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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공무원 친형의 절규 “국가의 존재 이유는 뭔가”

조선일보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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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공무원 친형의 절규 “국가의 존재 이유는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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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향해 “법의 준엄한 심판 보여달라”
서해에서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의 친형이 5일 법정에서“실종 직후 구조·수색 방송을 제대로 했다면 동생은 살았을 것”이라며 재판부에 “법의 준엄한 심판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이씨의 친형인 이래진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열린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5명의 직권남용 등 사건 결심 공판에 피해자 유족 자격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서 전 실장 등 피고인 측 변호인들의 최종 변론이 끝나자 발언 기회를 얻어 심경을 밝혔다.

이씨는 “재판이 시작한 지 3년이 됐다. 문재인 정부 안보 라인의 만행을 알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2020년 9월 21일 오후 1시 50분쯤 동생이 배에서 사라진 것 같아 수색 중이라는 전화를 받으면서 이 사건이 시작됐다”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거슬러가 보고자 한다”고 했다.

이씨는 “전화를 받은 다음 날 동생이 실종된 무궁화10호에 승선해 사고 보고를 받았다”며 “배를 살펴보니 사다리를 올라가야 하는 구조였다. 승선한 지 3일 정도밖에 안 된 동생이 실족했을 가능성이 큰데, 해양경찰은 이 부분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종 신고를 받고 곧바로 국제상선 통신망을 이용해 구조·수색 방송을 제대로 했다면 동생은 살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씨는 “(제 동생이) 고향이 목포다(라고 말하는) 이런 얘기들을 (감청을 통해) 6시간 동안 듣지 않았냐”며 “메이데이라고 30분 정도만 방송했으면 될 것 아니냐”고 했다.

이어 이씨는 “저는 간단히 진술하고 있지만, 이 (사건이 흘러온) 과정 속에는 엄청난 조작과 살인이 있었다”며 “국가의 안보 라인, 수사 라인이 국민을 지키지 않았고, 북한이 저지른 살인 과정을 지켜본 것”이라고 했다.

이씨는 “존경하는 재판장님”이라며 “저와 가족들은 6년째 고통과 눈물 속에 살아가고 있다. 저는 이가 21개 빠지고 당뇨를 앓고 있는데, 아직 구속도 안 되고 큰소리치며 사는 이들을 단죄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존재 이유는 질서가 제대로 잡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피고인들을 가리켜 “저들에게 가벼운 처벌을 한다면 국가 시스템이 망가지고 안보가 무력화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이들을 심판해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에 정치적 이념이 아닌 진정성으로 접근하고, 제대로 된 국가 구조 매뉴얼이 생기기 바란다”고 했다.


검찰은 이날 북한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하고 자진 월북으로 몰아갔다는 혐의로 기소된 서훈 전 안보실장에 대해 징역 4년을 구형했다. 또 함께 기소된 박지원 전 국정원장에게는 징역 2년과 자격정지 2년, 서욱 전 국방장관에게는 징역 3년,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게 징역 3년,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에게 징역 1년 및 자격정지 1년을 각각 구형했다. 2022년 12월 검찰이 이들을 기소한 지 3년 만이다.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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