출 산행 명소인 용마산 전망대에 오르니 일출과 함께 동쪽 하늘이 트이기 시작했다. 강추위에 꽁꽁 얼었던 도시에 온기가 스며든다. ‘새해에는 저 해처럼 따스함 나누며 살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서울의 동쪽, 일출 산행 명소인 용마산 전망대에 오르니 일출과 함께 동쪽 하늘이 트이기 시작했다. 강추위에 꽁꽁 얼었던 도시에 온기가 스며든다. ‘새해에는 저 해처럼 따스함 나누며 살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아용망’을 아시는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노도강(노원·도봉·강북)도 아니고 아용망이라니. 아용망은 서울 광진구 ‘아차산’, 중랑구 ‘용마산’과 ‘망우산’의 약칭이다. 세 산은 아차산 능선을 따라가는 서울둘레길 등으로 이어져 있어 등린이(등산 초보)뿐 아니라 최근 ‘트레일 러닝(trail running·자연 지형에서 달리는 레저 활동)’을 즐기는 젊은 동호인들 사이에서 ‘아용망 코스’라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무엇이든 시작하기 좋은 시기, 가까이 있는 아용망 코스 따라잡기에 도전해봤다.

◇숲속도서관, 산성 품은 ‘아차산’

아용망 코스는 등산로, 산행 스타일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종주 코스의 경우 10여 ㎞가 넘는다. 종주를 목표로 한다면 세 곳 중 대중교통 접근성이 뛰어난 아차산(295m)에서 시작하는 게 편하다. 5호선 아차산역 2번 출구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아차산 공원 관리소’나 ‘아차산 어울림 정원’(구 아차산 생태공원)을 출발점 삼는다. ‘아차산둘레길’ ‘용마산 정상’ ‘망우산 망우순환로’ ‘긴고랑계곡’ ‘구리둘레길’ ‘아차산성길’ 등을 거쳐 되돌아오는 코스다. 이 구간은 지자체 둘레길인 아차산둘레길·중랑둘레길의 일부, 서울둘레길의 초급 4코스(7.7㎞, 망우·용마산 구간)·중급 5코스(4.6㎞, 아차산 구간)와도 겹치기에 둘레길 도전자라면 종주와 함께 이 구간에 해당하는 둘레길 스탬프 인증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초행이라면 아차산 등산로 중 아차산 공원 관리소나 아차산 어울림 정원에서 해맞이공원까지 1.6~1.8㎞ 정도 둘레길을 이용하는 게 수월하다. 반려견 동반 산책로로 애용될 만큼 무난한 수준이다. ‘아차산정상길’ 코스에 접어들면 시시때때로 ‘계단 지옥’과 암릉이 이어진다. 그래도 조망점 부근에선 아차산 등산 인증 사진에서나 봤던 한강과 잠실 롯데월드타워 등이 실사판으로 펼쳐진다. 아차산은 능선형 산세라 정상 부근도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고 계단길·이정표가 잘 정비돼 있어 코스를 따라가기에 어렵지는 않다. 등산 시작 1시간 정도면 아차산 정상에 닿는데 이렇다할 정상석은 없다. 아차산 정상에서 용마산(348m) 용마봉까지는 30여 분 정도 걸린다.

‘아차산 동행숲길’과 ‘아차산 어울림 정원’ 사이에 있는 ‘아차산숲속도서관’. 아차산을 오갈 때 들러볼 만하다. / 아차산숲속도서관

‘아차산 동행숲길’과 ‘아차산 어울림 정원’ 사이에 있는 ‘아차산숲속도서관’. 아차산을 오갈 때 들러볼 만하다. / 아차산숲속도서관


등산로 초입 주변에 아차산 숲속도서관·아차산 산림치유센터·아차산성 등 굵직한 명소가 숨어 있어 등·하산할 때 코스에 추가해 볼 만하다. 그중 아차산 숲속도서관은 아차산 방문 필수 코스로 꼽힌다. 2022년 개관과 함께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 핫플레이스로 등극했다. 무장애 산책로인 ‘아차산 동행숲길’과 아차산 어울림 정원 사이에 자리해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인, ‘숲세권 도서관’이다. 높은 층고에 차분한 분위기의 실내는 숲속 산장 같다. 2층 한쪽 무인 카페에 잠시 들러 코스를 점검해 보며 잠시 쉬어가는 것만으로도 ‘소확행’을 느낄 수 있다.

