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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돌아보기]의료개혁의 파도, 입시를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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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돌아보기]의료개혁의 파도, 입시를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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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정부에 이어 현 정부도 의료개혁 추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정부는 지역의료·필수의료 공백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지역의사제, 의과대학 증원, 공공의대, 주치의제 등 여러 정책을 언급하고 있다.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의정 간 대립 구도가 올해도 이어질 불안감이 있다.

의료계 이슈는 비단 의사와 보건복지부 문제만이 아니다. 교육부가 책임져야 할 이슈도 샴쌍둥이처럼 연결돼 있다. 의료정책 변화로 의대 선발 방식이 흔들리는 순간 고교 선택과 과목 설계, 입시 전략이 함께 요동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역의사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지역의사법)이다. 지역의사제란 지역 의대 졸업생을 해당 지역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한 제도다. 기존 의대 정원 내 일정 비율을 지역의사 전형으로 선발하되 구체적인 비율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지역의사 선발 전형은 빠르면 2027학년도, 늦어도 2028학년도부터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와 지자체는 주거지원, 직무교육, 경력개발 등 처우 개선뿐 아니라 교육·연구 기회 확대, 지역 국립대병원 수련, 해외연수 등도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혜택이 큰 만큼 지원자가 얼마나 몰릴지, 그리고 그 선택이 ‘정착’으로 이어질지 지켜볼 대목이다.

지난해 차정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의 발언도 교육계를 술렁이게 했다. 차 위원장은 향후 의대 입시에서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분야와 의과학 분야, 일반 분야를 분리·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필수의료 전공으로 입학한 학생에게 전공의 과정까지 전공 변경을 제한하는 ‘족쇄’를 채워서라도 필수의료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는 그간 의대 진학이 원천 봉쇄됐던 영재학교 학생의 의대 진학 허용부터 군 면제까지 포함돼 있어 더욱 논란이 예상된다.

증원과 감축을 오가며 홍역을 치렀던 의대 정원 문제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12월30일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가 열렸지만 2027년 이후 정원 규모는 추후 논의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확인했다. 당장 내후년 입시를 치러야 하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은 자신이 대학에 갈 때 의대 정원이 몇명인지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지역의사제와 의대 분리 선발 방안, 의대 정원 문제 모두 소위 ‘메디컬 라인’(의대 입시를 준비하는 최상위권을 뜻하는 말)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무엇보다 수험생과 학부모를 불안하게 하는 건 불확실한 의료개혁과 교육정책의 디테일이다. 예를 들어 지역의사제는 기존 입시체계와 충돌하는 지점이 한둘이 아니다. 가장 큰 의문은 신설될 ‘지역의사 선발전형’과 기존의 ‘지역인재 전형’의 관계다. 법률안에 지역의사 선발전형 지원 자격은 해당 의대가 소재한 지역(또는 인접 지역)의 ‘중학교 및 고등학교’를 졸업해야 하며 재학 기간 내내 그 지역에 거주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이는 기존 지역인재 전형보다 훨씬 강화된 것이다. 현행 지역인재 전형은 대부분 고등학교 졸업만을 요건으로 하거나 2028학년도부터 중학교 요건을 두더라도 ‘수도권 이외 지역’으로 범위를 넓게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수도권 출신 학생은 지역의사 전형에 원천적으로 지원할 수 없는지, 지역의사 전형의 정원은 기존 일반전형이나 지역인재 전형의 몫을 떼어오는 것인지, 아니면 순증(純增) 되는 인원인지 등 혼란스러운 점이 산적해 있다. 만약 기존 정원을 쪼개는 방식이라면 의대 진입 장벽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백년지대계여야 할 교육정책, 특히 최상위권 입시 향배를 가를 의대정책이 매번 안갯속을 걷고 있다. 의료개혁 명분에는 공감하지만 정교하지 못한 정책은 입시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킨다. 정부는 하루빨리 명확한 선발 규모와 자격 요건, 기존 전형과의 관계를 정리해 수험생에게 예측할 수 있는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수험생은 정책 불확실성을 감내해야 할 희생양이 아니다. 의료계와 교육계 모두에서 정부의 현명한 정책을 기대해 본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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