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트홀 첫 상주 성악가 발탁
2023 퀸 엘리자베스 최연소 우승
獨 프랑크푸르트 극장 솔리스트
2023 퀸 엘리자베스 최연소 우승
獨 프랑크푸르트 극장 솔리스트
바리톤 김태한이 금호아트홀의 첫 성악가 상주음악가로 선정, 올 한 해 4번의 공연을 연다. [금호아트홀 제공]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록가수가 되고 싶었던 소년은 202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스물셋, 순수 국내파의 그는 역대 ‘최연소 우승’이라는 타이틀로 정상에 올랐다. 포부가 당찼다. “요나스 카우프만 같은 오페라계의 슈퍼스타가 되고 싶다”는 야망을 건네던 혈기 왕성한 청춘이었다. 3년이 지나 그는 다시 금호아트홀 최초의 성악가 상주음악가로 올 한 해를 책임지게 됐다. 바리톤 김태한(26)이다.
“제가 지금 생각하는 슈퍼스타는 ‘믿고 듣는 가수’예요.”
피아니스트 김다솔을 시작으로 2013년 국내 공연장 최초로 상주음악가 제도를 시작한 금호아트홀이 11번째 연주자로 김태한을 선정했다.
금호아트홀과 김태한의 인연은 각별하다. 202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 나가기 직전, 학생 신분이었던 그는 금호아트홀에서 영아티스트로 데뷔 리사이틀을 가졌다. 김태한은 6일 오전 금호아트홀에서 기자들과 만나 “퀸 엘리자베스 이후 2024년 다시 돌아와 라이징 스타로 독창회를 열어 금호와 전 깊은 연관이 있었다”며 “첫 성악가 상주음악가인 만큼 의미도 깊고 부담도 되지만, 그 책임감을 무대에서 더 좋은 음악으로 승화하겠다”고 말했다.
인간의 목소리로 만들어내는 예술 세계의 감동 크기는 상당하나, 성악은 피아노나 바이올린과 같은 기악에 비해 인기가 많은 장르는 아니다. 하지만 김태한은 성악은 기악과는 달리 ‘가사가 있는 음악’이라 더 매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김태한은 “성악은 여러 시인의 시를 읽고 작곡가 본인이 직접 해석해 느꼈던 감정이 담겨있다”며 “그 창작물을 다시 한번 해석하는 전달자가 바로 성악가다. 시와 언어, 음악의 관계를 집중해서 듣는다면 더 재밌는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 해 동안 이어지는 총 4번의 무대는 오로지 김태한의, 김태한에 의한, 김태한을 위한 자리로 마련된다. 김태한이 직접 프로그램을 골라 관객과 만날 채비를 마쳤다.
그는 “젊은 음악가가 이렇게 활동할 기회를 얻는 것, 직접 프로그램을 선정하고 공연의 기획과 구성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며 “프로그램을 직접 꾸미는 것에 대한 갈망이 늘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꾸민 타이틀은 ‘페르소나’다. 노래 안에 깃든 다양한 페르소나를 무대 위로 불러내기 위해 다양한 오페라를 골랐다. 오는 8일 금호아트홀의 신년음악회로 그가 꾸밀 무대는 ‘독백’을 소주제로 삼았다. 오랜 인연을 맺은 피아니스트 한하윤과 호흡을 맞춘다. 모차르트의 ‘코지 판 투테’, ‘피가로의 결혼’을 비롯해 슈트라우스, 푸치니, 코른골트, 샤를 구노 등의 곡을 골랐다.
김태한은 “하나의 페르소나를 정해놓고 보여주기보다 내 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페르소나를 꺼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코지 판 투테’는 김태한이 지난해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오페라 극장의 솔리스트로 선발돼 출연한 첫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에서 그는 굴리엘모 역할을 맡았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이후 2023년 베르린 슈타츠오퍼 오페라 스튜디오 멤버로 활동했던 그는 “베를린은 워낙 작품이 많아 한 시즌에 50회 이상 공연했는데 프랑크푸르트는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이 극장은 40명의 솔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 독일 내에서도 숫자가 가장 많다.
이곳엔 김태한은 물론 한국인 성악가로는 이곳에서 13년째 솔리스트로 활동 중인 베이스 심기환도 있다. 그는 “극장 소속 솔리스트는 직장인과 같아 내가 배역을 정할 순 없지만, 내 목소리의 특성을 잘 알고 활용해 주려고 한다”며 “스스로는 리릭 테너이면서 저음이 편한 바리톤인데 저음 바리톤 배역, 낮은 음역의 테너가 부르는 배역을 많이 소화했다”고 말했다.
김태한은 독일 가곡을 가장 선호하나, 상주음악가로 관객과 만나는 동안 세 번째 콘서트에선 ‘사랑’을 소주제로 프랑스 예술가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프랑스 가곡은 이지 리스닝의 곡으로 아름답고 매력적인 장르”라고 소개했다. 프랑스어는 비음을 쓰는 모음이 많아 성악가들이 발음하는 데 까다로운 언어로 꼽힌다. 그는 “모음의 연결이나 음악의 흐름이 독일 가곡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며 “독일 가곡이 시를 낭송하는 느낌이라면 프랑스 가곡은 노래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상주 음악가로 한 해를 보내는 것은 연주자들에게 큰 성장과 도전, 모험의 기회다. 김태한은 “꾸준히, 천천히 성장하며 언젠가 요나스 카우프만과 같은 반열에 오르고 싶다”며 “차근차근 작은 역할부터 커리어를 쌓는 것이 나의 목표”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