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약 테러범 체포한 법집행 작전” 주장
중국·러시아 “주권국 대통령 납치·무력 침략” 규탄
중남미도 친미·반미로 양분…외교 지형 균열
중국·러시아 “주권국 대통령 납치·무력 침략” 규탄
중남미도 친미·반미로 양분…외교 지형 균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사무국 산하 안보리 업무국(SCAD) 국장인 클라우디아 반츠(C-R)가 2026년 1월 5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이사국 관계자에게 발언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국제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을 의제로 긴급회의를 열어, 2026년 1월 3일 미국의 군사 작전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그의 부인이 체포된 이후 베네수엘라 상황을 논의하고 있다.[EPA]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작전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포·압송을 둘러싸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극명하게 갈라졌다. 미국·영국·프랑스는 마두로를 “불법적 대통령”으로 규정하며 작전을 정당화한 반면, 중국·러시아는 “국제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주권 침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중남미 국가들 역시 입장이 엇갈리며 베네수엘라 사태가 글로벌 안보 질서의 분기점으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미국은 이번 작전을 군사 침공이 아닌 ‘법집행’으로 규정했다. 마이크 왈츠 주유엔 미국대사는 마두로 대통령이 ‘마약 테러리즘’ 혐의로 미국 법원에 기소돼 있다며, 체포·구금은 “외국 테러조직 ‘태양의 카르텔’ 수장에 대한 합법적 기소를 집행한 작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24년 베네수엘라 대선의 개표 부정 논란을 거론하며 “마두로는 수년간 합법적인 국가 원수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영국과 프랑스도 대체로 미국의 문제의식에 동조했다. 제임스 카리우키 유엔 주재 영국 차석대사는 “마두로의 집권은 사기였다”며 “베네수엘라 국민의 의지가 반영된 합법적 정부로의 평화적 이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제롬 보나퐁 대사는 2024년 대선이 “수많은 부정행위로 훼손됐다”고 지적하면서도, 미국의 군사작전에 대해서는 “분쟁의 평화적 해결 원칙에 어긋난다”며 신중론을 덧붙였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작전 자체를 국제 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했다. 푸충 주유엔 중국대사는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주권과 안보, 합법적 권리를 짓밟았다”며 “일방적이고 불법적이며 패권적인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어떤 나라도 세계의 경찰이 될 수 없고, 국제 재판관을 자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대사도 “국제법 규범을 모두 위반한 무력 침략”이라며 마두로 대통령 부부의 즉각 석방을 촉구했다.
당사국인 베네수엘라는 한층 격앙된 표현을 썼다. 사무엘 몬카다 주유엔 베네수엘라대사는 이번 사건을 “미국 정부에 의한 공화국 대통령 납치”이자 “주권국에 대한 폭격”으로 규정하며, 국제사회가 이를 용인할 경우 “무력이 국제관계의 진정한 중재자가 되는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남미 국가들의 입장도 뚜렷이 갈렸다. 아르헨티나·칠레·파라과이·트리니다드토바고는 미국의 결단을 평가하며 민주주의 회복을 강조한 반면, 브라질·콜롬비아·멕시코·쿠바는 주권 침해를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브라질은 “용납할 수 없는 선을 넘었다”고 비판했고, 콜롬비아는 외교적 중재 의사를 내비쳤다.
안보리 논쟁은 단순한 베네수엘라 정권 문제를 넘어, ‘주권’과 ‘법집행’, ‘힘의 외교’를 둘러싼 국제 질서의 충돌을 드러냈다. 미국이 제시한 논리가 국제사회에서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을지, 혹은 중·러의 반발이 새로운 외교 전선을 형성할지에 따라 베네수엘라 사태의 파장은 한층 더 커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