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29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의 모습/AFPBBNews=뉴스1 |
한때 미국 채용 시장을 지배했던 다양성 정책이 후퇴하면서 기업들의 채용 기조가 학벌 중심으로 회귀했다. 비용을 줄이면서 검증의 확실성을 높이기 위해 특정 대학 출신을 선호하는 보수적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무직 채용이 둔화하고 다양성 정책이 퇴보하면서 신입 채용 시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가 다시 중요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팬데믹 시절 인재 확보 경쟁 당시 유행하던 '인재는 어디에나 있다'는 모토도 설 곳을 잃고 있단 평가다.
기업 인재 전략 연구회사인 베리스인사이트의 2025년 조사에 따르면 150개 기업 중 26%가 채용 범위를 특정 대학 출신으로 좁혔다고 답했다. 2022년 7%에서 3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나머지 기업들은 이른바 '타깃 학교' 중심으로 채용을 진행하면서 온라인 지원을 통해 다른 대학 출신도 받아들이는 혼합 방식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예컨대 가전제품 회사 GE어플라이언스는 매년 45~50개 대학에서 채용 설명회를 진행하던 것과 달리 이제 15개 핵심 대학을 선정해 채용 행사를 연다. 컨설팅회사 매켄지는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태 이후 아이비리그 외 대학까지 채용 범위를 넓혔으나 최근 채용 관련 웹페이지에서 "학위가 아닌 사람을 채용한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채용 담당자들은 일부 대학 위주로 채용을 진행하는 이유로 △다양성 정책의 후퇴 △비용 절감 △입사 지원서의 변별력 약화 등을 꼽는다.
무엇보다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이 후퇴하는 분위기와 맞물려 기업 채용에서도 다양성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단 설명이다. 실제로 베리스인사이트 조사에서 채용 시 다양성을 중시한다고 답한 기업은 2022년 60%에서 지난해는 31%로 반토막 났다.
학벌 위주로 채용을 진행하면 수많은 캠퍼스를 일일이 방문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비용도 절감된다. 팬데믹 후 재택 근무가 끝나고 사무실 출근이 일상화하자 기업들이 직원의 이주 비용 부담을 피하기 위해 본사 근처 대학 출신을 우대하는 경향도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작성한 이력서와 자기소개로 인해 서류 전형의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점도 학벌 위주 채용의 부활 근거로 거론된다. AI가 쓴 비슷비슷한 내용 때문에 기업들이 검증된 기준에 의존하게 되면서 학벌의 중요성이 더 커졌단 얘기다.
타깃과 펠로톤 등 미국 기업에서 신입 채용을 맡았던 윌리엄 치체스터 3세는 현재 대부분의 기업이 약 4000개 대학 가운데 명문 대학과 본사 인근 대학을 포함해 약 30개 대학에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두 범주에 속하지 않는 지원자라면 구직을 위해 "신이 도와야 한다"면서 관계자 추천이나 링크트인 네트워킹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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