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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복지의 새 축으로…고령사회 안전망으로 진화

헤럴드경제 서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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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복지의 새 축으로…고령사회 안전망으로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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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작물·시니어 보험 등 확대
초고령사회 취약계층 보장 강화 요구
정부-보험업계, 사회안전망 확충
출산·기후·재해 대응 민간형 보장 확대


올해 제도 시행 120주년을 맞은 보험산업은 초고령사회 전환점을 맞아 국민의 삶 전반을 지탱하는 ‘민간형 사회안전망’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이에 헤럴드경제는 ‘헤럴드보험대상 30주년’(11월 3일 시상식)을 맞아 ▷상생금융 확대 ▷초고령사회 복지 인프라 구축 ▷AI 중심 디지털전환 ▷소비자 신뢰 제고 등 4대 어젠다를 제시해 지속가능한 보험산업을 위한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태풍에 논이 다 떠내려갔을 때는 그냥 끝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농작물재해보험에서 보상금이 나오고 나니 ‘한 번 더 해보자’는 마음이 생겼어요.” 전남 해남에서 벼농사를 짓는 김 씨(72세)는 “요즘은 농사도 보험 없이는 못 한다”며 “보험회사가 내 노후를 붙잡아준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재해보험을 통해 보상을 받은 농가는 25만 곳이 넘는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윤모 씨(67세)는 몇 년 전까지 “나이도 많고 직장도 없으니 보험은 그림의 떡”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한 손해보험사의 ‘시니어 생활보장 플랜’ 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이 상품은 별도의 건강검진 없이 최근 2년간 입원 이력이 없으면 간편심사로 가입할 수 있는 구조다. 윤 씨는 “나이 때문에 거절당할 줄 알았는데, 전화 한 통으로 가입이 가능하더라”며 “나이 들어서 아플 때도 병원비 걱정이 조금 덜해졌다”고 말했다. 고령층과 유병자를 대상으로 한 ‘간편심사형’ 상품이 확대되면서, 과거 보험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계층이 점차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인구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보험산업이 단순한 민간 금융서비스를 넘어 사회안전망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험산업이 사회적 연대 기능을 강화할수록 취약계층의 보장 공백을 줄이고 고령사회의 핵심 안전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상생금융과 맞물릴 경우 보험사의 역할이 제도적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8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2025년 전체의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하지만 고령층의 의료비·요양비 지출은 빠르게 늘고 있는 데 반해 소득 기반은 취약해 보장 사각지대가 심화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신정부 보험산업 정책 제언’ 보고서에서 “보장격차 완화와 공·사 협력 기반의 포괄적 보장체계 구축이 신정부 시대의 핵심 과제”라고 지적했다.

보험업은 이미 사적연금과 실손보험을 통해 국민 노후소득과 의료비 부담 완화에 기여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 수준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본다. 특히 생명보험사가 단순 보험 판매를 넘어 고령층 특화 플랫폼 사업자로 변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는 고령자의 삶 전반을 아우르며 요양·자산관리까지 포괄하는 서비스로 확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고령층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요양주거 비용 보장, 장기요양비 보장 인센티브 부여 등 사회안전망 기능을 보험이 담당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성주호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는 “보험은 더불어 사는 상부상조의 정신을 바탕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나 기업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사회 전체의 안정에 기여한다”라며 “특히 저소득층 영세소상공인 고령층 등 경제적 취약계층이 여전히 보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를 해소하기 위한 포괄적이고 실용적인 정책성 소액보장상품의 개발과 확산이 그 출발점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는 복지 확대와 사각지대 해소를 핵심 기조로 내세우며, 취약계층 금융 지원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융을 단순한 거래 수단이 아닌 생활 기반 인프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보험 분야는 고령층·저소득층 등 기존 제도권 밖에 있던 계층을 포괄하는 ‘민간형 안전망’ 역할을 맡을 주체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보험업계는 300억원 규모의 상생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소상공인 대출 상환을 보장하는 신용보험, 폭염·집중호우 등으로 영업 피해를 보전하는 기후보험, 5인 미만 사업자를 위한 단체상해보험, 재해 피해를 지원하는 풍수해보험, 전통시장 화재 피해를 보상하는 화재보험, 다태아 가정의 의료비를 지원하는 다태아보험 등이다.


최근에는 저출산 극복 지원 3종세트로 출산, 육아로 인한 가정의 소득 감소로 발생하는 보험료 부담 등을 완화하기 위해 ▷어린이 보험 보험료 할인 ▷보험료 납입 유예 ▷보험계약대출 상환유예를 추진한다. 저출산 극복 지원 3종세트는 보험사별 전산개발을 거쳐 내년 4월 시행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약 1200억원의 소비자 부담 완화 효과가 있을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과 보험사의 사회적 노력이 맞물리면, 제도권 밖에 있던 국민들도 보험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난·질병·사고 위험에 대비하는 보험의 본질은 사회적 연대이며 고령화·재난·감염병 등 사회적 리스크가 커질수록 보험사의 사회안전망 역할은 더 커질 것”이라며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형 상품 확대와 정부-보험사 공동 지원 모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