◇말의 해 주목받는 ‘용마산’

이어지는 용마산은 말의 해에 접어들면서 특히 주목받는 산이다. 올 초 성동구 마장동, 종로구 피맛골과 함께 서울관광재단 홍보팀이 추천한 ‘힘찬 말 기운 받기 좋은 서울 명소’ 3곳 중 하나이자 서울둘레길 초급 인기 코스에 속한다. 이미 등산객들 사이에선 ‘서울 산 중 가성비 등산을 즐길 수 있는 산’으로도 유명하다. 그만큼 오르는 노력 대비 정상에 빠르게 닿고, 볼거리가 많다는 얘기다.

용마산(龍馬山)이라는 이름은 ‘비운의 아기 장수가 죽은 뒤 용마가 날아올랐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 아래 말 목장이 많아 용마가 태어나기를 기원했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이름 덕분에 용마산은 용의 해에도, 말의 해에도 소환된다. 아차산 능선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에 해당하는 용마봉은 떠오르는 해를 먼저 볼 수 있는 곳. 아차산 초입에서 등산을 시작할 경우 용마봉까지는 1시간 30분~2시간 정도 걸린다. 용마산에서의 해돋이 감상이 목적이라면 체력 소모가 생길 수 있는 아차산 등산로를 통하기보다 용마산 등산로를 이용한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아 즐겨 찾는 용마산 등산 코스는 지하철 7호선 사가정역, ‘사가정공원’ 부근에서 시작해 570계단의 ‘깔딱고개’를 거쳐 ‘용마봉’에 이르는 길이다. 7호선 용마산역과 가까운 ‘용마폭포공원’을 출발점 삼아 중랑둘레길, 서울둘레길 일부를 거쳐 용마봉에 오르는 1시간 정도 코스도 유명하다. 두 코스 모두 초입엔 경사가 심하지 않고 산책로에 가까운 길이 이어지다 계단 탐방로를 통하기에 위험 부담이 적다. 여기에 인공 폭포(동절기 운휴), 인공 암벽장, 주민 체육 시설이 모여 있는 등 외지지도 않아 부담 없는 편이다.

팔각정길 코스는 짧고 굵게 용마산 정상까지 갈 수 있는 지름길로 통한다. 광진구 중곡동 주택가 안쪽 ‘뻥튀기공원’(뻥튀기골)에서 출발해 용마산정상길을 거쳐 정상석까지 거의 직행에 가까운 코스로, 보통 40여 분이면 정상에 닿는다.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 계단 가까이 야간 조명을 켜놓아 새벽이나 야간에 산행이 가능하고, 나무 계단과 암릉이 섞여 있는 코스여서 등산의 묘미도 느낄 수 있다. 다만, 암릉 구간엔 조명이 없거나 다소 어두워 헤드 랜턴을 준비해야 후회 없다.

