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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장충, 이후광 기자] 나이 마흔에 생각지도 못한 감독대행을 맡은 박철우(41). 코치 생활 8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라 막막할 법도 하지만, 배구의 전설인 장인을 둔 덕에 감독으로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출발을 하고 있다.
박철우 감독대행이 이끄는 우리카드는 지난 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대한항공과의 홈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25-23, 25-22, 25-22) 완승을 거뒀다.
6위 우리카드는 4연패 뒤 2연승을 달리며 5위 OK저축은행을 승점 4점 차이로 추격했다. 시즌 8승 12패(승점 24). 지난달 30일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이 사임한 우리카드는 박철우 코치에게 감독대행을 맡겼고, 2일 부산 OK저축은행전 3-2 역전승으로 4연패를 끊은 뒤 1위 대한항공까지 제압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번 시즌 대한항공전 첫 승이었다.
박철우 대행은 경기 후 “그 동안 여러 감독님들이 말씀하시길 ‘감독은 고독한 자리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하셨는데 왜 힘든지 알 거 같다. 그만큼 어느 정도의 책임감과 부담감이 있다”라며 “선수들과 코트에서 호흡하는 건 즐겁고 좋지만, 어떻게 보면 내 판단과 행동 하나가 선수들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 매사가 조심스럽고 더 신경 쓰려고 한다. 선수 때가 조금은 더 편했던 거 같다”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현역 시절 남자배구 레전드로 불린 박 대행은 2023-2024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뒤 짧은 해설위원 생활을 거쳐 우리카드 코치로 지도자 커리어를 열었다. 그런데 성적 부진과 함께 파에스 감독이 사퇴하면서 코치 생활 8개월 만에 돌연 감독대행을 맡게 됐다.
박 대행은 “지금도 얼떨떨하다. 자다가 벌떡벌떡 일어나기도 한다”라고 웃으며 “사실 처음에는 피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내가 이 상황을 맡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런데 내가 책임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되든 안 되든 안고 가자는 마음이었는데 그래서 구단에서도 믿고 맡겨주시지 않았나 싶다. 워낙 부족한 게 많아서 계속 스태프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다행히 각자가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즐겁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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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사령탑’ 박 대행은 최근 유독 결혼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처음 지도자를 맡아 방황할 때마다 배구 전설인 장인 신치용 전 감독에게 조언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행은 “장인어른께 나아가야할 방향성에 대해 많이 여쭤봤다. 전술, 전략적인 부분도 많이 이야기해주셨다.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라며 “선생님이 바로 옆에 있다는 게 최고의 장점이 아닌가. 많이 여쭤보면서 많이 배우려고 한다. 장인어른은 지도자들이 솔선수범해야한다고 강조하신다. 말씀에 따라 조심하고 겸손하게 매일매일을 준비한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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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남자부는 공교롭게도 이번 시즌 무려 감독 3명이 중도 하차하며 박 대행 포함 3명의 감독대행이 생겼다. 삼성화재 고준용, KB손해보험 하현용 또한 젊은 나이에 지휘봉을 잡고 각종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다.
박 대행에게 이들과 교류가 있냐고 묻자 “각자 스트레스를 받을까봐 이야기는 안 한다. 고준용 대행과 워낙 친하지만, 시즌 중에는 서로가 적이다. 모든 게 조심스럽다”라며 “한선수(대한항공)만 해도 원래 같으면 인사하고 악수할 텐데 몸 풀고 있을 때 방해가 될 거 같아서 안 갔다. 그런데 먼저 와서 이야기를 하더라. 경기 후 축하한다는 말도 해줬다. 감독대행 3명 모두 상당한 압박감과 책임감을 갖고 팀을 이끌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공감했다.
감독대행 부임 후 4연패 탈출과 함께 2연승에 성공했지만, 그렇다고 남은 라운드 목표를 세울 여유는 없다. 그럴 생각도 없다. 박 대행은 "지금 순간에만 집중하자는 생각이다. 연습 때는 연습에 집중하고, 공 날아오는 것에 집중하고, 계획을 세울 때는 계획, 분석할 때는 분석에 집중한다. 또 다음 경기에 집중한다. 내가 감독대행이라고 무엇을 말한다는 거 자체가 스스로 건방지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선수들 믿고 훈련을 믿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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