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옅어지는 '사업보국' 철학…'검머외' 오너 3·4세 늘어난다

이데일리 김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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옅어지는 '사업보국' 철학…'검머외' 오너 3·4세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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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총수일가 41명, 미국 등 외국 국적 취득
오너 3·4세 외국인 38명 달해…10명 중 1명꼴
통상 어린 시절 해외 유학 떠나는 오너 자녀들
외국인 총수 동일인 지정 등 정책 과제 부상하나
[이데일리 김정남 박원주 기자] 3·4세 대기업집단 총수일가 10명 중 1명은 해외 국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 세대인 오너 1·2세 때보다 큰 폭 늘어난 규모다. 미국 국적을 가진 쿠팡 오너 김범석 의장을 둘러싼 ‘검은 머리 외국인’(검머외) 논란이 지속하는 가운데 향후 외국인 총수에 대한 동일인 지정 등 정책 과제가 새롭게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너 3·4세 10명 중 1명은 ‘외국인’

7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상장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한 대기업집단 62곳의 총수일가 582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말 국적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체 582명 중 7.0%인 41명이 외국 국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각 세대별 비율이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그룹 창업자를 비롯한 1·2세 가운데 외국 국적을 취득한 인사는 3명(1.7%)에 불과했다. 그러나 자녀 세대인 3·4세의 경우 38명(9.4%)으로 급증했다. 특히 3세 총수일가의 외국인 비율은 10.8%에 달했다. 4세의 경우 6.7%로 나타났다. 추후 오너 4세의 외국 국적 취득 사례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과거 창업 세대 당시 ‘사업보국’(事業報國·사업을 통해 나라에 이바지한다) 철학이 점차 옅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그래픽=문승용 기자)




외국 국적의 오너 41명 중 절대 다수는 미국 국적(39명)을 취득했다. 이르면 초·중·고교, 늦어도 대학교 때는 미국으로 유학을 가는 게 통상적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어린 나이에 미국에 정착해 국적을 얻고 추후 한국에 돌아와 경영에 참여하는 수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외에 일본(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 싱가포르(LS그룹 일가 구재희 씨) 국적자도 각각 1명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중 현재 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총수일가는 11명(26.8%)에 달했다. ‘미국인’ 오너가 3세인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이 대표적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기업집단 OCI의 동일인으로 지정됐는데, 당시에도 김범석 의장은 동일인 지정을 피한 이유와 함께 화제가 됐다. 동일인 지정은 공정위가 대기업집단 내에서 실질적으로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개인(혹은 법인)을 공식적으로 지정하는 제도를 뜻한다. 기업 이익을 오너를 포함한 개인이 편취하려는 것을 감독하려는 취지다.

재계 한 인사는 “추후 오너 4세 등으로 넘어가면서 외국인 총수 동일인 지정 등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질 수 있다”며 “최근 쿠팡 사태까지 더해져 새로운 정책 과제로 떠오를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지호 씨(오너 4세)가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군 입대를 선택하자 우리 사회 전반이 반기는 분위기를 보면, 한국에서 사업을 크게 벌이는 ‘검머외’ 총수에 대한 논란은 예상보다 클 수도 있다.


동일인 지정 등 정책 과제 부상할듯

총수의 배우자 중에서는 정몽규 HDC 회장의 부인인 김나영 호텔HDC 감사가 미국 국적으로 나타났다. 직계 자녀(혈족 1촌) 중에서는 이씨 일가와 유씨 일가 두 집안이 공동 창업한 삼천리의 이만득 삼천리 명예회장 딸인 이은선 삼천리 부사장과 유상덕 ST인터내셔널코퍼레이션 회장의 아들 유용욱 ST인터내셔널코퍼레이션 부사장 역시 미국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이자 한진그룹 총수인 조원태 회장의 여동생 조현민 한진 사장은 하와이 태생으로 미국 국적 보유자다. 조현민 사장은 과거 미국 시민권자임에도 2010~2016년 6년간 진에어 등기이사를 역임해 실제 논란이 됐던 적이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외국인은 항공운송사업을 하는 기업의 등기임원을 맡을 수 없다. 이밖에 이재현 CJ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CJ 부회장은 미국 국적을 갖고 있다. 총수의 혈족 3·4촌인 외국 국적 임원의 경우 사조그룹 푸른저축은행 계열사인 푸른F&D의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주은진 씨(미국 국적)가 있다.

대기업집단 중 외국 국적자가 가장 많은 곳은 고려아연이었다. 고려아연은 지분을 보유한 최씨 일가 47명 중 13명이 미국 국적이다. 다만 이들 중 해외 법인에 근무하는 한 명을 빼면 모두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고려아연에 외에 SK(5명), LS(4명), 효성(3명), CJ(2명), 삼천리(2명), 세아(2명), LG(1명), 롯데(1명), GS(1명) 등이 뒤를 이었다.

한편 CEO스코어는 최근 국민적인 공분을 사고 있는 김범석 의장은 기업집단 쿠팡의 동일인이 법인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이번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