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잠 비난하며 핵잠 꺼낸 김정은

SLBM 발사관 10개… 러 지원 받아 소형 원자로 장착 가능성
한국 원잠 추진엔 “해상 주권 침해, 반드시 대응해야 할 위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700t급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 건조 현장을 참모들과 함께 시찰하고 있다. 북한은 25일 김정은이 “핵 전쟁 억제력의 중대한 구성 부분으로 될 핵 전략 공격 잠수함” 건조 현장을 현지 지도했다며 이 사진을 공개했지만, 정확한 방문 시점과 장소는 공개하지 않았다. 김정은은 “해군의 핵무장화를 계속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며 ‘비핵화 불가론’을 재확인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25일 “8700t급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며 함체 외관을 공개했다. 핵연료로 추진되며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전략핵잠수함(SSBN)을 만들고 있다는 취지다. 원자로 구획을 완성한 뒤 다른 구획과 용접해 함체를 완성하는 잠수함의 특성상, 이미 내부에 소형 원자로를 장착한 상태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를 어기고 북한에 원자로나 관련 기술을 이전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 전략 공격 잠수함”의 건조 현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국가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지킬 수 있는 핵 방패를 억척같이 구축했다”며 이 잠수함이 “사변적인 중대 변화로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크리스마스에 핵잠 건조 사실을 공개한 것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주장하는 미국에 대한 메시지로도 볼 수 있다. 김정은은 이날 “핵무력 구성으로 절대적 안전을 보장하려는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의 결심은 불변할 것”이라며 “해군의 핵무장화를 계속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최근 서울의 청탁으로 워싱턴과 합의된 한국의 핵잠수함 개발 계획”이 “국가의 안전과 해상 주권을 엄중히 침해하는 공격적인 행위로 반드시 대응해야 할 안전 위협”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가 미국의 동의하에 건조하려는 것은 핵무기 없이 원자로에서 동력만 얻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SSN)이다. 반면 북한이 공개한 잠수함에는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수직 발사관이 총 10개 있어, 핵탄두 장착 SLBM을 10기까지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잠수함 선두 전면부에서는 6문의 어뢰 발사관도 식별됐다. 북한은 김정은이 이날 “새로 개발하고 있는 수중 비밀 병기들의 연구 사업 실태”도 보고받았다며, 신형 중어뢰와 해저 기뢰로 추정되는 신무기도 처음 공개했다.

북한이 핵잠을 전력화하면 지상에 배치된 핵무기가 무력화돼도, 잠수함에서 핵무기로 ‘2차 반격’을 할 수 있게 된다. 무기급인 90% 이상 고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면 이론상 무기한 잠항도 가능하다. 하지만 북한의 핵잠 건조 주장에 대해 우리 정부와 군은 이날 아무 입장도 내지 않았다.

[김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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