용마산 일출 산행의 직행 코스로 통하는 '팔각정길'의 '용마산정'에서 내려다 본 새벽의 도심 풍경. 지나가던 한 등산객은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것만 같은 '항공 뷰'"라며 감탄했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용마산 일출 산행의 직행 코스로 통하는 '팔각정길'의 '용마산정'에서 내려다 본 새벽의 도심 풍경. 지나가던 한 등산객은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것만 같은 '항공 뷰'"라며 감탄했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해가 뜰 무렵, 용마산 전망대에서 클로즈업해 본 잠실 일대의 풍경.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해가 뜰 무렵, 용마산 전망대에서 클로즈업해 본 잠실 일대의 풍경.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동네 주민들은 “슬리퍼를 신고도 올라갈 수 있는 산”이라고도 하지만, 그 정도로 호락호락한 산은 아니다. ‘북한산, 인왕산, 도봉산도 있는데 해발 348m의 용마산쯤은 동네 뒷산 정도’라고 생각하고 준비 없이 갔다간 정초부터 ‘매운맛’을 볼 수 있다. 해돋이를 보려면 최소 일출 시각 1시간 전 출발하는 게 안전하다. 머리 위 별빛과 가느다란 불빛에 의지해 계단을 오르다 보면 뒤로는 도심의 야경이, 앞으로는 ‘무한의 계단’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도 계단 주변으로는 나무나 잡풀이 가리지 않아 탁 트인 시야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암릉 구간을 지나 팔각정에서 용마봉까지는 ‘용마산정상길’을 통한다. 용마봉 아래춤에 있는 전망대는 조망과 함께 감탄이 폭발하는 포인트다. 새벽빛이 깔린 검푸른 하늘 아래 한강 물줄기와 어우러진 고요한 도심이 펼쳐진다. 잠실 롯데월드타워, 안산, 인왕산, 북한산 등이 차례로 두른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복닥거리던 일상이 저만치에 있다. 정상부에선 이따금 ‘야호’ 소리가 들려온다. 용마봉 동편은 나무가 드문드문 두르고 있어 탁 트인 일출을 기대하긴 어렵다. 해돋이 감상은 용마봉보다는 전망대나 용마산5보루 부근이 낫다.


◇스카이워크 걷고, 역사 인물 곁으로, ‘망우산’

용마산 자락 7호선 지하철역 가까이엔 전통시장과 노포 맛집이 속속 숨어있다. 맛집 탐방을 위해 용마봉을 찍고 하산하는 경우도 많다. 유혹을 이기고 정상에서 그대로 아차산 능선을 타고 ‘헬기장’, 서울둘레길과 중랑둘레길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 ‘깔딱고개 쉼터’를 거쳐 망우산으로 넘어갈 수 있다. 망우산 순환도로 삼거리 방향으로 가면 지난해 11월에 개장한 ‘용마산 스카이워크’를 만날 수 있다. 전망이야 산을 오르내리는 동안 실컷 봤지만, 용마산 스카이워크는 기존 서울둘레길 코스를 전면 개편한 ‘서울둘레길 2.0′(총 연장 156.5㎞)의 첫 사례로 조성된 ‘신상 명소’라니 안 가볼 수 없다. 산비탈에 기댄 듯 돌출된 목재 스카이워크는 숲 위를 걷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탐방 시설물. 유리 바닥 대신 중심부가 나선형으로 뚫려 있다. 기존 묘역을 그대로 두고 묘역 위에 스카이워크를 조성해 발아래 묘역이 보이는 독특한 구조에 탐방객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는 눈치다. 스카이워크에선 가까이 망우역사문화공원의 묘역부터 멀리 불암산, 도봉산 등이 한눈에 조망된다. 등산하지 않고 용마산 스카이워크만 구경하고 싶다면 차로 망우역사문화공원까지 이동한 후 순환도로 산책로를 이용하면 된다. 사가정역에서 시작할 경우 등산로 따라 도보 30여 분 걸린다.

