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훗날 내 글을 읽는 사람이 있어 ‘사랑을 하고 갔구나.’ 하고 한숨지어 주기를 바란다. 나는 참 염치없는 사람이다.”
지난달 수필가 피천득의 수필집 '악수도 없이 헤어졌다'(민음사)가 출간됐다. 딸 ‘서영이’에 대한 사랑이 유별나기로 소문난 피 작가가 이번엔 ‘아버지로서의 얼굴’을 독자 앞에 드러냈다. 책에는 아들을 향한 미공개 편지 7편이 처음 공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에 수록된 편지 모음 '수영이에게'는 피 작가 작고 후 그의 작품을 관리하고 있는 아들 피수영 박사가 미국에서 생활하던 시절 받은 것들이다. 피 박사는 아산병원에서 국내 최초로 신생아 의료 체계를 정착시킨 명의다. 편지에는 아들을 향한 걱정과 염려, 노년의 적적한 생활, 절제된 말 속에 숨은 애정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피 작가는 아들에게 담배를 끊으라고 걱정하고, 자동차를 사지 말라고 당부한다.
제목 '악수도 없이 헤어졌다'는 그의 대표 수필인 '인연'에 등장하는 한 구절이다. 피 작가는 이 글에서 "어떤 만남들은 스쳐 지나갔어야 했고, 어떤 관계들은 조용히 물러났어야 했다"고 말한다. 수필집 작품 해설은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등을 쓴 한국 대표 인터뷰어 김지수 작가가 맡았다.
1910년 5월 서울에서 태어난 피 작가는 1930년 신동아를 통해 시 '서정소곡'으로 등단한 후 '서정시집', '생명', '수필', '인연' 등 여러 시집과 수필집을 내놓았다. 특히 '인연'은 우리 수필문학의 고전으로 자리잡았다.
김수호 기자 suho@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