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어린이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뉴시스 |
한국과 중국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복원을 재확인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지난해 11월 경주 회담 이후 두 달여 만의 재회다. 양 정상은 매년 만나 소통을 이어가자는 데 뜻을 모았고 외교·안보를 포함한 전략 대화 채널도 복원하기로 했다.
이번 회담의 핵심은 중국은 ‘제조업 아웃소싱 대상국’이라는 오래된 구도를 넘어 공급망과 신산업을 축으로 한 새로운 경제협력의 첫 단추를 끼웠다는 데 있다. 양측은 한중 FTA 서비스·투자 협상에 속도를 내 연내 의미 있는 진전을 추진하고 디지털 경제와 벤처, 기후변화 대응 등 협력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문화 교류도 수용 가능한 분야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하되 드라마·영화 등은 실무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특히 핵심 광물이 전면에 섰다. 양국은 핵심 광물 수급 안정과 관련해 통용 허가 제도 도입 등을 포함한 협조를 지속하기로 하며 공급망 리스크 완화 의지를 확인했다. 미·중 기술 경쟁과 보호무역이 겹친 상황에서 한국 기업 입장에선 원재료 조달의 변동성을 낮출 수 있는 안전판을 다시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숫자도 현실을 말한다. 2024년 기준 한국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19.5%, 수입 비중은 22.1%로 중국 변수는 곧바로 생산과 물가 및 기업 실적에 전이된다. 관계 관리가 곧 산업 비용 관리가 되는 구조다.
주요 산업의 영향은 극명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도체는 안보 규제와 수출 통제의 경계선이 분명한 만큼 첨단 영역은 방화벽이 두꺼워질 수 있다. 다만 성숙 공정, 소재·부품 협력, 표준과 인증 등은 대화 채널 복원과 맞물려 실무 협의가 재가동될 여지가 있다.
배터리와 전기차는 핵심 광물 조달과 재활용이 승부처다. 협력이 작동하면 원가의 출렁임이 완만해질 수 있지만 특정 원재료 의존이 다시 커지면 리스크는 여전하다. 석유화학·철강은 중국발 공급 과잉과 탄소 규제가 동시에 부담인 만큼 친환경 공정 협력이 열리면 숨통이 트이되 가격 경쟁이 재점화되면 구조조정 압력도 커질 수 있다.
콘텐츠·관광은 체감 속도가 빠른 분야다. 이번 회담에서 문화 교류 확대가 공식 의제로 올라온 만큼, 비공식 장벽이 완화될 경우 수출 회복과 인적 교류 확대가 동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 또한 단계적 확대라는 단서가 붙은 만큼 속도는 정치·외교에 좌우될 공산이 크다.
앞서 관계 복원의 출발점은 이미 경주에서 마련됐다. 당시 양국은 5년 만기 70조원(4000억 위안) 규모의 원·위안 통화스와프 계약서를 체결했고 분야별 협력 문서 등도 교환했다. 이번 베이징 회담은 그 연장선에서 공급망과 신산업을 전면으로 끌어올려 넓힌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결국 관건은 선언의 크기가 아니라 후속 협의의 정밀도”라며 “기술 유출 우려, 보조금과 규제 갈등, 글로벌 진영 경쟁의 파고를 피하면서도 핵심 광물과 통상, 디지털 분야에서 실익을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회담이 과거의 거래를 되돌리는 데서 멈추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갈지는 실무 테이블에서 결판난다”고 덧붙였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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