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게이트] 정치권 넘어 기존 특검도 논란
박성원 기자전재수 해수부장관 “금품 안 받았다”면서 “사퇴” UN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던 전재수(가운데)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귀국 직후 “장관직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밝힌 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전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의원 시절 통일교 측에서 수천만 원대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
통일교로부터 수천만원대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장관직에서 사퇴하면서 이른바 ‘통일교 게이트’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야당은 민주당 인사들의 금품 수수 의혹 수사는 물론, ‘편파 수사’ 논란을 부른 민중기 특검팀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건을 특검에서 넘겨받은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지만 법조계에선 “여당과 특검이 수사 대상인 대형 게이트 사건을 행정부 휘하에 있는 경찰에 맡겨도 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뿐 아니라 특검까지 연루된 ‘통일교 게이트’는 경찰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아닌 별도의 특검이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권력 눈치 보는 경찰, 칼자루 쥐다
경찰은 지난 9일 정치권 인사들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을 민중기 특검팀에서 이첩받고, 이날 23명 규모의 특별 전담 수사팀을 구성했다. 내란 특검에 파견됐던 박창환(총경)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장이 복귀해 수사팀장을 맡았다. 수사팀은 이날 오후 서울구치소를 찾아 여야 의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진술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을 약 3시간 동안 접견해 조사했다. 금품 수수 당사자로 지목된 전·현직 의원들에 대한 소환 조사 일정도 검토 중이다.
뉴스1정동영 “돈 받은 적 없다”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이 제기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단 한 번 만난 적이 있다”고 했지만 금품 수수 의혹은 부인했다. |
민중기 특검팀의 ‘편파 수사’ 의혹도 경찰 수사 대상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서울경찰청에 민 특검을 직무유기 혐의로, 전재수 장관을 뇌물 수수 혐의로 고발했다. 국민의힘은 “민 특검은 윤영호씨가 ‘민주당 정치인들도 금전 지원을 했다’고 했는데도 정식으로 수사하지 않고 묵살·은폐했다”며 “반면 야당 인사들에 대해선 작은 진술 하나만 나와도 소환 조사와 압수 수색을 남발하고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선 “경찰이 ‘살아 있는 권력’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친문·친명 인사들의 금품 수수 의혹이 새롭게 나온 상황이니 민주당을 상대로 한 전방위 수사가 이뤄질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경찰은 특검은커녕 검찰보다 더 정권 영향에 취약하다. 여당이나 특검에 대한 수사를 덮지나 않으면 다행”이라고 했다.
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는 공수처가 ‘통일교 게이트’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앞서 국민의힘은 이와 관련해 민 특검과 민주당 인사들을 공수처에 고발하겠다는 방침도 밝혔었다. 다만 공수처의 경우 뇌물이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여야 의원들은 수사할 수 있지만, 민중기 특검팀의 ‘편파 수사’ 의혹을 수사할 수 있는지는 논란이 있다. 공수처법의 수사 대상에 특검이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통일교 의혹, 결국 새 특검으로 풀어야”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통일교 게이트’를 전담할 새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날 특검 조사에서 언급된 나경원 의원의 통일교 지원 의혹, 민중기 특검팀의 편파 수사 의혹 등을 포함해 특검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은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나 의원 의혹까지 합쳐서 투명하게 특검하자는 게 당의 입장”이라고 했다.
민주당 친명계인 김영진 의원도 라디오에서 야당의 특검 도입 주장에 대해 “정치적 공격의 도구로 삼지 말고 객관적인 사실을 밝혀내는 차원에서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며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여야가 모두 연루된 대형 게이트인 만큼 특검이 수사하는 게 맞다”며 “민중기 특검팀이 고의로 민주당 수사를 뭉개는 직무유기 범죄를 저질렀는지, 정치 중립 의무를 어겼는지 등도 새 특검이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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