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청구 2023년 39건→2024년 78건
지난해 11개월만에 2024년 수치 넘어서
같은 기간 기소는 99명···매해 증가 추세
재심·기소 동시 증가···존폐 따라 영향 커
단순 비교 불가···존폐여부 논의 신중해야
지난해 11개월만에 2024년 수치 넘어서
같은 기간 기소는 99명···매해 증가 추세
재심·기소 동시 증가···존폐 따라 영향 커
단순 비교 불가···존폐여부 논의 신중해야
폐지 논의가 진행 중인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억울하게 처벌을 받았다며 재심을 청구한 사례가 지난해 80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국보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들도 100명에 육박했다. 1948년 제정·시행 이후 존폐 논의 선상에 오른 국보법이 향후 결과에 따라 거센 후폭풍이 예상되는 만큼 논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들어 11월까지 국보법 위반 사건에 대한재심을 청구한 이들은 80명에 이른다. 국보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게 잘못됐다며 재심을 청구하는 사람은 2023년 39명에서 2024년 78명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채 1년도 되지 않은 기간에 이미 2024년 수준을 넘어섰다.
재심 청구와 더불어 국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는 피의자들도 해마다 늘고 있다. 같은 기간 국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의자는 99명으로 지난해(88명)보다 12.5% 늘었다. 이는 2020년 이후 최고 수치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서는 피고인들은 지난 2021년 41명에서 2022년 15명으로 줄었다. 이후 2023년 57명을 기록했다가 2024년부터 2년 연속 급증했다. 앞선 국보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는 물론 기소·법원 판단까지 잘못됐다며 ‘다시 재판을 받겠다’는 이들은 물론 같은 법률을 위반했다는 사유로 법정에 서 재판부의 판단을 기다리는 피의자까지 동시에 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이 제정·시행 이후 77년 만에 또 다시 존폐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의원 31명은 앞서 이달 2일 국보법 폐지안을 발의했다. 국보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데다, 그동안 정치적 반대 세력과 시민 사회를 탄압하는 도구로 쓰여왔다는 게 이유에서다. 또 냉전 체제의 해체와 남북 유엔(UN) 동시 가입, 남북기본합의서 체결 이후 국보법의 존속 근거가 이미 사라졌다는 점도 폐지 요인으로 꼽았다. 반면 법조·학계 일각에서는 국보법 폐지에 반대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형법상 간첩죄로 처벌할 경우 혐의에 대한 적용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형법 제98조에서는 적국을 위해 간첩하거나, 이를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 또 군사 정보를 적국에 누설한 자도 처벌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현재 형사·사법 체계에서 혐의 유무를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범여권의 주장대로 국보법이 폐지돼 역사의 한 켠으로 사라질 경우 현재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은 공소권 없음 등 사유로 사건이 종료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교 교수는 “미국은 9·11 테러 이후 강력한 ‘애국법(the US PATRIOT ACT)’을 제정·시행하는 등 선진국에도 유사한 법·제도가 존재하고 있다”며 “남북한이 적대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한다는 건 현실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형법상 간첩죄는 다소 포괄적이라 북한에서 남파되거나 포섭된 사람 뿐 아니라 자발적으로 북의 편에 서서 행동하는 사람을 처벌하는 데 있어 다소 불명확한 요소가 많다”며 “지금까지 헌법재판소가 국보법은 합헌으로 판단해온 데다, 문제가 있다고 꼽히던 조항들이 대부분 개정된 만큼 폐지보다는 존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재심 청구 사건의 경우 과거 군사 정권 시절 잘못된 수사·기소·재판에 따라 내려진 판결일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몇 년 새 기소된 피의자들에게 적용된 국보법 조항이 무엇인지, 그 과정에는 문제가 없는지까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와 현재가 상황이 다른 만큼 재심·기소 사안을 직접 비교해 국보법에 문제가 있다고 하거나 무조건 없다고 판단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국회 등 논의에 따라 국보법을 유지할 경우에도 현 국내외 상황에 맞게 잘못된 조항이 있다면 반드시 고쳐나가야 한다”며 “국보법을 폐지할 시에도 타국에서 우리나라에 적대 행위를 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적 입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현덕 법조전문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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