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이란 레드라인’ 설정 뒤 체제전복 가능성 다시 제기
당국, 신중 모드…“네타냐후, 푸틴 통해 이란에 ‘안심하라’ 메시지”
당국, 신중 모드…“네타냐후, 푸틴 통해 이란에 ‘안심하라’ 메시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EPA] |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전격 체포한 것을 계기로 이스라엘이 ‘숙적’ 이란에 타격을 줄 계기를 엿보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란에서 경제난에 항의하는 시위가 격화하며 수십명이 숨진 상황과 관련,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정점으로 하는 이슬람 신정체제가 대응에 허점을 노출한다면 이스라엘이 정권 전복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란 시위 열흘째인 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일간 마리브는 분석 기사에서 “이스라엘이 이란의 실수를 기다리고 있다”며 “이는 시위대를 향한 대규모 발포이거나 미사일 발사대에 공격 준비 태세를 갖추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할 때만 해도 우선순위는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군사행동 재개를 용인받는 것이었다는 내용이 언급됐다.
하지만 미국의 마두로 대통령 체포 다음날인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그들이 사람을 죽이기 시작하면 미국의 매우 강력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레드라인’을 설정하며 이스라엘의 상황 판단도 변화했다는 설명이 더해졌다.
마리브는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승리하는 편에 서기를 원한다”며 “이스라엘 안보 당국 수뇌부는 앞으로 며칠 내로 이란이 어떤 실수를 저지른다면 미국이 이란에 대한 공세를 승인할 것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일간 예루살렘포스트 역시 “최종 결정이 내려졌다는 징후는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이스라엘도 마두로의 축출로 이란 정권에 대한 조치가 가능해졌는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물론 미국도 지금까지 전개된 이란 시위 상황만으로는 아야톨라 하메네이를 찍어내기에 불충분하다고 볼 가능성이 높지만, 마두로 대통령 체포가 변수로 떠올랐다는 의미다.
이스라엘로써는 여건만 허락한다면 언제든 이란 정권 전복을 시도할 동기가 있다.
이스라엘은 이미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에 허를 찔리며 시작한 가자지구 전쟁 국면에서 레바논, 예멘, 시리아 등 이란이 손을 뻗은 반(反)이스라엘 ‘저항의 축’ 세력으로 전선을 넓히며 안보 이익 극대화를 추구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회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
부패 혐의 재판과 하마스 기습 책임론으로 올해 10월 선거에서 집권 연장이 불투명한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의 이슬람 정권을 축출한다는 이스라엘의 숙원을 달성하려 시도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엑스(X·옛 트위터) 페르시아어 계정은 이란 시위대에 정권을 겨냥한 움직임을 부추기고 있다.
다만 이스라엘의 다수 언론에 따르면 이스라엘 당국은 아직 신중한 상황이다.
공영방송 칸은 전날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은 이란을 공격할 의도가 없다”며 이란을 안심시키는 메시지를 블라디미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통해 전달했다고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지금 이스라엘은 오히려 이란이 오판해 이스라엘을 선제타격할까 봐 우려한다는 의미다.
N12 방송도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 시위대를 지지하는 취지의 공개 발언과 달리 물밑에서는 이란이 한 발 앞선 군사행동에 나서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는 고위 관료들의 발언을 보도했다.
와이넷은 “시위가 이란 정권을 무너뜨릴 가능성이 낮으며, 이스라엘이나 미국의 공격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전했다.
먼저 이란의 시위 규모가 너무 작아 국가기관에 실질적인 위협이 될 정도에 미치지 못하는데다 2009년, 2019년, 2022년 등 과거 반정부 시위 선례와 비교해도 사상자 숫자가 크지 않다는 근거에서다.
시위대를 이끄는 통일된 지도부나 전략이 없는 점, 1979년 시위대와 맞서기를 포기하며 팔레비 왕조 몰락에 일조했던 이란 정규군도 이번 사태를 맞아서는 아직 정권 수호의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는 점 등도 언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