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체감 영하 19도, 전국이 냉동실

조선일보 박상현 기자
원문보기

체감 영하 19도, 전국이 냉동실

서울맑음 / -3.9 °
내일까지 올겨울 최강 한파
25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추위에 옷을 입고 있다. /장경식 기자

25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추위에 옷을 입고 있다. /장경식 기자


26일 올겨울 ‘최강 한파’가 예고됐다. 서울의 수은주가 영하 12도, 체감 온도는 영하 19도까지 떨어지는 등 전국이 꽁꽁 얼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중국 북부 지방에서 확장하는 시베리아 고기압의 영향으로 영하 35도의 찬 공기가 한반도로 내려오면서 26일 기온이 뚝 떨어지겠다. 26일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7도에서 영하 3도, 낮 최고 기온은 영하 7도에서 영상 4도로 예보됐다. 바람도 강하게 불어 체감 온도는 실제 기온보다 5~10도가량 더 낮을 전망이다.

12월에 실제 기온과 체감 온도가 최대 10도 가까이 벌어지고, 피부로 느끼는 추위가 영하 20도에 가깝게 떨어지는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 북부부터 한반도까지 찬 공기가 통과하는 일종의 ‘바람 고속도로’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북서쪽에 시베리아 고기압, 북쪽에 절리 저기압(북극에서 떨어져 나온 찬 공기 덩어리)이 위치하고 있는데, 그 사이 형성된 ‘바람길’ 방향이 공교롭게 우리나라를 직격했다. 찬 바람이 한반도 구석구석을 강타하면서 전역이 북극 한기에 얼게 됐다.

그래픽=양인성

그래픽=양인성


25일 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한파주의보가 발효됐다. 경기 북부와 강원·충북·경북 일부 지역에는 한파경보가 내려졌다. 한파주의보는 아침 최저기온이 전날보다 10도 이상 떨어지거나 이틀 이상 최저기온이 영하 12도 아래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한파경보는 ‘전날보다 15도 이상 하강’ 또는 ‘이틀 이상 최저 영하 15도 이하’일 때 내려진다. 이번 한파특보는 27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북극 바람 막는 제트기류 느슨… ‘한파 고속도로’ 뚫렸다

최근 우리 나라 겨울 날씨의 특징은 기온이 롤러코스터를 타듯 ‘널뛰기’를 한다는 점이다. 우선 온난화 영향으로 겨울 날씨가 대체로 포근해졌다. 우리나라에 한겨울 추위를 몰고 오는 중국 북부지방의 겨울 기온이 오르면서 우리 나라도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러다가 갑자기 ‘기습 한파’가 찾아오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서울은 이달 25일까지 전날보다 기온이 5도 이상 급격하게 달라진 날이 6일(23%)이었다. 닷새에 한 번씩 계절이 바뀌는 수준으로 기온 차가 심했다는 뜻이다. 이번 한파는 25일 최저 영하 3도에서 26일 최저 영하 13도로 하루 만에 기온이 10도씩 차이 나는 극단적인 경우다.

뉴스1전국 곳곳에 한파 특보가 내려진 25일 관광객들이 모자와 목도리 등으로 몸을 감싼 채 서울 경복궁을 둘러보고 있다. 기상청은 영하 35도의 찬 대륙고기압이 내려오면서 26일 최저 기온이 영하 17도까지 내려가는 강추위가 찾아오겠다고 전망했다.

뉴스1전국 곳곳에 한파 특보가 내려진 25일 관광객들이 모자와 목도리 등으로 몸을 감싼 채 서울 경복궁을 둘러보고 있다. 기상청은 영하 35도의 찬 대륙고기압이 내려오면서 26일 최저 기온이 영하 17도까지 내려가는 강추위가 찾아오겠다고 전망했다.


이런 ‘기습 한파’는 ‘찬 바람’ 강도가 세진 영향이다. 과거에도 찬 바람 때문에 사흘은 춥고 나흘은 날씨가 풀리는 ‘삼한사온(三寒四溫)’ 현상이 있었지만, 최근엔 찬 바람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져 극단적 기온 차를 만들고 있다.


이는 기후변화로 ‘제트기류’와 ‘시베리아 고기압’의 확장·수축 패턴이 변한 영향이다. 제트기류는 고위도에서 북극 공기가 저위도로 내려오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온난화로 북극이 더워지면서 고위도와 저위도의 기온 차가 줄었고 그 결과 제트기류가 느슨해졌다. 이 때문에 애초 내려오지 찬 공기가 빠져나오는 경우가 생긴 것이다. 여기에 과거 서서히 발달하던 시베리아 고기압이 최근 들어 단시간 내 갑자기 발달하는 패턴으로 바뀌면서 우리나라로 내려오는 찬 바람 압력도 올라가고 강도가 세졌다. 여기에 이번 한파는 찬 바람이 내려오는 ‘바람 길’‘바람길’까지 직격해 기온 차가 더 크게 벌어지게 됐다.

이런 롤러코스터 기온은 올겨울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우선 연말까지 한파와 예년 수준을 오가며 급격한 기온 변화를 보이겠다. 27일까지 한파가 이어져 최저 영하 16도에서 영하 3도, 최고 영하 1도에서 영상 7도를 기록할 전망이다. 28일엔 고기압 영향권에 들면서 최저 영하 7도에서 영상 1도, 최고 3~12도로 추위가 한풀 꺾이겠고, 29일에는 기온이 오히려 큰 폭으로 오르며 최저 영하 1도에서 영상 6도, 최고 5~14도로 포근해지겠다.

곳곳에 눈·비 소식도 있다. 서해상에서 발달한 눈구름대에 의해 25~26일 전북에 3~8㎝, 광주·전남에 1~5㎝, 제주 산지와 중산간에 2~10㎝의 눈이 예보됐다. 제주에는 5~20㎜의 비가 오는 곳도 있겠다. 동풍이 상대적으로 따뜻한 동해상을 지나며 큰 눈구름대가 형성돼 울릉도·독도에는 10~30㎝의 눈이 예상된다. 27일에는 우리나라 북쪽을 지나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인천·경기남부와 강원에 1㎝ 미만의 눈이나 1㎜ 미만의 비가 내리겠다. 또 29일에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수도권과 강원영서에 눈이나 비가 내리겠다.

[박상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