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미국 남성 로렌츠 크라우스. /AP연합뉴스 |
TV 인터뷰 도중, 부모를 살해한 사실을 밝힌 미국의 남성이 스튜디오를 나서자마자 체포됐다.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 남성 로렌츠 크라우스(53)는 지난 25일 지역 뉴스 매체 CBS6와의 인터뷰에서 8년 전 부모를 살해한 뒤, 부모의 사회보장 수당을 받아왔다고 자백했다.
이 인터뷰는 경찰이 뉴욕 올버니 자택에서 두 구의 시체를 발견한 다음 날 진행됐다. 경찰은 크라우스의 부모인 프란츠와 테레시아 부부가 수년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사회보장 수당은 그대로 수령한다는 사실을 수상하게 여기고 조사를 진행하던 중 시신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인터뷰는 크라우스가 직접 자신의 전화번호가 포함된 두 페이지 분량의 성명서를 언론사에 제보해 성사됐다.
국장 스톤 그리섬은 이 성명서를 받은 뒤 크라우스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이 통화에서 크라우스는 “부모님을 집 마당에 묻었다”고 털어놨다. 그리섬은 “크라우스가 인터뷰에 응하면 방송국 웹사이트에 그의 성명을 게시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했다. 크라우스는 이러한 그리섬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한 시간 만에 방송국에 도착했다.
하지만 크라우스는 정작 인터뷰가 시작되자 부모님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밝히기를 꺼려했다. 진행자인 그렉 플로이드가 끈질기게 캐묻자, 크라우스는 인터뷰 시작 8분 만에 “8년 전 두 분을 질식사시켰다”라며 범행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자신의 범행을 ‘허약해진 노부모를 안락사시킨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크라우스는 “부모님이 죽여달라고 요청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들이 죽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며 “나는 부모님께 해야 할 도리를 다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들의 불행에 대한 걱정이 컸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인 테레시아가 최근 길을 건너다가 넘어져 부상을 입었고, 아버지 프란츠는 백내장 수술 후 더 이상 운전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했다.
크라우스는 스튜디오를 나선 직후 미리 대기하고 있던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두 건의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크라우스를 변호한 국선 변호인 레베카 소콜은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다만 크라우스는 심리에서 발언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콜은 “인터뷰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조사할 것”이라며 “언론이 본질적으로 경찰의 대리인 역할을 했다면, 크라우스가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 재판에서 법적으로 허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가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