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머니투데이 언론사 이미지

SK하이닉스 최연소 임원 9개월만에 사표 "메모리 '판' 뒤집을 것"

머니투데이 김진현기자
원문보기

SK하이닉스 최연소 임원 9개월만에 사표 "메모리 '판' 뒤집을 것"

서울맑음 / -3.9 °
[스타트UP스토리] 김진영 엑시나 대표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김진영 엑시나 대표/사진제공=엑시나

김진영 엑시나 대표/사진제공=엑시나


"데이터를 CPU(중앙처리장치)로 옮겨 연산하는 과정에는 수많은 메모리칩이 필요합니다. 메모리 내부에서 직접 연산을 수행해 데이터 이동량을 줄이면 처리 속도는 높이고 비용은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기업을 거친 김진영 대표가 2022년 설립한 팹리스 스타트업 엑시나의 목표는 데이터센터에서 사용되는 메모리 반도체의 효율화다. 차세대 메모리 기술인 CXL(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 솔루션을 통해 폭증하는 인공지능(AI) 데이터 처리 수요와 비용 절감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엑시나는 지난해 사명을 메티스엑스에서 변경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사명은 대전환(Transformation)을 뜻하는 '엑스(X)'와 라틴어로 장면·무대를 뜻하는 '시나(CENA)'를 합쳤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판'을 완전히 뒤바꾸겠다는 의지다. 단순히 용량만 늘리는 기존 방식을 넘어 연산 기능을 갖춘 '지능형 메모리'로 AI 데이터센터의 고질적인 비효율을 해결하겠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 최연소 임원, CXL 기술서 발견한 기회

김 대표는 SK하이닉스에서 40대 초반 '최연소 임원' 타이틀을 달았으나 승진 9개월 만에 회사를 나와 창업에 나섰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를 졸업한 그는 2007년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모바일 스토리지와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개발을 주도하며 능력을 입증했고 입사 6년 만에 3년 조기 진급하는 등 일찌감치 조직 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삼성에서 투자업무를 담당하다 2014년 SK텔레콤으로 적을 옮긴 뒤에는 스토리지 관련 연구개발(R&D) 조직을 이끄는 최연소 팀장이 됐다. 해당 조직이 SK하이닉스에 인수된 뒤에는 SSD 소프트웨어와 차세대 솔루션 아키텍처 R&D를 담당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그는 2021년 사내 최연소 부사장에 발탁되는 기록을 세웠다.

초고속 승진으로 능력을 증명한 그가 안정적인 대기업 임원 자리를 박차고 나온 이유는 '메모리 반도체의 한계를 깨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는 "기존 메모리 칩은 정해진 규격에 맞춰 대량생산되는 범용 제품 성격이 강해 경쟁과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한계가 있다"며 "단순 저장소 역할에 머물던 메모리에 CXL 기술을 기반으로 연산 기능을 결합한다면 시장의 판도를 바꿀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CXL은 CPU와 메모리, GPU(그래픽처리장치) 등 다양한 컴퓨팅 장치를 고속으로 연결하는 차세대 인터페이스 기술이다. 기존 서버 환경에서는 메모리 용량을 늘리기 위해 고가의 CPU를 함께 증설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비용 부담이 컸다. 반면 CXL을 적용하면 CPU 증설 없이도 메모리를 유연하게 확장·공유할 수 있어 자원 활용 효율과 비용 효율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엑시나의 핵심기술은 단순히 메모리 용량을 확장하는 '익스펜더(Expander)'에 그치지 않는다. 메모리 컨트롤러에 연산 기능을 결합해 데이터 일부를 메모리 반도체에서 직접 처리하는 제품을 개발 중이다. 여기에 값비싼 D램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대용량 SSD를 활용한 메모리 계층화 기술도 함께 적용해 비용 효율을 극대화했다.

김 대표는 "데이터센터 구축 비용의 상당 부분은 데이터가 메모리에서 CPU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며 "엑시나의 칩은 데이터를 CPU로 옮기지 않고 메모리 단계에서 직접 처리함으로써 데이터 병목 현상을 줄이고 처리 속도를 높인다"고 말했다.


누적 투자금 700억…1억달러 시리즈B 추진

엑시나 개요/그래픽=김지영

엑시나 개요/그래픽=김지영


엑시나의 기술력은 시장에서 빠르게 인정받았다. 시드 라운드에서 100억원을 투자받았고 지난해 시리즈A 라운드에서 600억원을 유치하며 누적 투자유치액 700억원을 달성했다. 기술력을 눈여겨 본 미래에셋벤처투자, IMM인베스트먼트, SV인베스트먼트 등 대형 벤처캐피탈(VC)이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현재 엑시나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4나노 공정을 통해 시제품 생산을 마쳤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국내외 주요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데이터센터 운영사)와 기술검증(PoC)을 논의할 계획이다. 올 하반기 양산형 칩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약 1억달러(약 14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 서니베일에 현지 오피스도 설립했다. 오라클(Oracle) 출신의 브라이언 히라노(Brian Hirano) 등 현지 전문가도 영입했다. 전체 85명의 임직원 중 절반 이상이 R&D 인력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기술력을 갖췄다.

김 대표는 "2027년 초중반부터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를 바탕으로 2027년 말 혹은 2028년 초 IPO(기업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협업 등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김진현 기자 jinkim@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