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10일 토트넘과 슬라비아 프라하의 2025~26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 6차전이 열리는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방문해 팬들과 고별식을 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여전히 '손흥민 리더십'을 연모하고 있다. 진정한 리더가 없는 토트넘은 선수단이 통제불가능한 형국이고, 유럽 최고 리그인 EPL은 장기근속 스타의 부재가 아쉽기만 하다.
26일(한국시간) 영국 스카이스포츠 등 현지 언론들은 토트넘의 주장인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잉글랜드축구협회(FA)로부터 추가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FA는 최근 성명을 통해 "로메로는 리버풀전에서 퇴장을 당한 뒤 경기장을 바로 떠나지 않았고, 심판에게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밝혔다. 로메로는 내년 1월 2일까지 이에 대한 소명 답변을 제출해야 한다.
로메로는 지난 21일 리버풀전(1-2 패)에서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했다. 전반 33분 손흥민(LAFC)의 등번호 7번을 넘겨받은 사비 시몬스가 리버풀의 버질 반 다이크를 향한 무리한 백태클로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했다. 수적 열세에 놓은 토트넘은 후반 리버풀에 두 골을 실점했다. 패색이 짙었으나 후반 38분 히샤를리송의 추격골로 희망의 불씨를 지폈는데 로메로가 꺼버렸다. 후반 21분 옐로카드를 한 차례 받았던 그는 후반 추가시간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상대 수비수 이브라히마 코나테와 충돌 후 다리를 들어 차는 동작으로 또다시 경고를 받았다.
로메로는 주심에게 격렬하게 항의한 뒤 한참이 지나서야 라커룸으로 향했다. FA는 이 점을 부적절한 행동으로 보고 추가 징계를 예고한 것. 로메로는 경고 누적으로 올해 마지막 경기인 크리스털 팰리스전(29일)에 출전하지 못한다. 만약 FA로부터 추가 징계를 받는다면 새해 첫 경기인 브렌트퍼드전(1월 2일)뿐 아니라 선덜랜드전(1월 5일), 본머스전(1월 8일)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로메로의 리더십은 우려를 사고 있다. 영국 BBC는 "올여름 로메로가 주장이 됐을 때 일부 팬들은 그의 잦은 징계 기록과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성향을 이유로 '잘못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며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에 비유했다. 이어 "올 시즌 토트넘이 받은 42장의 옐로카드 중 9장이 로메로에게 나왔다. 그의 플레이는 팀에 부담일까, 열정과 투지의 표현일까"라며 '로메로 리더십'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토트넘의 주장 크리스티안 로메로(가운데)가 21일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후반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자 주심에게 항의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팀을 안정시켜야 할 주장이 오히려 감정 조절과 팀 단합에 실패한 것이다.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로메로가 팀을 이끄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영국 언론계에선 매 경기 후 결과와 상관없이 인터뷰를 했던 손흥민과 달리 로메로는 인터뷰에 응하지 않아 도마에 올랐다.
그래서 현지 팬들은 '손흥민 리더십'을 그리워하는 모양새다. 손흥민이 지난 10일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방문해 홈팬들에게 정식으로 작별인사를 하고 2주가량 지났지만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팬들은 그에게 'He is one of our own(그는 우리 중 한 명이다)'라는 곡을 불러주는 영상을 유튜브에 게재하는 등 '토트넘 레전드'로 인정했다. 유스 출신 선수가 1군에 올라가 활약, 성장했을 때만 불러주는 곡인데, 10년간 팀을 위해 헌신한 손흥민을 향한 헌정곡인 셈이다.
손흥민이 토트넘을 다녀간 뒤 10년 근속 대표 선수를 잃은 EPL 사무국도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랜만에 사진을 게재하며 '패션 아이콘'이라고 조명했다. 손흥민 고별식을 생중계한 유럽축구연맹(UEFA)의 이례적인 행보도 차후에 알려졌다. 이날은 토트넘과 슬라비아 프라하(체코)의 UEFA 챔피언스리그 예선이었으나, 출전도 하지 않는 손흥민을 대기 순간부터 집중 생중계했다. 알고 보니 같은 날 도르트문트(독일)의 '원클럽맨' 마르코 로이스(LA갤럭시)도 구단을 방문해 앰배서더 활동을 공식화했지만 UEFA는 이를 중계하지 않았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