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국왕생일, 태국시위 진정]
보수·엘리트 대변하는 야권, 서민 지지받는 탁신파 정책을 포퓰리즘이라 비판하며 시위
태국 올해 성장률 하향 조정… 여행 자제 국가 지정되기도
보수·엘리트 대변하는 야권, 서민 지지받는 탁신파 정책을 포퓰리즘이라 비판하며 시위
태국 올해 성장률 하향 조정… 여행 자제 국가 지정되기도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가 오빠인 탁신 전 총리의 사면안을 추진한 것에 대한 반발로 촉발된 반(反)정부 시위가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다. 양측은 푸미폰 국왕 86세 생일을 이틀 앞둔 지난 3일 임시 휴전에 합의했지만 이후 언제든 재점화할 가능성이 높다. 시위를 주도하는 수텝 트악수반(64) 전 부총리는 이날 시위대에 "우리는 부분적으로 승리했다. 친나왓 가족을 태국 정치에서 몰아내는 날까지 시위는 계속 될 것이다"고 말했다.
'천사의 도시' 방콕에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2~3년 주기로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계층·지역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반대 세력 포용에 실패했고, 야권은 합법 대신 힘을 앞세워 폭력과 혼란의 악순환이 반복됐다. 태국 국립행정개발연구소는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3.7%에서 3.4%로 하향 조정했다. 영국·일본·독일 등 20여개국이 태국 여행 주의보를 발령해 관광업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갈등의 중심에 탁신이
탁신은 2001년 낙후 지역 개발과 저소득층 복지 등 친서민 정책으로 집권했다. 탁신을 '포퓰리스트'라고 비판하는 상대 진영은 대도시 중산층·엘리트층을 중심으로 한 보수 세력이다. 두 세력 간 갈등은 2006년 2월 탁신 일가의 탈세 의혹과 정부의 부패 문제가 불거져 반(反)탁신 세력이 들고일어나면서 폭발했다. 시위와 혼란 속에 군부는 그해 9월 탁신이 방미한 틈에 쿠데타를 일으켰다.
'천사의 도시' 방콕에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2~3년 주기로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계층·지역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반대 세력 포용에 실패했고, 야권은 합법 대신 힘을 앞세워 폭력과 혼란의 악순환이 반복됐다. 태국 국립행정개발연구소는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3.7%에서 3.4%로 하향 조정했다. 영국·일본·독일 등 20여개국이 태국 여행 주의보를 발령해 관광업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갈등의 중심에 탁신이
탁신은 2001년 낙후 지역 개발과 저소득층 복지 등 친서민 정책으로 집권했다. 탁신을 '포퓰리스트'라고 비판하는 상대 진영은 대도시 중산층·엘리트층을 중심으로 한 보수 세력이다. 두 세력 간 갈등은 2006년 2월 탁신 일가의 탈세 의혹과 정부의 부패 문제가 불거져 반(反)탁신 세력이 들고일어나면서 폭발했다. 시위와 혼란 속에 군부는 그해 9월 탁신이 방미한 틈에 쿠데타를 일으켰다.
실각 후 영국으로 망명한 탁신은 자신이 조종한 정치 세력이 2007년 12월 총선 승리로 집권하자 2008년 2월 귀국했다. 반탁신 세력은 다시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탁신은 해외 도피했다. 탁신 지지층 등은 그의 탈세 혐의가 태국 세법상 전혀 문제가 없고 부정 축재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은 2008년 12월 헌법재판소가 선거법 위반으로 여당에 해체 명령을 내리자 탁신 세력 일부를 흡수해 집권에 성공했다.
이번에는 친탁신 세력 '레드셔츠'가 반격에 나섰다. 2010년 레드셔츠의 방콕 시위를 군부가 강경 진압해 9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2011년 총선에서 푸어타이당을 이끈 잉락이 총리로 당선됐다. 잉락 총리는 올해 들어 탁신 사면안을 추진했고 이는 이번 시위의 도화선이 됐다.
◇군부는 여전히 변수
여당은 쌀 수매 정책 및 수자원 관리 부실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한 상황에서 국민 정서에 반해 탁신의 복귀를 강행했다. 잉락 총리는 '탁신의 아바타'라는 비난을 받았다.
야당은 '의회 해산, 조기 총선'이란 정부 일각의 사태 해결안마저 거부하고 있다. 선거를 해도 서민층 지지가 확실한 여당을 상대로 승산이 없기 때문이다. 수텝 전 부총리는 대신 "선거 없이 의회를 대신할 국민의회와 국민정부를 구성하자"고 주장한다.
![]() |
군부가 어느 편을 들지가 향후 주요 변수다. 태국에서는 1932년 입헌군주제 도입 이후 19차례 군사 쿠데타가 발생했다. 아직까지는 군이 개입 명분을 얻을 만큼 시위가 격렬한 양상은 아니었다.
시위를 이끄는 수텝 트악수반은 2008~2011년 민주당 집권 시기에 부총리를 지냈다. 그는 지난달 초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자 민주당을 탈당하고 시위대 전면에 나섰다. 그는 지난 1일 잉락 총리를 만나 "이틀 안에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고 퇴진하라"는 최후통첩을 했으나 잉락 총리는 이를 거부했다. 수텝은 "부패를 근절하기 위해 정치체제 자체를 바꿀 것을 요구한다"면서도 "총리직에는 전혀 욕심이 없다"고 밝혔다.
탁신은 1980년대 말 이동통신·컴퓨터 사업을 하는 친나왓 그룹을 설립해 천문학적 부(富)를 쌓은 뒤 정치를 시작했다. 재선까지 성공했지만 탈세와 부패 혐의로 공분을 샀고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실각했다. 해외 도피 중 결석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으나 막내 여동생 잉락의 2011년 총선 승리로 부활했다.
미인 대회 출신의 잉락은 정치적으로 몰락한 집안의 막내딸이라는 피해자 이미지까지 보태 지지층을 넓혔다. 지난 6월 말 대규모 개각으로 국방장관직까지 겸임했다.
◇독특한 타이식 시위 문화
태국은 절대 권위의 군주제와 불교 국가 특유의 관대함이 정치·사회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난달 30일 첫 사망자가 나오면서 시위는 격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정부와 반정부 시위대는 국왕 생일이 이틀 뒤라는 이유로 3일 임시 휴전에 합의했다. 경찰은 정부 청사 앞 바리케이드를 열어줬고, 시위대는 장미꽃으로 답례했다. 2006년 탁신을 축출한 쿠데타 당시에도 푸미폰 국왕의 쿠데타 추인 이후 친탁신 세력의 불만이 잠잠해졌다.
[김승범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