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多死) 사회’는 1996년 일본 신문에 처음 등장한 말이다. 고령화로 사망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인구가 줄어드는 사회를 말한다. 2005년 일본에선 사망자 수가 처음으로 출생아 수를 웃돌았다. 일본의 단카이 세대(베이비부머)가 올해 모두 75살 이상 후기 고령자가 됐는데, 이들의 사망이 2038년에 정점을 이룰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 2020년부터 출생아 수와 사망자 수가 역전됐다. 다사 사회를 초고령 사회의 다음 단계로 일컫기도 하는데, 단순히 고령자가 많아지는 것을 넘어 사망자 급증에 따른 제반 문제에 미리 대비하자는 함의가 담겼다.
지난 20일 국회 입법조사처는 ‘자택임종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서 “2053년에 사망자 수가 71만8천명으로 2024년의 2배가 될 것”이라며 “‘죽음’과 관련된 장례 등 생애사적 사건이 더 이상 가족 차원에서만 다뤄질 문제가 아니라 사회정책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특히 선호하는 장소에서 임종을 맞는 것은 존엄한 죽음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익숙한 ‘내 집’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은 수요가 늘고 있지만 현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1970~80년대엔 집에서 임종을 맞는 것이 기본이었다. 집 바깥에서 숨지는 것을 ‘객사’라 부르며 큰 불행으로 여겼다. 1991년만 해도 자택 사망이 75.8%, 병원 사망은 15.3%에 불과했다.(통계청(현 국가데이터처) 1991년 사망원인 특별조사) 하지만 의료기술 발달과 아파트 주거 확산 등의 변화가 상황을 완전히 역전시켰다. 2023년 기준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자택 사망은 15.5%에 그쳤고 병원 사망은 75.4%에 이른다. 지난해 가정돌봄을 선호한 호스피스 이용 사망 환자의 8.3%만이 자택에서 임종을 맞았다.
자택 임종을 늘리려면 넘어야 할 관문이 여럿 있다. 환자가 집에서 숨을 거두면 유족은 112에 신고해야 한다. 진료기록이 있는 병원에서 숨질 때와 달리 경찰 조사가 필요한 변사 의심 상황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사망 전 48시간 이내에 진료한 의사가 있으면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을 수 있지만, 주치의 제도나 방문진료가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때문에 임종이 임박해지면 119로 전화를 걸어 병원 응급실로 가는 경우가 많다. 현실적으로 아파트에선 시신 운구 과정에 제약이 있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더 근본적으로는 집에서 돌봄이 여의치 않아 사망 직전까지 입원해 있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국내에는 임종 돌봄을 위한 별도의 건강보험 지원 규정이 없다.
황보연 논설위원 whynot@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내란 종식 그날까지, 다시 빛의 혁명 ▶참여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