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과 똑같이’ 행진하는 폭동 가담자들 ‘1·6 의사당 폭동 사태’ 5년을 맞은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당시 폭동 가담자들을 포함한 시위대가 의사당으로 행진하는 도중 폭동에 반대하는 시민들과 마주치고 있다. AP연합뉴스 |
미 ‘1·6 폭동 5년’…집권 2기에 역사 다시 쓰기 시도
웹페이지 열어 ‘부정선거’ 주장…“중간선거 지면 탄핵” 불안감도
민주당은 당시 증인들 불러 청문회 진행…“역사 왜곡 용납 안 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도둑맞은 선거’를 되찾겠다며 연방 의회로 몰려가 폭력을 행사한 2021년 1·6 의사당 폭동 사태 이후 5년이 흐른 6일(현지시간) 미국은 또다시 극명한 분열상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1·6 사태는 민주당이 조작한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백악관 웹페이지를 공개하며 역사 다시 쓰기 시도를 이어갔다. 그 시각 의회에선 민주당이 “역사가 지워지는 것을 막겠다”며 당시 증인들을 불러 비공식 청문회를 개최했다.
이날 백악관 인근 엘립스 공원에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쓰고 성조기를 흔드는 150여명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1·6 가담자에게 정의를’ ‘1·6 폭동은 조작이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었다. 이들은 1·6 폭동은 딥스테이트(선출되지 않은 권력 집단)와 언론이 만들어낸 것이며 ‘부정선거’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의사당에 난입한 혐의로 4개월 동안 복역한 후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면된 브라이언은 “그날 상황은 미 연방수사국(FBI)이 개입해 유도한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아무것도 부수지 않았는데 수감됐다”며 “하지만 5년 전으로 다시 돌아가더라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도둑맞은 선거를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을 존이라 소개한 남성은 ‘창문을 깨고 강제로 의사당에 진입한 행위가 정당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선거를 도난당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증거들이 있는데도 법원은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민주주의를 위협한 게 아니라 나라를 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는 1·6 의사당 폭동을 기획한 혐의로 22년형을 선고받았던, 극우단체 ‘프라우드 보이스’의 엔리케 타리오 전 대표도 참석했다. 그는 1월6일이 ‘애국자의 날’로 지정되길 원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우리 중 많은 이들이 저지르지도 않은 죄로 여전히 감옥에 있었을 것”이라고 린델TV에 말했다.
이들은 5년 전과 똑같은 길을 되밟아 연방의회 건물로 행진했다. “유에스에이(USA)”를 연호하며 행진하는 이들을 본 행인 일부는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간호사로 일하는 로자는 “솔직히 말하면 역겹다. 저들은 저렇게 사면돼선 안 됐다”면서 “미국은 5년 전에서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다. 법과 원칙이 무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도중에 1·6 폭동에 반대하는 맞불 시위대와 마주쳤을 때 잠시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양쪽 시위대는 경찰을 사이에 두고 서로 “패배자” “반역자”라는 비난을 주고받았다.
의사당 앞에 도착한 시위대가 5년 전 폭동 당시 목숨을 잃은 가담자 4명을 ‘순교자’라 부르며 추모 행사를 진행하는 동안 의회에선 민주당이 “역사가 지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1·6 폭동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경찰, 전직 의원 등을 증인으로 불러 청문회를 진행하고 있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년 동안 1·6 폭동을 은폐하기 위해 역사를 왜곡해왔다”며 “우리는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5년 전 의사당에 난입했다가 경범죄로 입건됐던 패멀라 헴필이 참석했다. ‘마가 할머니’로 불렸던 그는 “나는 대통령의 거짓말에 속았다. 1월6일은 반란이었다”고 고백하면서 폭동을 막으려다 희생된 경찰들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1·6 폭동 역사를 다시 쓰려는 움직임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이날 백악관 홈페이지에 ‘01.06.2021’ 웹페이지를 공개했다. 2020년 대선은 조작된 것이고, 민주당이 부정선거 결과를 인증함으로써 진정한 반란을 일으켰다는 내용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대해서도 초조함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 워크숍에서 “중간선거에서 이기지 못하면 민주당이 나를 탄핵할 것”이라며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은 최악의 대통령을 가졌고 최악의 일을 저질렀다”며 “그들(민주당)이 선거를 취소해야 마땅하지만 취소하라고 하지는 않겠다. 가짜뉴스들이 ‘그(트럼프)가 선거 취소를 원한다, 그는 독재자다’라고 말할 것이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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