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성 기자]
중국이 대만 문제를 둘러싼 갈등 국면에서 일본을 상대로 최고 수위의 경제 보복에 나섰다.
희토류를 포함한 이중용도 품목의 대일 수출을 전면 금지하며 16년 만에 '자원 무기화' 카드를 다시 꺼냈다.
일본으로 향하는 중국산 희토류를 중개하는 제3국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는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 방침도 함께 내놨다.
중국이 대만 문제를 둘러싼 갈등 국면에서 일본을 상대로 최고 수위의 경제 보복에 나섰다.
희토류를 포함한 이중용도 품목의 대일 수출을 전면 금지하며 16년 만에 '자원 무기화' 카드를 다시 꺼냈다.
일본으로 향하는 중국산 희토류를 중개하는 제3국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는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 방침도 함께 내놨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통상 분쟁을 넘어 공급망과 안보를 결합한 압박으로 해석된다. 중국이 대만 문제를 둘러싼 외교적 긴장을 경제 영역으로 확전시키며 한·미·일 공조에 균열을 내려는 시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 희토류 넘어 반도체·드론까지…이중용도 전면 봉쇄
중국 상무부는 6일 공고를 내고 "중화인민공화국 수출통제법 등 관련 법률과 규정에 따라 국가 안보와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일본의 군사력 강화를 돕는 이중용도 물자 수출을 금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중국 기업이 일본에 이중용도 품목을 수출할 경우 상무부 허가를 받는 방식이었지만, 앞으로는 허가 여부와 관계 없이 일본행 수출 자체가 막힌다.
이번 조치는 이날부터 즉시 시행됐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4~7일 중국을 국빈 방문하는 중에 나온 조치다.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이후 시작된 양국 갈등이 무역 보복으로 번진 것이다.
중국은 매년 이중용도 물자를 지정해 수출 통제를 하고 있다.
중국의 '2026년 수출입 허가 관리 대상 이중용도 품목·기술 목록'에는 희토류를 비롯해 반도체 소재, 화학물질, 드론, 통신장비, 합금, 원자력 관련 소재와 기술 등 1005개 품목이 포함됐다.
희토류에 국한되지 않고 첨단 산업 전반의 핵심 소재·장비·기술을 묶어 통제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압박 수위는 과거보다 훨씬 높다는 평가다.
중국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제3국을 통한 일본으로의 '우회 수출'까지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방침을 명확히 했다.
예컨대 미국 기업이 중국산 희토류를 수입해 일본에 재수출할 경우 해당 미국 기업에도 중국산 희토류 수출을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이 제3국을 활용해 공급망 숨통을 틀 가능성 자체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 이번 조치의 배경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상무부 대변인은 "일본 지도자는 대만 문제에 관한 잘못된 발언을 공공연하게 하고 대만해협에 대한 무력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심각하게 위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는 다카이치 정권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일본의 반응에 따라 민간용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출 통제에 종료 시점은 명시되지 않았다. 단기 압박이 아니라 일본이 태도를 바꿀 때까지 중장기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 센카쿠 분쟁 이후 첫 조치…선택지 좁아진 일본
중국의 대일 희토류 수출 통제는 2010년 센카쿠열도 분쟁 이후 처음이다.
당시 중국은 중국 어선과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 충돌 사건을 계기로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제한했고, 일본 제조업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결국 일본이 한발 물러서며 사태가 봉합된 전례가 있다.
이후 일본은 '희토류 탈중국'을 전략 과제로 삼았다. 그 결과 2009년 84%에 달하던 대중 희토류 의존도는 한때 57%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다시 의존도가 높아졌고, 2024년에는 71%에 이르렀다.
이번 조치로 일본이 받을 충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모터에 필수적인 네오디뮴 자석용 중희토류와 배터리·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흑연은 단기간에 대체 공급처를 찾기 어렵다.
일본의 대응 카드도 제한적이다. 보복 관세나 수출 규제로 맞설 경우 중국이 추가적인 자원 통제나 비관세 장벽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중국의 요구를 수용해 '대만 유사시 개입' 관련 발언을 철회할 경우 정치적 부담이 크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로서는 어느 쪽도 선택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외교가에서는 오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까지 중·일 관계가 뚜렷한 해빙 국면에 들어서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동시에 중국이 이번 조치를 통해 한·미·일 연대를 겨냥한 '갈라치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빈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 중이던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직후 대일 보복 조치가 전격 발표됐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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