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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국회 확보는 질서 유지 위한 것” vs 곽종근 “수긍할 수 없어”

조선일보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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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국회 확보는 질서 유지 위한 것” vs 곽종근 “수긍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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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서 마주보고 공방 주고 받아
윤석열 전 대통령이 4개월 만에 자신의 내란 혐의 재판에 출석해 “국회 확보 작전은 질서 유지를 위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은 “김용현 전 국방 장관으로부터 ‘질서 유지’나 ‘시민 보호’ 같은 말을 들어본 적 없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30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혐의 재판을 열었다.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윤 전 대통령은 이날 흰머리가 늘고 살이 빠져 수척해진 모습으로, 서류 봉투를 들고 법정에 들어왔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특검에 재구속된 후 건강 악화를 이유로 16차례 연속 재판에 불출석했었다.

곽 전 사령관은 이날 특전복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그는 “작년 12월 4일 오전 0시 31분쯤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화폰 통화로 ‘아직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으니 국회 문을 부수고서라도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앞서 국회와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도 같은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직접 발언권을 얻어 증인 신문에 나섰고, 곽 전 사령관과 설전을 벌였다.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이 장병들에게 실탄을 휴대하지 말고, 민간인과 가급적 충돌하지 말라고 지시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이어 “이 때문에 국회 현장에서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을 비롯해 15~16명 요원이 다 도망 다니는 것을 (영상으로) 보지 않았나”라며 “엄청난 인원이 특전사 요원들에게 달려들어 총을 빼앗으려고 하고 폭행한 것을 지휘통제실에서 보고받지 않았느냐”고 하기도 했다. 무력을 사용해 국회를 점거하려 한 것이 아니라, 질서 유지 차원에서 병력 출동을 지시했다는 얘기다.

이에 곽 전 사령관은 “장관에게 실무장 금지 지시를 받은 적 없다”며 “저 스스로 무장을 안 시킨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윤 전 대통령은 “질서 유지를 위해 들어갔다는 게 머릿속에 있었다는 건데 국회 확보도 같은 맥락 아니냐”고 했다. 이에 곽 전 사령관은 “(국회 확보 작전의 목적이) 질서 유지라는 것은 수긍할 수 없다”며 “김 전 장관에게 ‘질서 유지’나 ‘시민 보호’라는 말을 들어본 적 없다”고 했다. 곽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을 향해 “솔직히 제가 (왜 비상계엄을 선포했는지) 되묻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지난 2월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 심판 6차 변론기일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헌법재판소 제공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지난 2월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 심판 6차 변론기일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헌법재판소 제공


피고인석 뒷줄에 앉은 윤 전 대통령은 곽 전 사령관에게 질문할 때 양팔을 크게 써가며 적극적으로 임했다. 발언 시간이 2분 넘게 이어지면서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기도 했다. 이에 곽 전 사령관은 증인석 의자를 윤 전 대통령이 있는 방향으로 돌려 앉은 뒤, 윤 전 대통령 얼굴을 응시하면서 답변을 이어갔다. 윤 전 대통령이 곽 전 사령관 말을 끊고 질문하려 하자, 지 부장판사가 “증인 말을 끝까지 들어보자”며 윤 전 대통령을 제지하는 일도 있었다.


이날 특검과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재판 중계’를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개정 특검법이 시행되면서 지난 27일부터 내란 특검이 기소했거나 공소 유지를 하는 사건의 1심 재판 중계가 의무화됐다. 이날 재판도 녹화 중계가 이뤄졌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재판 중계는 자극적인 가십거리를 제공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며 해당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특검 측은 “본 재판은 역사적 사건으로, 국가 중대사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중계 조항이 들어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은 재판 말미에 재판부에 “향후 재판에 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체력이 닿는 데까지 최대한 (법정에) 나오겠다”며 “도저히 못 나올 상황이라면 말씀을 드리겠다”고 했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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