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인정 부정에도 ‘주식 분할 가능성’ 열어둔 대법원
쟁점은 SK㈜ 지분이 아닌 ‘가치’···혼인 중 기여 재평가
1심 665억·2심 1조3808억 엇갈린 판단, 다시 판단
‘특유재산 예외 분할’ 법리, 오너 주식까지 확장되나
쟁점은 SK㈜ 지분이 아닌 ‘가치’···혼인 중 기여 재평가
1심 665억·2심 1조3808억 엇갈린 판단, 다시 판단
‘특유재산 예외 분할’ 법리, 오너 주식까지 확장되나
‘세기의 이혼’으로 불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이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 이후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파기환송심의 핵심 쟁점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요소를 배제한 상태에서도, 노 관장의 가사·혼인 유지·대외 활동 등 혼인 중 기여만으로 SK㈜ 지배주식 가치의 형성·유지·증식에 대한 기여를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는지에 모아진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가사1부(부장판사 이상주)는 오는 9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사건 파기환송심 첫 변론기일을 연다. 이는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1조 3808억 원에 달하는 2심의 재산분할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뒤 처음 열리는 공식 심리다.
이번 파기환송심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이를 1심 판결(재산분할 665억 원)로의 단순 회귀로 봐서는 안 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법원은 당시 민법 제746조(불법원인급여)를 근거로 “범죄 수익에 해당하는 비자금은 법적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며 2심 판단의 전제를 부정했지만, 회사 주식이 혼인 중 기여에 따라 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법리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재판의 초점은 주식의 명의나 지배 구조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혼인 기간 동안 주식의 가치가 유지·증식되는 과정에서 배우자의 기여가 실질적으로 있었는지를 다시 판단하는 데 맞춰진다. 다시 말해, 비자금이라는 요소를 제외한 상태에서 순수한 혼인 생활에 기반한 기여가 재산분할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를 가리는 절차라는 평가가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기여가 인정될 경우 재산분할액이 무조건 감액되는 방향으로만 흘러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 가정법원 부장판사는 “노 관장의 가사 노동과 대외적 내조가 기업 경영의 안정성과 주식 가치 유지에 기여했다고 판단될 경우, 재산분할 액수가 1심 수준으로 축소되기보다는 2심에 준하는 범위에서 유지되거나 일부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해석은 대법원이 그간 판례를 통해 확립해 온 법리와도 맞닿아 있다. 대법원은 상속·증여로 취득한 특유재산이라 하더라도 혼인 중 다른 배우자가 해당 재산의 유지·증식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이번 사건은 이른바 ‘특유재산 예외 분할’ 법리가 대기업 오너의 경영권과 직결된 지배주식에까지 어디까지 적용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앞서 하급심 판단은 극명하게 갈렸다. 1심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부부 공동재산이 아닌 상속·증여 기반의 특유재산으로 보고 분할 대상에서 제외해 재산분할액을 665억 원으로 산정했다. 반면 2심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유입과 정치적 후광 효과 등을 노 관장의 ‘무형적 기여’로 폭넓게 인정하며, 주식 가치를 포함한 전체 재산의 35%에 해당하는 1조 3808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의 자금 지원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는 불법 뇌물에 해당해 재산분할 기여도로 인정할 수 없다”며 2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결국 사건은 다시 서울고법으로 넘어왔고,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이 제시한 ‘비자금 배제’라는 기준 아래에서 혼인 중 기여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를 중심으로 재산분할 기준을 다시 설정하게 된다.
김선영 기자 earthgir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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