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UFC 헤비급 챔피언’ 톰 아스피날(32·영국)이 끝내 수술대에 오른다. 단순한 경기 중단이 아니었다. 눈을 찌르는 반칙 이후 시작된 악몽은 희귀 진단과 수술 확정으로 이어지면서 시릴 간(35·프랑스)과의 재대결 역시 기약 없는 상황이 됐다.
영국 매체 ‘더 선’은 25일(한국시간) “아스피날이 암울한 UFC 메디컬 업데이트를 통해 안과 수술을 받게 됐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는 경기 중 양쪽 눈을 찔린 뒤 희귀 질환 진단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0월 말,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야스섬 에티하드 아레나에서 열린 UFC 321 메인 이벤트였다. 아스피날은 도전자 간을 상대로 헤비급 챔피언 타이틀전을 치렀지만, 경기는 1라운드 4분 35초 만에 ‘노 콘테스트’로 종료됐다.
원인은 명백했다. 1라운드 중반, 간이 팔을 뻗는 과정에서 아스피날의 양쪽 눈을 찌르는 아이포크 반칙이 발생했다. 아스피날은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며 경기를 멈췄고, 심판은 규정에 따라 5분의 회복 시간을 부여했다.
그러나 시야가 회복되지 않았다. 결국 심판은 반칙패가 아닌 경기 무효를 선언했다. 고의성 없는 반칙으로 UFC 타이틀전이 완전히 중단된 사례는 전례가 없었다.
초기 검진 결과는 비교적 낙관적이었다. 현지 의료진은 장기 손상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영국으로 돌아간 뒤 상황은 달라졌다.
아스피날의 아버지이자 코치인 앤디 아스피날은 “오른쪽 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왼쪽 눈도 시력의 절반 수준”이라고 전했다. 회복은 더뎠고, 불안은 커졌다.
아스피날은 “한쪽 눈으로는 절대 싸우지 않겠다”며 은퇴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그는 공식 성명을 통해 “무릎 부상과는 차원이 다르다. 무릎은 결국 괜찮아질 거라는 확신이 있지만, 눈은 다르다.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분노와 두려움을 숨기지 않았다.
그 와중에 조롱도 뒤따랐다. UFC 전 헤비급 챔피언 존 존스는 안대를 쓴 ‘오리’ 이미지를 소셜미디어 프로필로 사용하며 비꼬았다. 팬들이 존스를 향해 “아스피날을 피해 도망쳤다(ducked)”고 비판해온 맥락을 뒤집은 행동이었다. 그러나 조롱과 달리 아스피날의 상태는 심각했다.
아스피날은 정밀 검진 끝에 ‘쌍방 외상성 브라운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이는 안구 운동을 조절하는 근육과 힘줄에 문제가 생겨 위를 보기 어렵고, 사물이 겹쳐 보이는 복시를 유발할 수 있는 희귀 질환이다. 실제로 아스피날은 양안 협응 저하, 안구 운동 제한 증상을 겪고 있다. 결국 수술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됐다.
아스피날은 “아직 재대결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간의 역겨운 손톱 때문에 나는 의학적으로 싸울 수 없는 상태다. 곧 수술을 받을 것이고, 돌아와서 ‘반칙쟁이’ 간의 얼굴을 박살내겠다”고 강경한 메시지를 남겼다.
다나 화이트 UFC 회장은 재대결을 예고했지만, 아스피날은 “눈이 100% 회복되기 전까지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아스피날의 우선순위는 일상 복귀다. 그는 여전히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생활하고 있으며, 아리엘 헬와니 쇼에 출연해 “최대한 빨리 돌아오고 싶지만, 눈 문제만큼은 조심해야 한다. 언제 복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은 훈련조차 허가받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챔피언의 시간은 멈춰 섰다. 반칙 하나가 커리어의 중대 분기점이 됐다. 수술 이후의 회복, 그리고 재대결의 성사 여부까지. 지금의 아스피날에게 링은 목표가 아니라, 다시 건강을 되찾은 뒤에야 바라볼 수 있는 다음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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