'서울둘레길 2.0' 코스에 새로 추가된 ‘용마산 스카이워크’. 숲 위를 걷는 듯 놓인 탐방로에선 서울 동북부 일대가 파노라마 전망으로 펼쳐진다. 묘역 위로도 탐방로가 지난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서울둘레길 2.0' 코스에 새로 추가된 ‘용마산 스카이워크’. 숲 위를 걷는 듯 놓인 탐방로에선 서울 동북부 일대가 파노라마 전망으로 펼쳐진다. 묘역 위로도 탐방로가 지난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용마산 스카이워크'는 용마산이나 망우산에 방문한다면 산책 삼아 들러볼 만하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용마산 스카이워크'는 용마산이나 망우산에 방문한다면 산책 삼아 들러볼 만하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스카이워크에서 순환도로를 따라 내리막길로 향하면 망우역사문화공원이 기다린다. 망우산(281.7m) 시립장묘사업소 망우묘지 일대를 공원화한 곳이다. 만해 한용운, 소파 방정환, 이중섭 등 근·현대 유명 인물 80여 명이 잠들어 있다. 서울의 동쪽 끝, 경기도 구리시와 경계를 이루는 외곽에 있지만, 2022년 4월에 전시실·교육실·북카페 등을 갖춘 복합 문화 공간 ‘중랑망우공간’이 개관하면서 214만명(작년 12월 기준, 누적 방문객)이 다녀갔다. 망우역사문화공원을 알리고 있는 ‘망우역사공원 101인’ ‘망우리 사잇길에서’의 저자 김영식씨는 “망우리(忘憂里)라는 이름은 태조 이성계가 현재의 건원릉 자리를 답사하고, 무학대사의 권유로 자신의 능지로 결정한 뒤 환궁하던 중 지금의 망우리 고개에서 ‘내가 이 땅을 얻었으니, 이제 근심을 잊을 수 있겠다’라고 말한 데서 유래했다”며 “망우역사문화공원은 단순히 공동묘지가 아니라 이곳에 잠든 인물들을 통해 우리나라의 근·현대를 돌아볼 수 있는 역사 성찰의 공간이기도 하다”고 했다.

용마봉에서 망우산 방향으로 하산하면 ‘망우역사문화공원’이 기다린다. 2022년 복합 문화 공간 '중랑망우공간' 개관 후 214만명이 다녀가며 서울둘레길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용마봉에서 망우산 방향으로 하산하면 ‘망우역사문화공원’이 기다린다. 2022년 복합 문화 공간 '중랑망우공간' 개관 후 214만명이 다녀가며 서울둘레길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중랑망우공간' 2층 전시실에선 망우역사문화공원에 잠든 근·현대 예술인들을 조망하는 '모던 감각: 망우의 예술가들' 전시가 2월 20일까지 열린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중랑망우공간' 2층 전시실에선 망우역사문화공원에 잠든 근·현대 예술인들을 조망하는 '모던 감각: 망우의 예술가들' 전시가 2월 20일까지 열린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중랑망우공간 2층 전시실에선 ‘모던감각: 망우의 예술가들’(~2월 20일·무료 관람)이 기다린다. 일제강점기 우리나라 최초의 비행사였던 안창남을 주인공으로 한 흑백 영화를 시작으로 소설가 계용묵, 시인 김영랑 등 그 시대를 살아낸 예술가들의 생애와 작품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관람 후 1층 카페에서 따뜻한 차 한잔 마시고 전시 속 주인공들의 묘역 탐방을 이어가 볼 만하다. 서울둘레길 인문학 테마 산책길이기도 한 ‘망우리 사잇길’은 숨은 전망 포인트다. 중랑둘레길은 망우역사문화공원 ‘13도 창의군탑’을 돌아 다시 용마산 방향으로 향하고, 서울둘레길 4코스는 이후 중랑캠핑숲 등을 거쳐 노원구 화랑대역까지 이어진다.


서울둘레길 안내센터에 따르면 서울둘레길 완주자는 현재 9만6437명(1월 9일 기준)으로 10만명 달성을 앞두고 있다. 둘레길의 한 구간인 아용망에서 새해를 보며 묵은 욕망을 비워내고 하산하는 길, 묘한 성취감과 함께 다시금 새로운 욕망이 꿈틀댄다. 올해 서울둘레길 완주 10만 번째 주인공이 돼 볼까?

그래픽=송윤혜

그래픽=송윤혜


[박근희여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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