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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그린란드 눈독’에 난감한 유럽···“나토 종말”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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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그린란드 눈독’에 난감한 유럽···“나토 종말”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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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6일 덴마크령 그린란드의 수도 누크. AFP연합뉴스

지난해 3월6일 덴마크령 그린란드의 수도 누크.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공습 이후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한 야욕을 재차 드러내자 유럽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유럽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쏟아낸 적대감에 맞대응하지 않는 ‘신중 모드’를 유지해왔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이 실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유럽 내 불안과 반발을 키우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공습 이후 유럽연합(EU)이 내놓은 미온적인 반응은 유럽이 처한 딜레마를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공습을 계기로 EU 내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가 필요하다”는 야심을 실행에 옮길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도 EU는 원론적 입장을 내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전날 그린란드 편을 들며 “EU는 국가 주권, 영토 보전, 국경 불가침의 원칙을 수호해 나갈 것” “그린란드는 미국의 동맹국이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 적용을 받는 국가라는 점에서 베네수엘라와 차이가 있다”라고 밝혔다. 폴리티코는 EU가 정작 트럼프 정부의 행보를 어떻게 저지할 계획인지는 밝히지 않았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EU는 그동안 관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관해서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왔다. 트럼프 정부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새 국가안보전략에서 유럽을 향해 “문명 소멸의 위기” 등 거친 표현을 쏟아냈을 때도 EU 집행위는 “미국은 여전히 우리의 가장 큰 동맹”이라며 대응 수위를 조절했다.

지난해 6월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전체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AFP연합뉴스

지난해 6월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전체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AFP연합뉴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베네수엘라를 공습해 직접 ‘운영’하겠다고 선언하고 그린란드 등이 다음 표적으로 거론되자 유럽 일각에선 본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나토 내에선 유럽 국가들이 그린란드에 군사기지를 건설하는 등 북극권 방어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나토 고위 관계자는 “그린란드 주변에서 나토의 존재감을 키우고, 미국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창의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그린란드를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야욕이 나토의 존립 자체를 위협한다는 불안도 커지고 있다. 1949년 나토 출범 이후 회원국 중 하나가 다른 회원국을 직접 공격한 전례가 없는데 실제로 미국이 그린란드에 군사력을 사용한다면 나토 차원의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에드 아널드 선임 연구원은 “그렇게 되면 우리가 알고 있는 나토는 종말이 거의 확실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도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이 다른 나토 회원국을 공격하기로 한다면 나토를 포함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된 안보 질서가 모두 무너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우파 논객 케이티 밀러가 엑스에 올린 그린란드 지도. 밀러는 성조기로 채워진 그린란드 지도를 엑스에 올리면서 ‘곧’(SOON)이라고 적었다. 케이티 밀러 엑스 계정 갈무리

미국 우파 논객 케이티 밀러가 엑스에 올린 그린란드 지도. 밀러는 성조기로 채워진 그린란드 지도를 엑스에 올리면서 ‘곧’(SOON)이라고 적었다. 케이티 밀러 엑스 계정 갈무리

트럼프 정부의 실세로 꼽히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이날 그린란드에 대한 무력 사용 가능성까지 거론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그는 CNN 인터뷰에서 “그린란드의 미래를 두고 미국과 군사적으로 싸우려는 나라는 없을 것”이라며 “세계는 힘과 권력에 의해 움직인다”고 했다. 그의 아내이자 우파 논객인 케이티 밀러는 전날 성조기로 채워진 그린란드 지도를 ‘곧’(SOON)이란 문구와 함께 엑스에 올리기도 했다. 집권 1기부터 그린란드를 매입하고 싶다고 밝혀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후 꾸준히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로 삼겠다고 공언해왔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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