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로봇 양산과 신사업 투자 확대
자동차 이후를 대비한 자본 이동 보여줘
자동차 이후를 대비한 자본 이동 보여줘
현대차그룹이 CES 2026에서 인간 중심 AI 로보틱스 생태계 전략 통해 사람과 협력하는 '로보틱스 시대'를 선언했다. 현대차그룹 |
현대자동차그룹이 CES 2026에서 제시한 ‘연간 3만대 로봇 양산’ 계획은 단순한 기술 시연이 아니다. 완성차 중심 기업이 로봇을 ‘상품’이자 ‘생산 자산’으로 전면에 세우며, 그룹의 성장 축을 재정의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특히 자동차 본업이 호실적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나온 선택이라는 점에서, 이는 위기 대응이 아닌 의도된 자본 이동으로 읽힌다.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CES 2026 미디어데이는 독특했다. 완성차 대신 그룹의 자회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이 행사 무대를 독차지했기 때문이다. 현대차에게 로봇은 더 이상 연구개발의 대상이 아닌, 생산·공급 및 활용을 전제로 한 하나의 상품이다. 휴머노이드 ‘아틀라스(Atlas)’를 중심으로 한 양산 전략은 로봇을 그룹 제조 전략 안으로 본격 편입시키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CES 2026에서 현대차그룹은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 생산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생산 물량은 전량 그룹 내부 공장에 투입해 실증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로봇 메타플랜트 애플리케이션 센터(RMAC)'를 통해 학습·검증하는 구조다. 로봇을 단순 자동화 설비가 아니라, 데이터 기반으로 성능을 고도화하는 ’생산 자산‘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자동차 판매 안정적인 상황에서 현대차는 왜 로봇에 투자하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CES 2026에 참석해 '모베드' 시연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
주목할 점은 이러한 전략이 위기 대응 차원에서 나온 선택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의 자동차 본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일정 수준의 판매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판매량은 지난 2024년 대비 1.1% 증가한 71만2954대를 판매했다. 해외 시장 판매량은 지난 2024년 대비 0.3% 감소한 342만5226대를 판매했다. 관세부담 등 대내외 경영 리스크에도 예년과 비슷한 판매량을 유지했다.
그럼에도 그룹은 자본 배분의 무게중심을 재편했다.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 판매 호조로 2025년 상반기 매출 92조원, 영업이익 7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본업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상황이다. 지난해 발표한 중장기 투자 계획에 따르면, 향후 인공지능(AI)·로봇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 50조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는 모빌리티 연구개발(R&D)에 배정된 38조5000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총 125조2000억원 투자 가운데 미래 신사업 비중이 약 40%에 달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투자 확대가 아니라 그룹이 바라보는 성장 경로가 달라졌음을 시사한다. 전동화 이후 완성차 산업이 다시 규모·원가 경쟁으로 수렴하는 흐름 속에서 자동차 단일 산업에 대한 자본 집중만으로는 중장기 성장성과 기업 가치를 확장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탈 모빌리티가 아닌 확장된 모빌리티
현대차그룹이 로봇을 선택한 배경에는 완전히 새로운 사업이 아니라 가장 인접한 확장 영역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센서 △제어 기술 △전동화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등 로봇과 자동차가 공유하는 기술 요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인식은 경영진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CES 미디어 인터뷰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모두 내재화하는 것보다, 산업 내에서 가장 선도적인 기업과 협력해 시장을 개척하고 자리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단일 기술을 내부에 축적하기보다, 협업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Atlas)' 양산형 모델. 현대차그룹 |
장 부회장은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해서도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기보다 반복적이고 위험한 기피 작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노동”이라고 정의했다. 로봇을 비용이 아닌 제조 경쟁력을 높이는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증권가에서는 휴머노이드 사업이 단기 실적에 직접 기여하지 않더라도, 현대차그룹의 가치를 재평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이상수 iM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휴머노이드 기술 행보는 밸류에이션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다른 완성차 업체 대비 프리미엄을 부여할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자동차, 그 이후를 대비한 포트폴리오
현대차그룹의 로봇 전략은 자동차를 대신할 사업을 찾는 과정이라기보다, 자동차 이후를 대비한 포트폴리오 재편에 가깝다. 잘 팔리고 있는 본업 위에, 새로운 성장 축을 얹어 기업가치의 상단을 넓히겠다는 선택이다.
CES 2026에서 현대차가 드러낸 메시지는 분명하다. 로봇은 아직 실적을 만들지 않지만, 이미 자본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방향은 자동차 단일 축에서 로봇과 AI를 포함한 다축 구조로 향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이런 흐름에 대해 “현대차의 로봇 투자는 공장 자동화를 넘어, 로봇공학에서 축적한 제어·인지 기술을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낮은 자동차 자율주행 분야에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