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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 안네 의붓언니, 인권 운동가 에바 슐로스 별세

머니투데이 김종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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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 안네 의붓언니, 인권 운동가 에바 슐로스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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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종과 종교 존중해야…서로 다른 점 안고 살아가야"

아우슈비츠 생존자이자 인권 운동가인 에바 슐로스가 2019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뉴포트 고등학교에서 강연을 경청 중인 모습. 당시 슐로스는 나치식 경례를 하는 모습이 찍혀 논란이 됐던 10대들을 이곳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다.

아우슈비츠 생존자이자 인권 운동가인 에바 슐로스가 2019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뉴포트 고등학교에서 강연을 경청 중인 모습. 당시 슐로스는 나치식 경례를 하는 모습이 찍혀 논란이 됐던 10대들을 이곳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다.


저서 '안네의 일기'에서 전쟁의 참상과 희망, 절망, 인간성을 담아낸 안네 프랑크와 의붓자매 관계였던 인권운동가 에바 슐로스가 지난 3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6세.

AP통신 등에 따르면 슐로스는 지난 3일 영국 런던 자택에서 별세했다.

1929년 오스트리아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난 슐로스는 1938년 나치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합병하자 벨기에를 거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피신했다. 슐로스 가족은 동갑내기 안네 프랑크가 살던 집 근처에 거처를 마련했고, 둘은 곧 친구가 됐다.

두 가족은 1942년 네덜란드 내 유대인 체포가 극심해지자 다른 은신처로 숨어들었으나, 1944년 결국 독일 경찰에 발각돼 유대인 수용소인 아우슈비츠로 끌려갔다. 슐로스는 아우슈비츠에서 모친과 함께 살아 남았지만 부친과 오빠를 잃었다. 안네 프랑크는 아우슈비츠에서 장티푸스에 감염돼 15세 나이로 사망했다.

슐로스의 모친이 1953년 안네 프랑크의 부친 오토 프랑크와 결혼하면서 슐로스와 안네 프랑크는 의붓자매가 됐다. 부부는 안네 프랑크의 일기를 출판하기 위해 협력하면서 가까운 사이가 됐다고 한다.

슐로스가 아우슈비츠의 참상과 자신의 경험을 세상에 꺼내기 시작한 것은 1980년 의붓아버지 오토 프랑크가 사망한 이후다. 그 전까지는 아우슈비츠에 대한 기억과 안네 프랑크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 탓에 침묵을 지켰다.


그는 2013년 가디언 인터뷰에서 의붓아버지에 대해 "여전히 안네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갖고 안네의 기억을 지키는 데 온 힘을 쏟았다"며 "안네의 존재가 우리 삶의 모든 것을 집어삼킨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을 원망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세상에 안네의 이름을 새겨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슐로스는 안네를 옷, 헤어스타일과 영화배우에 관심이 많고 조숙하고 자신감 넘치는 동갑내기로 기억하고 있었다. 안네에 대해 어느 정도의 호감을 갖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나는 말괄량이였고 안네는 훨씬 더 세련됐다. 그냥 관심사가 달랐다"며 당시에 큰 호감을 갖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슐로스는 2013년 출간한 자서전 '아우슈비츠 이후'에서 아우슈비츠와 유대인 학살의 참상을 세상에 전했다. 이후 수십년 동안 교육기관과 국제회의장 연단에서 인권 교육 활동을 벌였다. 영국 안네 프랑크 재단 명예회장으로도 활동했다. 2019년에는 고등학교 파티에서 나치 경례를 하는 모습이 찍혔다가 논란이 됐던 캘리포니아 10대 청소년들을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이때 슐로스는 90세였다.


2016년에는 언론 기고문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인종차별주의를 선동하는 또 다른 히틀러"라고 비판했다.

2024년에는 "사람들을 타자로 취급하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며 "모든 사람의 인종과 종교를 존중해야 한다. 서로 다른 점들을 안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은 슐로스의 부고를 듣고 "그녀가 젊은 여성으로서 겪었던 끔찍한 일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지만 그녀는 남은 생애를 증오와 편견을 극복하고 친절, 용기, 이해, 회복력을 증진하는 데 헌신했다"며 "그는 영국 안네 프랑크 재단과 전세계 홀로코스트 교육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고 밝혔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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